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4일(수)

스타 끝장 인터뷰

[스브수다] 알면 알수록 흥미롭다…김남길의 독특한 매력

김지혜 기자 작성 2020.02.24 18:56 수정 2020.02.24 19:11 조회 2,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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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길

[SBS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인간 김남길은 이상한 매력의 소유자다. 얼굴엔 퇴폐미가 넘치지만 입을 열면 이런 개구쟁이가 따로 없다. 스스로는 "말이 없는 편"이라고 하지만, 혹자(feat. 하정우)는 "1분에 60마디씩 하는 사람"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배우 김남길도 범상치 않기는 마찬가지다. 연기자에겐 일종의 역사인 필모그래피만 훑어봐도 일관성이 없다. 블록버스터급 규모의 상업 영화가 있는가 하면 매니악한 소재의 독립 영화도 여러 편이다. 이러한 행보는 배우로서 인기와 지명도를 얻은 후에도 별반 다르지 않다.

"그저 제가 느끼기에 재밌고, 또 독특하다고 생각하는 작품을 해온 것 같아요. 그런 영화를 더 하고 싶은 마음도 있는데 요즘 상업 영화는 다수가 좋아하는 스타일 위주로 제작되다 보니 쉽지 않아요. 그래서 '클로젯'에 더 끌렸나 봐요. 요 근래에는 많이 만들어지지 않은 공포 스릴러물이니까요."

김남길

'클로젯'은 김남길의 필모그래피에서 유일무이한 공포 영화다. 물론 이 영화를 공포 장르에 한정시키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다. 그보다는 미스터리 드라마에 좀 더 가까운 이야기다.

김남길은 '클로젯'에 대해 "기본적으로 공포 영화지만 큰 틀에서 보자면 '오컬트 휴먼 드라마'라고 생각해요. 사람에 관한 이야기인 거죠."라고 소개했다. 이 영화에서 김남길은 퇴마사 '경훈'으로 분해 '상원'(하정우)의 실종된 딸 '이나'(허율)를 찾아 나선다.

'경훈'은 시나리오보다 경쾌한 인물로 묘사됐다. '괴짜 싸이코' 같은 이미지가 가미돼 자칫 어둡고 무겁게만 흘러갈 수 있는 극의 분위기를 환기한다.

"시나리오에는 좀 건조하게 그려지긴 했는데 기본적으로는 유쾌한 캐릭터예요. 상황이 심각하게 펼쳐지는데 그걸 좀 편안하게 풀어주자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프로페셔널한 직업인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한편으론 괴짜 싸이코나 사기꾼 같은 느낌도 내려고 했어요."

김남길

김남길은 영화 시작 후 약 30분이 지나서 등장한다. 상원의 집 초인종을 누르고 거실에 진입하는 순간부터 이나의 방으로 들어가는 장면은 원신 원컷으로 촬영됐다. 경훈은 의심의 눈을 거두지 못하는 상원에게 믿음이 가지 않는 정보와 불필요한 잡설을 늘어놓는다. 상원이 경훈을 보는 시선과 마찬가지로 관객 역시 '이 사람 뭐지?' 하는 의심과 호기심을 동시에 품게 만들었다.

"영화의 장르는 다른데 제시카 차스테인이 주연한 영화 '미스 슬로운'을 참고로 했던 것 같아요. 대화만으로도 유발되는 긴장감을 영화 내내 이어가고 싶었거든요. 상대 캐릭터와 대화를 나누면서 감정을 만들어가는 게 재밌었어요."

자칫 너무 무겁거나 너무 가볍게 그려지지 않도록 '템포'에 가장 신경을 썼다고 했다. 이번 영화를 하면서 스태프들의 노련미를 느낄 수 있었다고도 했다.

"'클로젯'을 하면서 어떤 영화보다 스태프들의 애정을 많이 느꼈던 것 같아요. 특히 최찬민 촬영 감독이 배우의 감정을 잘 담아준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무뢰한' 때도 강국현 촬영감독이 그랬거든요. 이번 현장도 감독, 배우 모든 스태프들이 좋았지만 좋은 촬영 감독의 힘을 크게 느꼈던 현장이었어요."

하정우 김남길

이번 영화를 하면서 얻은 또 하나의 자산은 하정우다. '하정우와의 첫 연기 호흡'은 이번 영화를 선택하는데 중요한 동력이 됐다.

"저는 늘 제 주변에 좋은 사람이 많다고 생각을 해왔는데요. 이번에 또 한 명의 좋은 사람을 알게 됐어요. '클로젯'을 찍으면서 복합적으로 힘든 게 많았는데 (하)정우 형이 연기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많이 도와줬어요."

김남길은 인터뷰 내내 하이텐션을 유지했다. 기자들 대부분은 인터뷰 현장에서 이른바 '마가 뜨는 것'에 대한 강박을 가지고 있다. 질문과 대답 사이에 텀이 발생하면 인터뷰가 제대로 흘러가지 않고 있다는 부담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흥미롭게도 김남길과 인터뷰를 하면 배우 스스로가 마가 뜨는 것을 못 참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 "아... 말이 끊겼네", "저한테 또 궁금한 거 없으신가요?"라고 말하며 그는 호기심 가득한 쿼카 같은 표정을 짓곤 한다. 이날도 그랬다.

대기만성형 배우라서일까. 김남길에겐 스타의식을 찾아보기 힘들다. 드라마 '선덕여왕'(2009)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을 때도, 최근 '열혈사제'로 제2의 전성기를 맞았을 때도 마찬가지다.

김남길

"제 성향이 그런 것 같아요. 물론 저도 누구나 성공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120점짜리 영화를 선택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그런데 결과적으로는 70~80점짜리 영화를 선택하고 '잘해보자'라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저는 저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과 일하는 게 좋았어요. '나를 알아봐 주는 사람을 위해서 목숨을 바치자'는 주의거든요. 근데 또 그게 부메랑이 돼서 그런 것만 같이 하자고 할 때도 많더라고요.(웃음)"

김남길은 우회적으로 그런 결심을 가지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예전에는 '내가 하는 건 다 잘되겠지?' 하는 막연한 생각이 있었던 것 같아요. 이제는 나이도 먹었고, 경험도 쌓이면서 한두 작품으로 배우가 완성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됐어요. 물론 제가 하는 영화가 천만 흥행을 하고, 드라마도 시청률이 대박 났으면 하는 욕심은 있죠. 그래야 넥스트(Next)가 있는 거니까. 그래야 같이 한 스태프들과도 그 기쁨을 나눌 수 있는 거고. '무뢰한'이 좋았던 게 '내가 '무뢰한' 했다고 하면 업계에서 되게 인정을 해주더라'는 스태프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 있었다는 거에요."

김남길

김남길은 지난해 연말 SBS '연기대상'이라는 큰 상을 받았다. 2003년 MBC 공채 탤런트로 데뷔해 17년 만에 드라마로 최고의 영예를 안았다. 한 작품, 한 작품씩 성실히 쌓아 올린 결과다. 그러나 그는 상에 큰 의미 부여를 하거나 영광에 취하지 않겠다는 덤덤한 각오를 전했다.

"연기하는 친한 형들이 상은 선물 같은 의미라고 하더라고요. 저도 많은 의미를 안 두려고 해요. 좋은 일은 자제하게 되고 안 좋은 일은 의연하게 대처하려고 해요. 좋은 일이 있으면 '이렇게 좋아해도 되나?'라는 불안함도 커지더라고요. 상에 대해 책임감을 가져가되 연연하지 않으려고 해요. 기쁜 건 하루 이틀이었고 그 이후로는 빨리 잊어버렸어요.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이 "대상, 축하해"라고 말을 건네면 "에이, 그만해. 언제 적 일인데... 작년이야!"라고 말해요."

짧은 대화, 몇 개의 질문이 오간 대화 속에서도 '김남길다움'을 느낄 수 있었다. '한량' 같은 그 특유의 자유로움과 솔직함이 오늘날 김남길을 만들었다. 누구와도 같지 않은 '김남길 스타일'말이다.

ebad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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