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9일(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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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트롯' 김수찬의 승부수…점수는 잃었지만 팬을 얻었다

김지혜 기자 작성 2020.03.07 11:48 수정 2020.03.07 11:53 조회 7,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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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찬

[SBS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300:0

충격적이었다. '제로섬' 방식의 룰이 낼 수 있는 가장 잔인한 결과가 나왔다. 앞선 무대에서도 한 차례 나온적 있는 스코어지만 이 무대만큼 충격적이진 않았다.

5일 밤 방송된 TV조선 '미스터 트롯' 준결승 2라운드 '1대1 한곡 대결'에서 임영웅과 김수찬의 희비가 엇갈렸다. 임영웅이 마스터 점수 300점을 얻어 1위로 결승에 안착했고, 1라운드 6위였던 김수찬은 마스터 점수를 1점도 얻지 못하며 결승 문턱에서 고배를 마셨다.

김수찬이 자초한 결과였다. 준결승 1라운드를 마친 후 그에게는 2라운드 '1:1 한곡 대결의 상대'를 고를 수 있는 우선권이 주어졌다. 약체로 보이는 상대를 뽑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김수찬은 모두들 기피하는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 임영웅을 선택했다. 그는 이런 과감한 선택을 한 이유에 대해 "존경하는 선배들 앞에서 완성도 있는 무대를 선보이고 싶다"고 말했다.

김수찬

김수찬은 기부금 팀미션부터 상승세를 타고 있었다. 에이스전에서는 댄서도 없이 홀로 무대를 채우며 임영웅을 위협하는 방청객 점수를 얻기도 했다. 또 이날 1라운드에서도 '첫 정'을 맛깔나게 소화해내며 원곡자 주현미의 극찬을 받았다.

'1:1 한곡대결'에서 만난 김수찬과 임영웅이 고른 곡은 주현미의 '울면서 노래하네'였다. 선공은 김수찬이 펼쳤다. 묵직한 저음을 바탕으로 가사에 걸맞는 감성을 뽑아냈다. 마지막 무대일 수 있는 경연에서 신동 출신의 프로 다운 역량을 보여줬다.

2절은 임영웅의 몫이였다. 화려한 테크닉에 돋보이는 완급조절까지 자랑하며 마스터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1,2절을 나눠 부른 두 사람은 화음을 만들어내며 무대를 마무리 했다.

김수찬의 바람대로 완성도가 두드러진 무대였다. 그러나 미션의 룰은 절대 평가가 아닌 상대 평가였다. 한 사람만 선택해야 하는 미션에서는 잘한 사람보다 더 잘 한 사람이 이기는 법이다. 마스터들은 두 사람 모두를 칭찬했지만 점수는 한 사람에게로만 향했다.

김수찬

김수찬은 본인의 선택에서 비롯된 결과를 받아들였다. 무대를 마치고 내려가면서도 행여나 임영웅이 미안해할까봐 거듭 괜찮다고 말하며 '후회없음'을 강조했다.

생각해보면 '미스터 트롯' 방송 초반, 김수찬은 높은 기대치에 비해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팀 미션에서 '악마의 편집'에 희생양이 된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팀원 간 갈등만 부각되고, 해결 과정은 공개되지 않아 좋지 않은 이미지를 얻기도 했다.

그 사이 스포트라이트는 다른 참가자들에게로 옮겨갔다. 어쩌면 그 기간 동안 칼을 갈았는지도 모르겠다. 기부금 팀미션부터 저력을 보이더니 준결승에서 던진 승부수로 가장 드라마틱한 퇴장을 하게 됐다.

어쩌면 탈락하더라도 가장 강한 상대와 만나 최고의 무대를 만들고 내려가는 것이 경연에 대한 후회를 남기지 않는 최선이라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경연의 룰은 잔인했다. 실력 차이와 취향 차이가 있다 해도 프로 가수인 김수찬이 마스터 점수 0점을 받을 무대는 분명 아니었다. 시청자들도 김수찬의 탈락이 아쉬웠던 것일까. 방송 직후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를 가져가며 가장 큰 화제를 모았다.

김수찬

경연은 마친 김수찬은 "존경하는 남진선생님을 비롯하여 주현미, 설운도 선생님들이 자리해주셨던 경연이었던 만큼 제 이름이 호명됐을 땐 그냥 경쟁이라는 생각보단 그 선생님들께, 대중 분들께 '멋진 무대 보여 드려야겠다'라는 생각 뿐이었다. 어제 방송 보니 예상대로 영웅이 형과 멋진 무대가 나온 것 같다"고 만족해 했다.

이어 "5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미스터 트롯'이라는 프로그램을 만나 매 경연이 소중하고 가수로서 의미 있는 무대를 꾸밀 수 있어서 정말 값지고 행복했다. 어떤 결과가 있더라도 '미스터트롯'은 김수찬의 가수 인생에 걸림돌이 아닌 디딤돌이 될 거라는 그 말은 변치 않을 거다"라고 담백한 담백한 탈락 소감을 전했다.

글 말미에는 "저 떨어졌다고 가수 관두는 거 아니에요! 김수찬 응원하시는 팬 분들 앞으로도 지금처럼 진심어린 응원과 사랑 보내주실 거죠?"라고 팬들의 성원을 부탁했다.

걱정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김수찬은 이날 점수를 잃었지만 무대를 남겼고, 더 많은 팬을 얻었다. 끼와 실력, 승부사 기질로 자신의 진가를 제대로 보여줬다. 김수찬의 활약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ebad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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