2024년 4월 16일(화)

영화 스크린 현장

"맞았을까, 당했을까?"…하정우 프로포폴 의혹, 쟁점에 집중해야

김지혜 기자 작성 2020.02.20 17:09 수정 2020.02.20 17:44 조회 2,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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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정우

[SBS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배우 하정우가 데뷔 17년 만에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프로포폴 불법 투약 의혹이 불거진 것.

하정우의 소속사는 18일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피부 흉터를 치료받는 과정에서 병원(성형외과)의 권유로 맞았을 뿐 남용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 같은 해명에도 대중의 실망감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오히려 개운치 않은 해명이 오해를 키우고 있다는 여론도 형성되고 있다.

하정우

◆ 시술 종류·남용 여부·차명진료… 대중이 궁금한 진실 3가지

대중이 가장 궁금한 것은 하정우가 받았다는 피부 치료의 종류와 남용 여부, 차명 진료가 이뤄진 과정 이 세 가지로 요약해볼 수 있다.

소속사는 흉터 치료 당시 프로포폴을 맞은 것은 '의사의 권유'때문이라고 했다. 흉터 치료가 강도 높은 레이저 시술을 요했기 때문에 고통을 줄이는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덧붙였다.

피부과 시술은 여성들도 흔히 받는 치료다. 대부분의 시술은 마취 연고를 바르고 시행하지만 일부 치료의 경우 수면 마취를 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하정우가 받은 치료는 수면 마취를 요할만한 강도였을까. 이 부분이 소명되기 위해서는 하정우가 받은 치료의 종류와 시술 방법에 대한 의학적 소견이 객관적으로 뒷받침돼야 한다.

소속사에 따르면 하정우는 2019년부터 1월부터 9월까지 해당 성형외과의 진료를 받았다. 언론에 보도된 프로포폴 투약 횟수는 피부 치료를 받은 횟수와 동일한 10여 회다. 병원의 처방이 합당했다면 그 횟수는 문제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치료에 적합한 투약이었는가 만큼이나 남용 및 중독 여부도 쟁점이다. 그러나 10개월에 10회를 중독 수준으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

차명 진료 의혹은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이슈다. 합법적인 치료 과정이었다면 동생의 이름을 빌려 쓸 이유가 없다는 대중의 의심은 합리적이다. 하정우의 소속사는 "병원이 배우의 프라이버시를 중요시하면서 먼저 동생과 매니저의 개인정보를 물어왔다"고 밝혔다. 동생의 주민번호를 줬지만 병원에서 실제로 어떻게 사용했는지 여부는 알지 못한다고도 덧붙였다. 차명 진료는 명백한 의료법 위반이다. 몰랐다고 해도 면죄부가 주어지지 않는다.

또 예약 자체를 문자로 했기 때문에 진료 기록이 어떻게 남아 있는지를 모르는 채로 진행됐을 가능성이 있다. 이 말인 즉 차트 기재를 병원이 임의로 했다면 실제 진료 과정과 차이가 있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이 사건에서 가장 이상한 것은 병원이다. 차명 진료를 제안하는 병원은 수상하다. 서울 강남에 위치한 이 성형외과는 연예인과 기업인이 즐겨 찾는 병원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이 병원은 지난해 말 프로포폴 불법 투약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문을 닫았고, 병원장 등이 마약류 관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이 곳을 이용한 연예인들의 리스트를 공개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건 병원에 대한 신속하고 정확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

하정우

◆ 하정우 측의 해명 충분했을까

지난 19일 채널A는 하정우와 성형외과 원장이 나눈 문자 대화를 공개했다. 해당 대화를 보면 하정우는 지난해 1월 '소개를 받고 연락했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냈고, 원장은 시술 날짜와 시간을 조율했다. 원장은 "앞으로 과제는 흉터인데, 시술 후 열흘 안에 3번 내원하라"고 했고, 하정우는 "흉터가 가장 큰 숙제"라고 답했다. 치료와 관련된 내용이 주를 이룬 문자였다.

이 문자 대화가 불법 투약이 없었다는 것을 입증하는 자료가 될 수는 없다. 앞서 보도자료를 통해 해명한 것과 다를 바 없는 내용이며, 새로운 사실이 드러나지도 않았다.

20일 한 매체를 통해 보도된 "(피부 치료 후) 테이프를 붙이고 다니는 모습을 봤다"는 측근의 증언도 지엽적인 정보에 지나지 않는다. 대중은 피부 치료 여부를 의심하는 게 아니다. 프로포폴 투약의 합당성과 차명 진료의 이유가 더 궁금하다.

물론 이 사건은 하정우 측으로서도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소속사 측은 "수사 중인 사안"임을 강조하며 병원과 나눈 문자 전문을 공개하는 것을 꺼리고 있다.

하정우는 현재 미국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몇몇 언론에서는 '도피설'이라는 자극적인 단어를 써가며 그의 동선에 불필요한 의혹을 덧붙이고 있다. 통상 하정우는 영화의 촬영 종료 시점이나 개봉 직후에 해외에서 휴식을 취하고 돌아오는 패턴을 보여왔다. 이번 출국 역시 영화 '클로젯' 개봉 이후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변호인에 따르면 하정우는 현재까지 검찰 소환을 받은 바 없다. 하정우는 소속사를 통해 "수사 기관이 사실 확인을 요청한다면 적극적으로 협조할 계획"이라고 협조 의지를 드러냈다. 어쩌면 빠른 소환이 배우가 주장하는 결백을 입증하는데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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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포폴 사건의 학습효과…BUT 예단은 이르다

'프로포폴'이라는 단어에 대중들이 놀라는 것은 학습효과 때문이기도 하다. 2011년 몇몇 여성 연예인이 프로포폴 투약 사건으로 연예계에 큰 파장을 일으킨 바 있다. 그렇다고 해서 하정우에 관한 의혹을 과거의 사건과 동일 선상에 두고 의심하는 것은 섣부르다. 단순 비교해도 프로포폴을 맞은 정황과 횟수 부문에서 큰 차이가 난다.

하정우 관련 의혹은 탐사보도 전문매체인 뉴스타파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관련 보도로부터 시작됐다. 이어 공중파 방송 프로그램과 한 종편 방송 프로그램에서 익명의 배우도 프로포폴 투약 의혹을 받고 있다는 후속 보도를 하면서 화제의 중심은 기업인에서 연예인으로 이동했다.

하정우는 앞서 언급된 재계 인사들 만큼이나 유명세가 높은 배우다. 화제성으로 따지자면 재벌들을 능가하는 톱스타다. 연예인의 유명세와 이것으로 비롯된 이슈몰이가 사건의 본질을 덮고 있다는 인식을 주는 것도 이 때문이다.

'걷기'를 일상화하며 여행과 그림으로 심신을 수양하는 배우로 각광받았기에 현재 불거진 의혹은 종전 이미지와 괴리가 크다.

하정우는 대중들이 가깝게 여기는 배우였다. 톱스타의 위치에 있으면서도 진솔하고 친근한 이미지로 남녀노소의 사랑을 받았다. 대중이 그를 좋아한 가장 큰 이유는 가식, 허례허식이 없어 보이는 솔직함이었다.

데뷔 이래 단 한 번도 구설수에 오른 적 없는 배우다. 그렇기에 이번 사건은 의혹만으로도 큰 충격을 안겼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진실 규명이다. 명확한 진실 앞에 떳떳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해 보인다.

ebad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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