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9일(금)

스타 끝장 인터뷰

[스브수다] '스토브리그' 유민호처럼…채종협, 보물같은 배우 유망주

강선애 기자 작성 2020.02.29 16:14 수정 2020.03.05 09:46 조회 2,238
기사 인쇄하기
채종협

[SBS연예뉴스 | 강선애 기자] "많은 분들이 알아봐 주세요. 감사하고 영광이죠. '스토브리그'에서 비중이 크지도 않았는데... 작가님, 감독님, 많은 배우 선배님들이 유민호란 캐릭터가 빛날 수 있게 도와주셔서라고 생각해요. 아직도 많이 얼떨떨하고 실감이 안 나요."

최근 종영한 SBS 드라마 '스토브리그'(극본 이신화, 연출 정동윤 한태섭)에서 드림즈 구단의 막내 투수 유민호 역을 맡아 신선한 마스크로 주목받았던 배우 채종협. 그는 이 작품이 첫 드라마 데뷔작이다. 웹드라마에 출연하며 연기자로 첫 발을 내디뎠던 채종협은, '스토브리그'로 드디어 TV드라마 데뷔의 꿈을 이뤘다. 안방극장을 통해 처음 자신의 얼굴을 보인 채종협은 '스토브리그'의 대박 성공과 함께 시청자에게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히 각인시킬 수 있었다. 신인배우에게는 행운이자 축복 같은 일이다.

물론 '운빨'로만 치부할 수는 없다. 채종협이 '스토브리그'에서 유민호를 잘 소화하지 못했다면, 인기 많은 드라마의 옥의 티로 오히려 시청자의 질타를 받았을 수도 있다. 채종협은 착하고, 할머니에 대한 효심이 지극하고, 야구밖에 모르는 청년 유민호를 자신만의 해맑은 매력으로 안정적으로 그려내 시청자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실제로 만난 채종협은 유민호와 많은 부분에서 비슷해 보였다. 유민호처럼 잘 웃었고, 예의가 발랐고, 신인에게서 볼 수 있는 때 묻지 않은 순수함이 느껴졌다. 하나 다른 점은, 유민호보다 조금 더 진중하다는 것. 남들보다 다소 늦은 연기자 데뷔에 대한 솔직한 걱정을 털어놓으면서도, 지금 자신이 할 수 있는 건 최선을 다하는 것뿐이고, 그러다 보면 원하는 것들을 조금이라도 더 빨리 이룰 수 있지 않을까 한다는 마음을 진지하게 꺼내보였다.

채종협

▲ "캐스팅된 후 울었다"…'스토브리그' 유민호가 되기까지

채종협은 오디션을 통해 '스토브리그' 유민호 역할을 따냈다. 1차 오디션에서 유민호를 비롯해 3가지 정도의 캐릭터를 연기했고, 2차 오디션부터는 유민호 역할로만 제작진을 만났다. "처음부터 유민호 캐릭터가 하고 싶었다"는 채종협은 그런 일련의 오디션 과정을 거쳐 마침내 유민호 역할로 확정됐다.

"유민호로 캐스팅됐다는 연락을 받자, 그동안의 일들이 생각나고 감정이 북받쳐 눈물이 막 났어요. 카페에 있을 때 연락을 받았던 터라, 다른 사람들이 있어서 눈물을 참으려고 했는데 안 참아지더라고요. 끄윽끄윽 거리며 많이 울었죠."

캐스팅이 확정된 후, 채종협은 유민호가 되기 위해 몸만들기에 돌입했다. "외관적으로 야구선수처럼 몸이 커졌으면 좋겠다"는 감독의 바람에, 채종협은 식단 조절과 운동을 시작했다.

"하루 4~5끼씩 먹으면서 운동을 많이 했어요. 살만 찌우면 화면에 안 예쁘게 나올 거 같아 체지방을 빼면서 근육도 키우려고 했는데, 그게 참 생각대로 되진 않더라고요. 그래도 노력해서 6~7kg을 찌웠어요. 나중에 화면을 보고 찌우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감독님 말씀이 맞더라고요. 촬영을 하면서도 유지를 위해 꾸준히 운동을 병행했어요."

채종협

야구선수 같은 체격을 갖추는 것보다 더 어려운 건 투구폼 연습이었다. 채종협에게는 투수 역할에 걸맞게 누가 봐도 어색하지 않은 투구폼을 만들어야 한다는 더 큰 숙제가 주어졌다. 그리고 숙제를 해결할 방법은 연습밖에 없었다.

"작가님이 유민호란 캐릭터의 모티브가 일본 선수 오타니 쇼헤이라고, 그의 천재성을 보고 유민호를 구축했다고 설명해주셨어요. 그래서 오타니의 영상을 찾아보며 그의 투구폼을 연구하고, 코치님의 도움을 받으며 계속 야구 폼을 만들어 나갔어요. 제가 원래 야구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던 터라, 짧은 시간 안에 프로선수처럼 공을 던질 수는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래도 최대한 근접하게라도 보이고 싶어서 투구폼에 신경을 많이 썼어요. 폼이 익숙해지기 위해 연습, 또 연습했죠. 생각하고 던지지 않아도 그 폼이 몸에 배어 그냥 나올 수 있도록요. 연기를 해야 하는데 야구 폼이 거슬리면 안 되니까요."

유민호는 할머니 밑에서 자라며 열악한 가정환경에 어렵게 야구만을 해 온 인물로 그려졌다. 그래서 할머니에 대한 효심이 컸고, 야구선수로 성공하겠다는 꿈을 품은 캐릭터였다. 유민호의 몸을 만들었다면, 채종협에게는 이런 유민호의 심적인 부분에 대한 연구도 필요했다. 그는 자신의 상황에서 유민호와의 접점을 찾으려 애썼다.

"유민호가 겪은 야구선수로서 경험들이 실제 제게는 없잖아요. 그래서 최대한 비슷한 경험들을 생각해봤어요. 어떻게 보면 유민호도 갓 사회에 나온 사회초년생이니, 제가 만약 처음 회사에 들어간다면 그런 비슷한 문제들을 겪지 않을까 싶었죠. 또 유민호가 어렸을 때부터 할머니랑 어렵게 살면서 야구를 포기하지 않고 그것만 바라보고 살아온 이유는 뭘까, 그럼 유민호에게 야구가 주는 즐거움이 엄청나겠구나, 그런 생각들을 꼬리에 꼬리를 물며 계속 했던 거 같아요. 유민호가 할머니를 생각하는 마음이, 제가 부모님을 생각하는 마음일 거다, 그렇게 현실적으로 대입을 많이 하려고 했어요."

채종협

▲ 막내라 예쁨 받은 현장, 배움의 연속 '스토브리그'

생각해보면 유민호는 살짝 바보 같은 면이 있는 캐릭터였다. 휴식기 훈련 문제로 코치와 선수들이 갈등하던 때에 자신은 더 배우고 싶다는 의견을 솔직하게 내서 주변의 눈치를 받는가 하면, 상처 받고 힘들어도 해맑은 미소로 때우며 괜찮은 척 하기 일쑤였다. 채종협은 이런 유민호의 융통성 없고 순박한 모습의 이유를 명확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야구 하나만 바라봤고, '할머니를 호강시켜드리겠다'는 생각만 하는 유민호라면, 주변에 사회적인 친구들이 없을 거라 생각했어요. 친구들과 보낼 시간에 차라리 운동을 하나라도 더 했을 거고, 그렇게 야구 실력이 늘어 유망주가 됐을 거라 봤죠. 그래서 사회적인 눈치가 좀 떨어질 거라 여겼어요. 대본 속 유민호의 캐릭터 설명에도 '야구바보, 실제로도 바보'라고 쓰여 있어요. 그 '바보'를 전 순박한 느낌으로 해석했고, 유민호를 그렇게 표현하려 했어요. 그래서 유민호로서 좀 더 웃으려 했던 것도 있어요."

그럼 실제 채종협의 성격은 어떨까.

"민호처럼 밝기는 한데, 전 조금 더 진지한 면이 많은 거 같아요. 제가 혼자 있으면 되게 진지해지고, 생각이 많아요. 하지 않아도 될 쓸데없는 생각도 많이 하고요. 그래서 그 진지함을 숨기려고, 사람들 많은 곳에 가면 일부러 더 밝게 하기도 해요."

채종협

유민호가 드림즈 구단의 막내였다면, 채종협은 선수 역할을 한 배우들 중 막내였다. 실제로도 막내다 보니 캐릭터에 더 몰입할 수 있었고, 예쁨도 많이 받았다.

"선배님들이 정말 잘해주셨죠. 귀여워해 주고 좋아해 주셨어요. 아무래도 데뷔작이라 부담이 많았는데, 선배님들은 물론 감독님, 스태프 분들까지 다 편안하게 대해주셔서 촬영장에 가는 게 늘 즐거웠어요. 직접적으로 조언을 해주시거나 하진 않았지만, 유민호란 캐릭터의 틀을 잡고 연기를 하는데, 모든 분들이 호흡적으로 절 많이 이끌어주셨어요. 감사하죠."

'스토브리그' 이전에는 웹드라마에서 연기한 경험 밖에는 없는 채종협이다. 그래서 '스토브리그' 현장은 배움의 장이었고, 스스로 느끼기에도 정말 많은 것을 채울 수 있었다.

"확실히 웹드라마 때보단 묵직한 느낌이었어요. 카메라도 스태프도 많아지고, 다들 베테랑이라 그런지 프로페셔널하게 맡은 일들을 잘하시더라고요. 많은 걸 느끼고 배웠죠. 하나하나, 아는 것도 다시 배운다는 느낌으로 집중하려 했어요."

채종협

▲ 남아공 유학→모델→배우, 채종협의 시작은 지금부터

채종협이 연기에 발을 담그게 된 과정은 조금 독특하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유학 생활을 하다가 모델 일을 시작했고, 모델 일을 하다가 접하게 된 연기에 큰 매력을 느껴 완전히 연기자로 전향했다.

"남아공에서 유학을 했는데, 시간이 지나며 저의 미래, 진짜 원하고 하고 싶은 게 뭔가를 고민하게 됐어요. 공부 쪽은 확실히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때부터 밖에 나가서 꿈을 찾기 시작했죠. 남아공에서 모델 일을 하던 한국인 형을 알았는데, 그 형의 추천으로 저도 모델이란 직업에 관심을 갖고 준비하게 됐어요. 그런데 제가 모델로서 매력이 없었는지, 현지에서 데뷔를 못했어요. '데뷔라도 하고 그만두자'는 오기로 한국에 와서 다시 도전했고, 여기서는 모델로 데뷔하는데 성공했죠. 그 때 에이전시 회사에서 미국 드라마 오디션 기회를 알려줘 준비하게 됐는데, 그 준비과정이 너무 좋았어요. 그 이후로 에이전시 실장님이 한 번 읽어보라며 시나리오들을 갖다 주시곤 했는데, 그걸 읽으면서 점점 더 연기라는 것에 빠져들었죠. 모델 일을 2년 정도 했을 무렵, 그때는 완전히 연기에 큰 매력을 느꼈고 연기에만 매진하고 싶다는 결심을 하게 됐어요. 그렇게 스물넷, 다섯 때쯤부터 본격적으로 연기를 시작했어요."

'스토브리그'는 프로야구에서 다음 새 시즌을 준비하는 겨울기간을 뜻한다. 가시적인 성과는 없지만, 그 스토브리그 기간을 어떻게 채우느냐에 따라 다음 시즌의 성적이 달라진다. 그래서 꼭 필요하고 중요한 시기다. 채종협에게 있어 인생의 스토브리그는 모델을 준비할 때와, 모델을 그만두고 드라마 '스토브리그'를 찍기 전까지의 시기다.

"아무래도 그 두 시기가 제 인생의 스토브리그가 아닐까 싶어요. 모델이 되기 위해, 배우가 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한 시간들이니까요. 모델에서 연기자가 된 건, 구단을 바꾼 거라 비유할 수 있을 거 같아요. 모델이 바이킹스였다면, 연기가 드림즈인 거죠."

채종협

1993년생인 채종협은 올해 스물여덟 살이 됐다. 남들보다 다소 늦은 나이에 연기를 시작했고, 3년 만에 지상파 드라마에 얼굴을 비췄다. 또래 다른 배우들보다 늦은 시작이지만, 채종협은 걱정만 하고 있다고 달라질 건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물론 조급한 마음이 있었죠. '저 사람은 되는데, 왜 난 안 될까'란 생각에 빠져있기도 했어요. 다 제가 부족하고 그만큼 준비가 덜 됐기에 그런 건데, 제 위치를 몰랐던 거죠. 전 늦게 시작했으니 더 노력하고 열심히 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늦은 시작에서 오는 불안감에 빠져있기보다는, 좀 더 노력해서 앞으로 다가올 일들을 더 앞당기면 되지 않을까 싶어요."

유민호로 성공적인 첫출발을 했지만, 채종협에게는 지금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대중에게 채종협에 대한 기존 이미지가 없었기에, '스토브리그'의 유민호가 더 찰떡같이 보이는 효과가 있었다. 하지만 이제 채종협에게는 '스토브리그 유민호'라는 이미지가 생겼다. 다음 작품에서 어떤 캐릭터를 맡을지 모르지만, 유민호가 아닌 그 캐릭터로 보이게끔 할 수 있을지는 이제 채종협의 연기자로서 역량에 달렸다.

"'진짜 유민호 같았다'는 칭찬을 많이 들어 뿌듯했지만, 그게 이제는 고민되는 부분이기도 해요. 기존에 제 이미지가 형성된 게 없어서 더 유민호로 보였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또다시 처음이라 느껴요. '스토브리그'로 데뷔했지만, 이다음 작품은 유민호라는 이미지가 있는 상태로 하는 첫 작품이 될 테니까요. 다른 작품에서 다른 캐릭터를 연기할 때도, 그 캐릭터로 보이고 싶은 마음이에요. 어떤 작품을 만나던, 그 작품 속의 캐릭터로 보이는 연기를 하고 싶어요."

채종협

[사진=백승철 기자]

강선애 기자 sakang@sbs.co.kr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광고 영역
광고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