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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브수다] 하도권, 우리의 '스토브리그'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기사 출고 : 2020-03-08 15:38:36

조회 : 1559

하도권

[SBS 연예뉴스 | 강선애 기자] 보통 배우 인터뷰를 진행하면 매니저, 스타일리스트, 소속사 홍보팀 관계자 등 당사자 외에 여러 스태프가 함께 따라온다. 언론에 최상의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직업이기에 당연한 과정이다. 그런데 배우 하도권(43·본명 김용구)은 기자를 살짝 놀라게 할 만큼 혈혈단신이었다. 홀로 언론사를 찾아온 그는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은 채 사진 촬영과 인터뷰를 척척 진행했다.

"소속사가 아직 없어요. 이렇게 혼자 다니는 게 익숙해요. 여기까지도 제가 차 운전해서 직접 왔는걸요."

하도권은 3월부터 935엔터테인먼트와 전속계약을 체결해 소속사가 생겼지만, 그전까지는 소속사 없이 모든 걸 혼자서 해결했다. 누군가의 '관리'를 받는 게 아직 익숙지 않다는 그였다. 소박하고 꾸밈없는 그의 모습에서 '연예인'이라는 거리감은 찾아볼 수 없었다.

하도권은 본인의 이름보다 '강두기'라는 캐릭터 이름이 더 익숙한 배우다. SBS 드라마 (극본 이신화, 연출 정동윤)에서 국가대표 1선발 투수 강두기 역을 소화하며 전 국민적인 사랑을 받았다. 이제 어디를 가든 "'스토브리그' 강두기 아니에요?"라며 알아보는 사람이 많다. 혼자 스케줄 다니면서 연기하던 그가 몇 달 사이에 갑자기 큰 주목을 받게 됐다. 하도권은 아직도 이런 인기가 실감이 안 난다며 "기적 같은 일"이라 했다.

갑작스러운 대중의 사랑과 배우로서의 인정, 물론 기쁜 일이다. 하지만 하도권은 들떠 있지만은 않았다. 지금의 인기는 사막을 걷던 중 만난 '오아시스' 같은 것이고, 잠깐 목을 축인 후 다시 사막으로 나아가 앞으로 걸어 나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순간의 인기에 취하지 않고 제대로 현실을 직시할 줄 아는 그였다.

하도권은 강두기만큼 자기 일을 사랑했고, 신념이 확실했다. 반면, 딱딱하기만 했던 강두기와 달리 섬세하고 유쾌한 입담도 갖춘 사람이었다. 그래서 강두기보다 오히려 더 인간적으로 느껴졌다.

하도권

Q. 드라마 종영하고 시간이 꽤 흘렀는데, 강두기에서 좀 벗어났나요?
하도권: 아직도 아쉬워요. 벗어나는데 시간이 좀 걸릴 거 같아요. 저뿐만 아니라 다른 배우들도 다 그래요. 그 세계에 푹 빠져 있었는데, 갑자기 그 세계가 끝나버렸다고 하는 거 같아요. 마음의 준비도 안 됐는데. 다들 공허하다고 해요.

Q. 그만큼 배우들도 시청자도 에 푹 빠져있던 지난 몇 달이었죠. '스토브리그'가 이렇게 큰 호평을 받고 시청률 20%을 달성할 지, 예상 못했죠?
하도권: 기적 같은 일이 벌어진 느낌이죠. 아직까지도 이게 현실로 체감이 잘 안 돼요. 너무 감사한 일인데, 아직도 남 얘기 같고, 다른 연예인한테 일어난 일인 거 같고 그래요.

Q. 가족들이 많이 좋아할 거 같아요. 특히 두 자녀가 아빠를 자랑스럽게 생각하겠어요.

하도권: 딸이 중2, 아들이 초등학교 5학년인데, 특히 아들이 정말 좋아해요. 아들한테는 제가 지금 하나님이에요. 절 바라보는 눈에서 존경의 마음이 느껴져요.(웃음) 집에 TV가 없어서 드라마 전체를 같이 보지는 못했지만, 제가 나오는 분량은 "아빠가 추운 날 고생해서 찍은 거야"하며 같이 보곤 했어요. 아이들이 보면서 너무 좋아하더라고요.

하도권

Q. '스토브리그' 합류는 어떻게 하게 된 건가요?
하도권: 친한 캐스팅 디렉터가 처음부터 강두기 역할로 미팅하고 싶다며 대본을 보내왔어요. 감독님이 절 보시더니 오디션도 안 보고 바로 강두기 역할로 캐스팅 해주셨어요. 전작 에서 격투기 선수 역할을 했던지라 몸을 만들어 놓은 상태였는데, 그 모습에서 강인하고 우직한 느낌의 강두기를 매칭 하셨나 봐요. 바로 "강두기 부탁합니다"라고 하시더라고요.

Q. 감독님도 하도권 아닌 강두기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첫 만남부터 완벽한 싱크로율을 느꼈었나 보네요. 그렇게 캐스팅이 된 후, 강두기로 거듭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나요?
하도권: 감독님이 몸을 조금 더 키우면 좋겠다고 하셔서, 몸집 키우기에 돌입해 5kg 정도 증량했어요. 진짜 투수처럼 보이고 싶어서 근육은 지워 나가며 체중만 불렸죠. 그리고 야구 투구폼 만들기에 집중했어요. 강두기라는 캐릭터가 국가대표 1선발, 우리나라에서 가장 강력한 투수라는 설정이다 보니 완벽한 투구폼이 필요했어요. 일주일에 3~4회씩 투구 레슨을 받고, 실제 프로야구 투수 출신의 배우 김기무 씨한테도 따로 도움을 받았어요.

Q. 그런 연습의 결과인지, 실제로도 정말 공을 잘 던진다고 하던데요? 선수 역할을 한 배우들에게 물으니 하도권이 제일 야구를 잘한다고 입을 모으더라고요. 아마추어는 구속 100km를 넘기기 힘든 걸로 알고 있는데, 최고 구속이 108km까지 나간다면서요.
하도권: 강두기란 캐릭터가 주는 부담감 때문이었던 거 같아요. '내가 제일 잘 던져야 한다', '가장 투수다워야 한다'는 생각에 더 던지고 더 노력했죠. 잘한다는 칭찬을 들으니 뿌듯하긴 해요. 드라마에 어떤 장면은 CG의 도움 없이, 제가 던진 모습 그대로 방송에 나간 것도 있어요. 고생한 보람이 있구나, 싶어요.

Q. 경험한 적 없는 야구를, 그것도 단기간에 투구 연습을 많이 해서 몸에 무리가 갔을 거 같은데요.

하도권: 어깨는 괜찮은데, 사실 팔꿈치가 아파 계속 치료 받고 있어요. 새삼 실제 투수 분들이 얼마나 대단한지 느꼈어요. 이런 고통을 이겨내고 그렇게 던진다는 게, 정말 굉장한 거 같아요.

하도권

Q. 그렇게 강두기의 피지컬을 만들었다면, 강두기의 내면 연기는 어떻게 표현하려 했나요? 우직한 강두기는 표정 변화가 크지 않아서, 연기하기 오히려 더 까다로웠을 거 같아요.
하도권: 맞아요. 강두기는 우직한 성격만큼 과한 표정을 안 지어요. 그걸 무표정으로만 연기하면 강두기의 세밀한 심리 변화가 전달이 안 될 거 같아, 그 가운데의 밸런스를 찾는 게 저한테는 숙제였어요. 그에 대한 해답은 촬영을 해 나가면서 찾아갔어요. 강두기의 몸이 익숙해지면서 말도, 표현도, 조금씩 더 강두기스럽게 잡아간 거 같아요.

Q. 는 드림즈 선수단을 연기한 배우들의 팀워크가 정말 좋았던 걸로 유명하죠. 자신들이 진짜 야구선수가 된 것처럼 과하게 몰입하고, 정말 한 팀처럼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이 애틋했어요.
하도권: 팀워크는 정말 판타스틱했죠. 이런 동료들과 또 이렇게 즐겁게 촬영할 수 있을까 싶어요. 나이도, 성격도, 고민하고 있는 지점도 비슷해서 공감대가 잘 형성됐어요. 단톡방이 있는데, 여전히 다들 말이 많아요.(웃음) 다들 너무 보고 싶어 하고, 같이 밥 먹자며 만나자고 해요. 드라마는 끝났지만, 아직 그 세계에서 다들 벗어나지 못하고 허전해해요. 우리의 스토브리그는 아직 안 끝난 느낌이에요.

Q. 강두기와 비교해, 실제 하도권은 어떤 성격인가요?

하도권: 강두기의 모습도 어느 정도 제 안에 있죠. 강두기가 갖고 있는 철학, 화법 같은 건 실제 저와 비슷해요. 다른 점은, 강두기에 비해 전 실력이 부족해요. 강두기는 모든 걸 다 이룬 최고의 야구선수이고, 전 아직 배우로서 이룬 게 없는 '미생'이죠. 또 강두기만큼 정의롭지도 않고, 강두기만큼 강하지도 않아요. 전 여리고, 강두기보단 섬세해요.

하도권

Q. 배우로서도, 한 인간으로서도, 가 많은 면에서 의미 있는 작품으로 남을 것 같아요.
하도권: 정말 따뜻한 작품이었어요. 모였던 사람들도 정말 드림즈 같았고요. 그래서 다들 현실과 혼동할 정도로 작품에 더 몰입할 수 있었죠. '스토브리그' 속 드림즈의 성장처럼, 저도, 배우들도, 스태프들도 다 같이 성장했어요. 집중 못 받던 중년의 배우들이 이 드라마를 통해 같이 주목받게 됐죠. 우리 모두가 '미생'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캐스팅은 화려하지 않지만, 우리와 다를 바 없는 보통의 사람들이 올바른 방법으로 성공해 나가는 모습에서 희열을 느끼지 않았나 싶어요. 그래서 더 공감을 얻었고요. 개인적으로 조금은 이 길에 대해 확신이 무너지고 자신감이 떨어지던 시점에, '스토브리그'와 드림즈를 만났어요. 단물을 잘 축이고 다시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은, 감사한 작품이죠.

Q. 에 대한 애정이 정말 대단하네요.
하도권: 특히 이신화 작가님, 정동윤 한태섭 감독님한테 감사하단 말을 꼭 전하고 싶어요. 종방연 때 이신화 작가님이랑 눈이 마주쳤는데 서로 부둥켜안고 엉엉 울었어요. 작가님은 제가 연기하는 모습을 보며 강두기를 점점 그려나갔다고 하더라고요. 뒤로 갈수록 제게 맞춰서요. 그래서 작가님과는 대본으로 편지를 주고받는 느낌이었어요. 마지막 16화에 코치가 강두기한테 "성악해도 되겠다?"라고 하는데, 그건 애드리브가 아니라 작가님이 써 준 대본 그대로예요. 그만큼 제 모습을 대본에 녹여주신 거죠. 작가님도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을 텐데, 그 감사한 마음을 다 표현할 수 없어요. 또 강두기란 세계를 만들고 딱 맞는 옷을 입혀주신 감독님들의 노고에도 정말 감사할 따름이에요.

Q. 그동안 출연한 드라마가 전부 SBS 작품이에요. 차기작으로 결정된 '펜트하우스'까지도요.

하도권: 그러게요. 그래서 SBS 직원이란 이야기도 있어요.(웃음)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어요. '펜트하우스'는 작가, 감독님 작품이라 그 인연으로 하겠다고 했어요. 대본도 전혀 못 본 상태에서, 감독님이 같이 하자고 하길래 바로 하겠다고 했죠. 전 사람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말로 하는 칭찬보다, "또 같이 해보자"라는 제안은 정말 그 사람에 대한 신뢰에서 나올 수 있는 거잖아요. '펜트하우스'는 4월부터 촬영에 들어가는데, 성악 선생님 역할이란 것만 알아요. 제가 성악을 전공했으니, 작품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하도권

Q. 서울대 성악과 출신으로 뮤지컬 배우로 꽤 오래 활동하다가 드라마로 넘어왔어요. 매체 연기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계기가 있었나요?
하도권: 2004년에 뮤지컬 배우로 데뷔해 10년 넘게 뮤지컬을 하다가, 드라마로 온 지 5~6년 정도 됐어요. 더 자유롭게 연기하고 싶단 마음이었어요. 뮤지컬은 음악이란 장르에 갇혀있는 면이 있어요. 내가 잘할 수 있는 노래를 뺀다면, 과연 얼마만큼 연기할 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어요. 또 무대 연기는 직접 모니터를 할 수 없어요. 무대 위에서 하면 끝이니까요. 매체연기는 연기를 한 이후에 작품이 남으니, 제3자의 눈으로 다시 볼 수 있다는 게 매력적이라 생각했어요.

Q. 그렇게 시작하게 된 드라마 연기, 해보니 어떻던가요?
하도권: 너무 좋아요. 뮤지컬 무대에서의 인물들은 장르 특성상 과장해서 연기하고, 대사를 노래로 표현하곤 해요. 반면, 드라마 연기는 정말 그 인물 자체가 되어야 하죠. 다른 사람의 삶을 제가 입고, 그 새로운 삶을 살아 본다는 게 너무 매력적이에요. 또 그렇게 나온 결과물을 보면 짜릿한 희열이 느껴져요.

Q. 로 이제 빛을 보기 시작했지만, 잘하던 뮤지컬을 때려치우고 드라마 연기를 하겠다고 했을 때 아내 분이 많이 반대했을 거 같아요.

하도권: 당연하죠. 아내가 성우인데, 본인도 방송생활을 해봐서 이게 얼마나 불확실한 일인지 잘 알았죠. 그래서 처음에는 안 했으면 좋겠다고 했어요. 제가 대학교 뮤지컬학과에서 강의도 하고 있었는데, 아내가 학교 강의를 계속하는 조건으로 도전을 허락해 줬어요. 그래서 강의도 하면서 계속 매체연기의 문을 두드렸죠. 지금은 아내가 많이 기뻐해요. 그동안 고생하고 기다린 거에 대한 보람도 느끼고, 막연했던 가능성에 대한 구체적인 희망을 얻게 된 거 같아요. 이해해준 아내에게 고맙죠.

하도권

Q. 뮤지컬에서 매체연기로, 게다가 젊은 나이도 아닌데 넘어온다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잖아요. 그런데 과감하게 도전했고, 결국 성공을 이뤘어요. 다른 뮤지컬 배우들에게 희망이 될 거 같아요.
하도권: 제 또래의 뮤지컬 배우들에게 연락이 많이 오긴 해요. 전 운이 좋았던 거라, 딱히 조언해 줄 수 있는 게 없어요. 그래도 나이 많은 배우들에게 희망의 증거가 되면 좋겠어요. 저 같은 사람도 이렇게 사랑 받을 수 있는데, 그들도 제 모습을 보면서 계속 도전했으면 좋겠어요.

Q. 본명은 김용구잖아요. 하도권이란 예명은 어떻게 지은 건가요?
하도권: 배우 하비에르 바르뎀을 너무 존경하는데, 그와 형제로 엮이고 싶다는 생각에 '하' 씨를 가져왔어요.(웃음) 거기에 도권이란 이름은 이끌 도(導), 권세 권(權) 자를 써서, '세상을 이끈다'는 의미를 담았고요. 방송 쪽 일은 새롭게 신인의 마음을 시작하자는 뜻에서 예명을 지었어요.

Q. 와 강두기가 너무 큰 사랑을 받아서, 차기작에 대한 부담이 따를 거 같아요.

하도권: 걱정되긴 하지만, 저도 나이를 먹은 만큼 알 건 알아요. 이게 계속 나아가는 과정에서 잠깐 만난 단비 같은 오아시스라는 걸요. 조금 누리고 다시 사막으로 나아가야죠. 배우로서 일희일비하고 싶지 않아요. 갑자기 커진 인기에 안주하지 않고, 이게 사라지더라도 한걸음 한걸음 꾸준히 나아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하도권

[사진=백승철 기자]

강선애 기자 sakang@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