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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브수다]어느덧 25년차 배우, 박은빈에게 '스토브리그'가 특별한 이유

기사 출고 : 2020-03-05 09:5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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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빈

[SBS 연예뉴스 | 강선애 기자] 박은빈은 벌써 데뷔 25년 차 배우다. 다섯 살 때 데뷔해 인생의 대부분을 배우라는 이름으로 연기를 하며 지냈다. 중견배우 못지않은 경력으로 수십 편의 작품에 출연해오며, 이제 웬만한 작품 출연에는 특별한 감흥이 없을 것처럼 보이는 박은빈에게도, SBS 는 소중한 작품으로 남았다. 성인이 된 후 지상파 드라마 주연으로서 자신의 캐릭터와 작품이 모두 호평을 받으며 이렇게 성공적인 결과를 얻은 건 처음이기 때문이다.

시청률 20%로 시청자의 큰 사랑을 받으며 종영한 드라마 (극본 이신화, 연출 정동윤)에서 박은빈은 프로야구 만년 꼴찌팀 드림즈 구단의 운영팀장 이세영 역을 맡아 걸크러쉬 면모와 인간미 넘치는 매력을 뽐내며 캐릭터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특히 이세영이 안하무인 제멋대로 선수에게 "선은 네가 넘었어!"라고 소리치며 유리컵을 던져 깨뜨리는 장면은 '스토브리그' 최고의 명장면으로 남았다. 또 마지막 회에서 한국시리즈 첫 경기에 나서며 결의에 찬 드림즈 선수들, 프런트 동료들 뒤에서, 떠나간 백승수(남궁민) 단장에 대한 그리움으로 아련하게 빛나던 이세영의 눈빛을 잊지 못한다. 박은빈은 이세영, 그 자체였다.

사실 작고 귀여운 아역배우로 시작해 어떤 작품에서든 맡은 역할을 착착 잘 해내 온 박은빈이다. 그런데, 몰랐다. 그녀가 이토록 걸크러쉬 폭발하는 캐릭터도 잘 소화할 줄은. 그리고 작품에서 중요한 한 축을 이렇게 든든하게 잘 지탱해줄 줄은. 25년이나 보아 온 박은빈이지만, 아직 우리는 모르는 게 많다.

박은빈

Q. 가 인기리에 잘 끝났어요. 종영한 지 꽤 됐는데도 여전히 그리워하는 팬들도 있고요.
박은빈: 끝까지 잘 마무리할 수 있어서 너무 다행이었죠. 이렇게 종영하고 시간이 좀 흘렀는데도, 여전히 관심 가져주시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이 인터뷰를 읽어주시는 분들께도, 다시 한번 감사하다 말하고 싶어요.

Q. 사실 '스토브리그'가 방영 전에는 그렇게 큰 주목을 받던 작품은 아니었는데, 방영 이후 시청률이 쭉쭉 올라가 20%까지 찍었어요. 이런 뜨거운 인기, 예상했나요?
박은빈: 전작 이후 '스토브리그'가 방영되기까지 공백도 있었고, 솔직히 시청자의 기대치가 좀 낮다는 걸 감안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이렇게 높은 시청률이 나올 줄이야. 정말 예상 못 했죠. 그만큼 우리가 내세우는 이야기의 힘이 강했고, 시청자가 그걸 지나치지 않고 봐주셨다고 생각해요. 시청률에 연연하지 않는 편이라, 시청률이 막 오를 때에는 개인적으로 좀 아득한 느낌이었어요. 전 그로 인해 현장이 즐거울 수 있었다는 거 하나만으로 충분히 감사함을 느끼며 촬영했던 거 같아요.

Q. 실제 프로야구 프런트에서 운영팀장은 나이도 경력도 많은 남자가 맡아요. 극 중 최연소, 최초의 여성 운영팀장이란 설정이, 동안 이미지의 박은빈과 잘 어울리겠냐는 우려가 초반에 많았어요. 드라마가 방영된 이후에는 박은빈과 이세영이 너무 찰떡이라, 그런 목소리가 쏙 들어갔지만요.

박은빈: 실제 운영팀장님들을 만난 적이 있는데, 저희 아빠 같은 느낌이었어요.(웃음) 그분들의 연륜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 무게감을 제가 따라잡을 수는 없겠구나 생각했죠. 제가 그랬으니, 시청자 분들은 오죽했겠어요. 당연히 예측 가능한 반응들이었죠. 그래서 제가 더 고민이 많았어요. 어떻게 하면 좀 더 운영팀장다운 모습을 보일 수 있을까, 운영팀장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 고민하고 또 고민했죠. 촬영장에서 감독님을 비롯해 많은 분들이 제게 "멋있다"며 힘을 불어넣어주셨고, 지지를 많이 해주셨어요. 그 덕에 제가 건강하게 끝까지 촬영을 잘 마무리할 수 있었던 거 같아요.

박은빈

Q. 야구가 소재인 드라마이다 보니, 대부분이 남성 캐릭터였어요. 그 속에서 여성 운영팀장으로서, 또 많은 캐릭터와 갈등하고 해결하는 역할을 해내는 게 쉽지 않았을 거 같아요.
박은빈: 이렇게 저보다 연령대가 다 높고 남자 선배들이 많은 작품은 '무인시대' 이후 정말 오랜만이었어요. 마케팅팀장 임미선 역의 김수진 선배한테 의지를 많이 했죠. 자기가 열 몫을 해주겠다고 말씀해주시더라고요.(웃음) 세영이는 백승수나 김경민(오정세)처럼 양면성을 지니지 않고, 겉과 속이 같은 투명한 캐릭터라 생각했어요. 그래서 감정의 역동을 그대로 드러낼 줄 알고, 아닌 건 아니라고 확실히 말할 수 있는 용기가 있었죠. 그 지점이 정말 세영이 멋있는 사람이라고 느낀 부분이었어요. 또 세영이는 평소에는 친절하지만, 욱할 때는 인격이 바뀐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임팩트를 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운영팀장으로서 능력이 있으니 그 자리까지 올라갔겠지, 하는 느낌을 주는 것에 중점을 두면서도, 한 번씩은 옳은 말을 할 수 있는 캐릭터야 한다고 분석했어요.

Q. 그럼 이세영과 비교해 실제 성격은 어떤 편이에요?
박은빈: 전 세영이처럼 화를 많이 내는 사람은 아니에요. 참으려고 노력하는 사람이죠. 인내하는 제 자신에게 칭찬해 주는 편인데, 이번 세영 캐릭터를 하면서 화를 참고 버티는 게 능사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세영이처럼 하고 싶은 말, 자기주장을 확실히 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다짐하게 됐어요. 좀 더 현명한 방법으로 인생을 살아보려 해요.

Q. 시청자 반응도 뜨거웠어요. 이세영이 너무 멋있고, 그걸 연기한 박은빈의 매력에 빠졌다는 칭찬들이 많았죠. 인상적인 시청자 반응이 있다면요?

박은빈: 세상에 정말 이세영 같은 사람이 있다는 걸 느꼈어요. 어떤 분이 제게 SNS 메시지를 보내왔는데, 스포츠 쪽에 열정을 쏟아 일하고 싶은 마음은 있으나 주저하고 있었는데 의 이세영을 보며 마음을 다잡고 확실히 진로를 정할 수 있게 됐다고, 그런 이세영을 연기해 준 저한테 고맙다는 내용이었어요. 그 메시지를 보며 매체의 영향력이 좋은 방향으로 향하면 누군가에게 큰 의미가 될 수 있구나, 싶어 제가 오히려 다행이라 여겼어요. 그분한테도 너무 고마웠고요.

박은빈

Q. 백승수 역 남궁민, 한재희 역 조병규 씨와의 연기 호흡은 어땠나요?
박은빈: 남궁민 오빠는 연기 열정이 정말 큰 거 같아요. 매번 본인의 모니터를 보며 남이 봤을 땐 충분히 훌륭한 연기였는데도 자신은 괴로워하며 끊임없이 연구해요. 세영이가 드림즈에 열정을 갖고 사랑하는 만큼 열심히 하듯, 남궁민 오빠도 진심으로 연기를 하는 분이라 생각했어요. 병규는 정말 똑똑한 친구 같아요. 앞서 '청춘시대'에서 짧게 만났던 터라 이번에 다시 만나 내적 친밀도가 있다 보니 금방 친해질 수 있었어요. 현장에 저보다 어린 또래는 병규가 유일해서 더 편하고 재밌게 촬영할 수 있었죠. 서로 연기에 대해 의견을 공유할 수 있는 좋은 파트너였어요.

Q. 그동안 수많은 작품을 해왔지만, 과정이나 결과적으로나 가 배우 박은빈에게 보다 특별하게 다가올 거 같아요.
박은빈: 성인이 된 이후부터는 작품마다의 책임감이 막중하게 느껴져 스스로 부담감을 지니고 있었어요. 그래서 작품을 선택할 때도 항상 신중하고자 했죠. 신중하게 골라도 뒤돌아보면 만족할 만한 성과를 내지 못해 저 자신을 탓하기도 했어요. 그런 생각들을 정리하면서, 저 스스로가 좀 더 가벼워질 필요가 있겠다 생각하던 무렵에, '스토브리그'를 만났죠. 극이 가진 흡인력이 대단하더라고요. 별 고민 없이 출연을 결정했고, '이제 좀 쉽게 생각해보자'라고 마음먹고 하게 된 첫 작품이 '스토브리그'예요. 그래서 이번 작품은 제게 더 의미 있는 거 같아요. 또 저한테 있어서 지상파에서 시청률로 흥행작이라 할 만한 작품을 남겼다는 것도 다행이라 생각해요. 그래서 또 부담이 생기긴 했지만요. 다시 덜어내고 가벼워지려 하고 있어요.

Q. 아역배우로 데뷔해 중간에 사라지는 배우들도 많은데, 20년 넘게 배우의 길을 걸어왔어요. 연기적으로도 늘 칭찬받고 있고요. 아역배우 출신의 가장 모범적인 예라고 생각되는데, 이렇게 잘 자랄 수 있었던 이유가 있을까요?

박은빈: 제 천성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모난 성격이 아니에요. 예의 바른 꼬맹이였던지라, 어른들께 칭찬받으며 자랐고, 그게 제가 일에서 얻는 성취감과도 연결됐던 거 같아요. 감사하게도 아역 때 스쳐 지나가는 역할이 아니라 주연의 아역 연기를 주로 해서, 적게는 1~2부, 많게는 8부까지 작품을 이끌곤 했어요. 그래서 어렸을 때부터 책임감을 남다르게 가질 수밖에 없었죠. 저로 하여금 작품에 폐가 되면 안 된다는 확실한 목표가 있었으니까요. 그 책임감을 바탕으로, 연기자로서의 삶도, 학생으로서의 삶도, 놓치는 거 없이 잘 지내왔고, 지금까지 연기를 하고 있는 거 같아요.

박은빈

Q. 그래도 너무 어릴 때부터 배우의 길을 걸어온 거라, '다른 직업을 가졌다면 어땠을까' 하는 꿈을 꾼 적도 있을 거 같은데요?
박은빈: 연기를 하는 와중에도 꿈은 많았어요. 화가, 정신과 의사, 패션디자이너, 교수, 상담가 등 늘 학교 장래희망 란에는 배우 말고 다른 뭔가를 꼭 적어 넣었어요. 그런데 누군가 그런 말씀을 해주시더라고요. '네가 꿈이 많았기 때문에, 배우가 잘 맞는 거 아니냐'라고. 그 말이 와 닿았어요. 제가 언제 프로야구 운영팀장이 되어보겠어요. 연기를 하면서, 새로운 직업군을 체험해 볼 수 있다는 게 정말 매력적인 거 같아요.

Q. 어릴 적에 연기를 시작해 처음부터 연기의 맛을 알았을 거 같지는 않아요. '내가 연기하기 잘했구나' 싶은, 연기의 즐거움과 참맛을 알게 해 준 작품이나 캐릭터가 있다면요?
박은빈: 그동안 제 연기에 대한 만족도를 따지자면, 지나고 나면 부끄러운 게 많아요. 내가 이게 최선이었나, 지나간 것에 대한 자괴감을 느끼기도 했고요. 그러다 연기에 대한 즐거움을 깨닫게 해 준 게, '비밀의 문'에서 혜경궁 홍 씨 역할을 할 때였어요. 그때 캐릭터를 흡수하는 게 정말 재미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연기했었고, 그래서 지금까지도 가장 애착이 많이 가는 캐릭터 중 하나예요. 그때가 스물세 살이었는데, 연기에 대해 다각도로 생각해보는 또 한 번의 전환점이 됐었죠. 그 후로는 한해 한해 시간이 갈수록 성숙도에 따라 연기에 대한 마음가짐이 달라지는 거 같아요.

Q. 그렇게 오래 연기를 해왔어도, 박은빈은 배우로서도, 한 인간으로서도 계속 성장 중이군요.

박은빈: 앞으로 제가 어떤 선택을 하는 게 괜찮은 건지 나중에 결과를 봐야 평가를 내리겠지만, 일단은 뭐가 됐든 여태까지 그래 왔던 것처럼 열심히 할 거예요. 그러면서 새로움을 찾기 위해 계속 고민도 하겠죠.

박은빈

[사진제공=나무엑터스]

강선애 기자 sakang@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