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0일(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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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브스夜] '그것이 알고싶다' 전옥분 사망사건, DNA 감정 없이 유류품 분실한 경찰에 '유가족 비통'

김효정 에디터 작성 2020.03.01 01:03 수정 2020.03.01 16:21 조회 3,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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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알

[SBS연예뉴스 | 김효정 에디터] 전옥분 씨는 그날 어떻게 사망한 걸까?

29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사라진 여인, 사라진 증거 - 전옥분 사망 사건 미스터리'라는 부제로 전옥분 사망 사건에 대해 조명했다.

2003년 2월 15일 평택의 시골마을에서 한 구의 시신을 발견했다. 신원 파악이 힘들 정도로 백골화와 시랍화가 진행된 시신의 주인공은 동네 주민 전옥분 씨였다.

앞서 2002년 9월 26일 옥분 씨는 친정 조카 집들이에 참석하기 위해 친정 식구들과 함께 서울로 향했다. 그리고 그 이후 평택역으로 돌아온 옥분 씨는 마을 입구에서 버스에 내린 후 실종되었다.

그리고 실종 142일 만에 발견된 옥분 씨의 시신이 발견된 곳은 옥분 씨가 사라진 버스 정류장에서 400여 미터 떨어진 곳이었다.

당시 남편과 함께 서울로 가기로 했던 옥분 씨는 갑작스럽게 시어머니의 건강이 좋지 않아 혼자 오빠 부부와 함께 서울로 향했다. 그리고 평택역에 도착한 후 멀미 때문에 몸이 좋지 않은 올케 때문에 혼자 집으로 향했다.

또 하필이면 당시 옥분 씨는 휴대전화를 집에 두고 나왔고 이에 버스 정류장에서 만난 여고생에게 전화를 빌려 남편에게 돌아간다는 연락을 하고 혼자 버스를 탔다.

또한 그는 전날이 생일이었던 딸을 위한 피자를 사기 위해 버스를 놓치는 바람에 집 근처까지 오는 버스 대신 마을 입구까지 오는 버스를 타게 됐던 것.

휴대전화가 없어 연락이 어려웠던 옥분 씨. 이에 남편은 홀로 마을 입구에서 40분을 기다리다가 돌아왔고, 남편이 집으로 돌아간 20분 후 옥분 씨는 버스 정류장에 내렸고 그렇게 사라졌다.

시어머니가 아프지 않았다면, 휴대전화를 놓고 나오지 않았다면, 올케가 멀미를 하지 않았다면, 딸을 위한 피자를 사지 않았다면, 남편이 20분 더 버스 정류장에서 기다렸다면 달라졌을지도 모르는 옥분 씨의 운명. 이에 가족들은 모두 비참하게 죽은 옥분 씨가 자신들 탓이라고 생각했다.

바지가 벗겨진 상태로 대로변에서 발견된 옥분 씨. 이에 전문가들은 성범죄와 타살의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특히 당시 옥분 씨가 실종되기 몇 해 전 실종된 송혜희 양이 사라진 정류장이 옥분 씨가 마지막으로 목격된 정류장과 동일해 충격을 안겼다.

11시가 넘도록 돌아오지 않는 옥분 씨. 이에 남편 원돌식 씨는 아내를 찾으며 그녀의 친정 식구들에게 연락을 했다. 그리고 곧바로 평택경찰서로 가서 실종 신고를 하려 했으나 야간이라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에 혼자 미친 사람처럼 평택역 주변을 돌며 아내를 찾았다고 밝혀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원 씨는 다음날도 돌아오지 않은 아내 때문에 모든 일을 그만두고 아내 찾는 것에 몰두했다. 굶는 것은 다반사. 그는 일주일을 줄곧 굶어도 배고픈 줄을 몰랐다고 했다.

그리고 아내가 죽었다고는 생각하지 못하고 납치라고 생각했던 남편은 현상금을 걸어 전단지를 만들어 배포했다. 또한 그는 아내를 찾기 위해 '그것이 알고 싶다'에도 연락을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원 씨는 "이런 사건이 있는데 좀 알아봐 달라고 부탁을 했었다"라며 당시 방송사와 수사기관은 물론이거니와 청와대에도 편지를 보냈다고 했다.

실종 4개월 만에 시신이 발견되고 유류품 만으로도 옥분 씨라는 것을 짐작했지만 백골화된 시신 때문에 부검에 돌입했다. 하지만 하필이면 부검을 의뢰한 날은 대구 지하철 참사가 벌어진 날이었고, 이에 옥분 씨의 부검 결과는 시신 발견 2달 후에야 완료되었다.

제작진은 취재 중 마을 주민에게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었다. 옥분 씨가 실종된 다음날 옥분 씨가 내린 버스 정류장 근처에서 피자와 피자 박스가 엉망이 된 것을 발견했다는 것. 하지만 당시 어떤 누구에게도 말할 기회가 없었다고 아쉬워했다.

전문가는 "버스 시간이나 위치 환경을 잘 알고 있었던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단독범일 가능성이 높다"라며 "전형적인 성범죄로 보인다. 팬티는 가해자가 가져갔을 가능성이 높다. 다른 하나는 이상 심리, 성도착 내지는 연쇄 살인 사건에 대한 성취물로써 가져갔을 거다"라고 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같은 지역에서 여러 명의 여성이 희생됐을 가능성이 높다. 범인이 검거되지 않은 미제 사건을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라고 했다. 실제로 평택에는 범인을 찾지 못한 성범죄가 여러 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리고 당시 또 하나 특이한 일이 있었다. 옥분 씨 실종 다음날 옥분 씨의 카드를 주웠다는 이우영이라는 사람이 카드를 카드사에 직접 주워다 줬다는 것.

이에 전문가는 "타인의 카드를 습득하고 부정으로 사용하는 일은 있어도 습득자가 카드사에 굳이 와서 전해 주는 일은 보통 없다. 특이한 경우다"라고 말했다. 특히 그가 카드를 발견했다는 장소는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가기는 힘든 곳이었다. 그리고 카드사 또한 쉽게 찾을 수 없는 곳이었다.

전문가는 "실종부터 카드 발견 시점까지 12시간 정도이다. 피해자 시신이 발견된 지점과 카드가 발견된 지점, 그 동선과 공통점이 있는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라고 했다.

옥분 씨의 남편 원 씨는 "카드에서 지문이 나온 게 있냐고 물었는데 이슬이 많이 내려서 물이 묻으면 지문이 안 묻는다 라고 하더라"라며 당시 경찰의 반응에 대해 설명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카드를 습득한 이 씨에 대한 조사는 반드시 필요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 씨를 찾기 위해 총 200여 곳에 연락을 했던 제작진은 "이 씨의 신분이 가짜이거나 일용직 노동자일 가능성이 높다"라며 "왜 경찰은 그를 수사하지 않았냐"라고 다시 물었다.

또한 옥분 씨의 시신이 발견된 곳은 버스 정류장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대로변이었다. 이에 주민들은 "주변을 한 번이라도 수색했다면 충분히 발견했을 것이다"라고 했다.

당시 원 씨는 아내가 버스를 타고 정류장에 내렸다는 사실도 몰랐다. 경찰이 이 점에 대해 수사를 하지 않았던 것. 경찰이 옥분 씨가 버스를 탔다는 것을 확인한 것은 그녀에게 휴대폰을 빌려준 여고생을 찾은 후였다. 그리고 이는 옥분 씨의 시신이 발견된 이후였기에 충격을 더했다.

이에 당시 경찰은 "당시에 옥분 씨가 실종이 아닌 가출을 했다고 판단해 수사를 진행했다"라며 "남편을 의심하고 수사에 집중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에 옥분 씨를 아는 이들은 터무니없는 소문이라고 했다. 제작진은 당시 수사관들을 만났다. 그들은 "10년 전 일을 이렇게 이야기하는 건 좀 그렇지 않냐. 노코멘트다"라며 취재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리고 취재를 통해 옥분 씨의 사건은 변사사건으로 내사 종결된 것으로 드러났다. 형사는 "10년 동안 수사를 진행했지만 뚜렷한 증거나 용의자를 특정하지 못해서 변사 사건으로 내사 종결했다"라고 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또한 그들은 "왜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다시 수사를 할 필요가 있다. 적극적으로 경찰에서 살인사건으로 전환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그리고 부검 전문가는 "부검 사진과 감정서의 내용이 차이가 있다"라며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고개를 갸웃했다. 취재 결과 당시 부검에서는 성범죄가 의심될 경우 필요한 중요한 검사도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제작진은 당시 부검 담당자에게 연락을 했다. 당시 담당자는 자신이 직접 부검을 진행하지 않았다며 다른 이를 통해 자료도 없고 인터뷰를 할 생각도 없다고 밝혔다.

그리고 옥분 씨 시신 발견 당시 함께 발견된 11점의 유류품. 이 중 감정이 이뤄진 것은 시계 단 1점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형사는 "당시 수사관들이 6개월 후 발견되어서 오염이 되고 열에 노출이 되고 DNA가 발견될 확률이 낮다고 판단해서 감정을 하지 않았다"라고 했다.

이에 전문가는 "전혀 안 나올 거 같은 증거품에서도 범인의 DNA가 검출될 수 있다. 분석을 해서 안 나온 것과 하지 않아서 안 나온 것은 너무 다르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당시 증거물을 다시 분석하면 된다. 당시 안 했다면 해야 하는 게 당연하고 당시 했다고 해도 지금 더 정밀하게 분석을 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원 씨가 힘겹게 아내의 죽음을 다시 떠올린 것은 그 희망 때문이었다. 그는 "증거품에서 DNA가 나오지 않을까 희망을 걸고 있다"라며 "반지 하나도 가져온 게 없다. 모든 증거품이 다 경찰서에 있다. 신용카드도 못 돌려받았다. 보지도 못했다"라고 했다.

이에 제작진은 경찰에 당시 유류품을 보유하고 있는지 물었다. 이에 형사는 "당시 수사팀은 장례식장에서 유족분에게 박스에 넣어서 전달을 했고 소지품 인수서에 도장도 찍었다고 한다"라고 했다.

그러나 남편 원 씨의 주장은 달랐다. 그는 "전혀 받은 적 없다. 경찰이 거짓말을 하는 거다. 내가 남편인데 나한테 줘야 하는 거 아니냐. 이야기를 한 적도 없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제작진은 경찰 측에 유류품 전달에 관한 확인서가 있는지 물었다. 그러자 경찰은 "장기간 수사를 하고 담당자가 바뀐 상태다. 서류가 창고에 어느 정도 있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 확인 중이다"라고 했다. 그리고 현재까지도 확인서를 발견했다는 연락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원 씨는 "다 틀렸네. 너무 화가 나네 정말. 이렇게 수사를 한지는 몰랐다. 시신 발견하고 경찰서를 거의 매일 갔다. 그 모든 게 헛수고 아니냐. 애타는 그런 마음을 알고 수사를 했어야 하는 거 아니냐"라며 "방송으로 범인을 좀 찾아달라. 이제 이것밖에 없다"라고 말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이에 전문가는 "화성 연쇄 살인사건의 이춘재의 경우에도 증거품을 경찰서에서 보관하고 있었기 때문에 범인 특정이 가능했다"라며 "적어도 공소시효까지는 증거품을 보관해야 한다. 그래야 사건 해결에 도움이 된다"라고 말해 안타까움을 더했다.

지난 2월 16일 원 씨는 아들과 함께 아내의 묘지를 찾았다. 이날은 옥분 씨가 살아있었다면 환갑을 맞은 날이었다. 사갑이라 불리는 망자의 환갑을 치러주기 위해 아내를 찾았던 것.

원 씨는 "살아생전에 다 못해주니까 이승에서 해줘야 하는데 그게 안타깝다"라며 "아직 아내와 지키지 못한 약속이 있다. 범인을 잡아야 한다. 그게 내 큰 소망이다. 그래야 간 사람의 한을 풀어주지 않을까"라며 슬퍼했다.

마지막으로 방송은 "이제라도 지금의 기준에 맞게 수사를 진행해주기 바란다. 증거품에 남은 지문이나 DNA 감정뿐만 아니라 당시 피해사실 조차 신고하지 못한 일은 없는지 내사 종결한 또 다른 변사 사건은 없는지 조사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2020년의 경찰들이 해야 할 일이다"라고 일침 했다.

그리고 방송도 사건이 해결될 때까지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하며 당시 옥분 씨의 카드를 습득했던 이우영 씨의 연락과 사건에 대해 알고 있는 이들의 제보를 기다린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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