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9일(금)

스타 끝장 인터뷰

[단독 인터뷰] 구하라 오빠 입 열었다..."이제야 나타난 어머니 용서할 수 없어요"

강경윤 기자 작성 2020.03.09 14:59 수정 2020.03.10 09:37 조회 43,0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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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하라

[SBS연예뉴스 | 강경윤 기자] "시간이 흘러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고. 아직 많이 남은 세월 오래 잘 살았으면 좋겠다."던 구호인(31) 씨의 간절한 바람은 이뤄지지 않았다. 동생 故 구하라가 떠난 지 세달여가 흐른 지금. 여전히 믿기지 않는 현실 앞에서 구호인 씨가 입을 열었다.

"하라가 '언제 조카 보여줄 거야'란 말을 자주 얘기를 했었어요. 하라의 장례식을 마치고 일주일 뒤 아내가 임신 사실을 알았어요. 일주일만 빨리 하라가 조카가 생긴다는 소식을 들었다면, 상황은 달라졌을까요? 늘 사랑을 배고파했던 하라를 떠나보내며 '하라야. 다음 생에는 꼭 내 딸로 태어나줘'라고 말했어요."

구하라

두 살 터울 구호인-구하라는 서로에게 둘도 없는 존재였다. 호인 씨가 초등학교 4학년, 구하라가 2학년 일 때 어머니는 집을 나간 뒤 연락이 두절됐다. 아버지는 생계를 위해 두 사람을 할머니와 고모의 손에 맡긴 채 전국의 건설현장을 떠돌며 돈을 벌었다. 한창 부모의 따뜻한 관심과 손길이 필요하던 시기, 두 사람은 부모 대신 서로에게 의지해 학창 시절을 보냈다.

구하라는 2008년 카라로 합류해 가수의 꿈을 이뤘고, 일본에 진출해 한류스타로 발돋움했다. 다른 이들처럼 엄마의 애정 어린 손길 한번 받지 못했지만, 구하라는 기특하게도 홀로 꿈을 이뤄냈다. 그런데, 가출한 뒤 연락 두절된 뒤 2006년 기어이 친권과 양육권마저 포기했던 친모 송 모 씨가 뒤늦게 '부모의 권리'를 찾겠다고 나섰다. 구하라의 장례식장에서였다.

"빈소에 친어머니가 찾아와서 상주복을 입겠다고 우겼어요. 가족들이 말리니까 소란을 피웠어요. 부자연스럽게 손에 들고 있는 휴대전화기가 의심스러워서 보니 동영상이 녹화되고 있었어요. 증거를 채집하는 듯해서 휴대전화기를 빼앗아 동영상을 삭제했어요. 동생 발인식을 마치고 이틀 뒤 동생의 부동산 문제로 연락이 와서 부동산에 가보니 엄마의 변호사들이라며 2명이 찾아왔더라고요. 그때 '아, 하라의 유산을 노리고 변호사를 선임했구나'를 추측하게 됐어요. 큰 배신감을 느꼈어요."

구하라

구호인 씨는 너무나 낯선 이름, '엄마'에 대한 얘기를 시작했다.

"엄마가 집을 나간 날 기억나요. 어렸을 때라서 가출의 이유는 잘 모르겠어요. 아버지가 저와 동생에게 '뭐 갖고 싶은 게 없니'라고 유별나게 다정하게 물으셨어요. 그날 아버지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어요. 아버지가 119 구급차로 실려 가는 모습을 동생과 함께 봤어요. 초등학교 2학년생이었던 동생 하라에겐 엄마의 갑작스러운 부재, 아버지의 상처가 늘 슬픔으로 남았을 거예요."

구하라의 슬픔과 외로움은 성인이 된 뒤에도 이어졌다. 구하라가 2016년 쓴 것으로 추정되는 일기장에는 어머니의 부재에서 비롯된 먹먹한 감정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엄마가 보고 싶고 느끼고 싶다. 항상 목구멍으로만 느끼고 잠그고 살았다'는 말은 구하라가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지 못한 채 홀로 곱씹던 슬픔이 무언지를 가늠하게 한다.

구하라
구하라

가출 뒤 생사조차 몰랐던 친어머니를 먼저 찾은 쪽은 구하라였다. 우울증으로 치료를 받던 구하라에게 의료진이 '어머니를 찾아보라'고 권유했기 때문. 2017년 가을, 구하라는 10여 년 만에 친어머니 송 씨를 찾아 마주했다. 오랜 시간 친어머니의 부재 속에 살았던 구하라는 친어머니와 만나고도 덤덤했다고 오빠 구호인 씨는 기억했다.

"작년 하라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 때 보호자가 급히 필요했어요. 아버지가 오실 수 없는 상황이라 전 보호자 자격이 안되어서 친어머니에게 급히 연락을 했어요. 중환자실에서 눈을 뜬 하라가 한 첫마디는 '엄마 왜 불렀어'였어요. 하라가 친어머니에게 연락을 했을 순 있지만 하라는 친어머니와 함께 있는 시간을 어색하고 힘들어했어요."

구하라

구호인 씨는 인터뷰를 하기 위해 용기를 낸 이유를 말했다.

"하라와 저는, 우리는 엄마에게 버림받은 자식이라는 상처를 갖고 자라왔어요. 그 때문인지 하라는 계속 사랑을 받고 싶어 했어요. 팬들에게도 계속 사랑받고 싶어 했고 그래서 더 힘들어했어요. 그렇게 하라를 힘들게 이유인 그분이 이제 하라가 없는데 친어머니라고 주장하는 게 너무 억울해요. 그분 입에서 '내가 하라의 엄마다'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참을 수 없어요."

지난 2일 구호인 씨는 친어머니 송 씨를 상대로 상속재산분할심판청구를 제기했다. 현행 민법 상 자녀가 없는 성인의 경우 사망하면 직접 키우지 않았더라도 친모 또는 친부가 상속권을 갖는다. 구하라의 부친은 '평생 일만 하느라 자식들에게 부모 노릇 못해준 게 미안하다'며 상속에 대한 모든 권리를 구하라의 하나밖에 없는 오빠인 구호인 씨에게 넘겼다.

친모 또는 친부가 부양 여부와 관계없이 무조건 상속권을 갖는 현행 민법 규정은 논란이 돼왔다. 민법은 살인과 같은 반인륜적 행위 등 극히 일부 예외적인 상황만 상속 결격 사유로 인정하고 있다. 과거 천안함 사건으로 사망한 군인의 친모가 28년 동안 연락이 없다가 국가보훈처의 군인 사망보상금을 수령한 사례나, 가정폭력으로 이혼소송을 진행하던 중에 아내가 사망하자 남편이 법정상속인이 된 사례가 있었다.

구호인 씨의 법률대리인은 심판 청구를 제기한 이유에 대해서 "자녀의 양육의 의무를 저버리고 나 몰라라 했다가 사망 이후 금전적 이득을 노리는 부모들이 있어도 현행 법상으로는 이를 보호할 수가 없다."면서 "이는 사회 정의에 반할 뿐 아니라, 남겨진 가족에게는 2차적인 고통을 준다. 쉽지 않겠지만 이번 사례가 시금석이 되는 판례를 만들고 싶다."고 강조했다.

구하라

kyk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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