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19일(화)

영화 스크린 현장

[빅픽처] 제작·기획·투자, 도미노 위기…'코로나19'에 영화계 비상사태

김지혜 기자 작성 2020.03.19 14:02 수정 2020.03.20 16:07 조회 7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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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여파에 산업 전반이 휘청이고 있다. 영화계 역시 예외가 아니다.

극장업계부터 빨간불이 켜졌다. 밀폐된 공간에 모여서 영화를 봐야 하는 관람 특성상 극장은 기피 장소 1호로 떠올랐고, 사상 최악의 적자를 거듭하고 있다.

일일 관객 수가 3만 명대로 떨어지며 극장은 사실상 무인지대가 됐다.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 영화산업을 이끌고 있는 미국도 마찬가지다. 사상 최악의 박스오피스 성적을 기록한 데 이어 미국 전역의 영화관 4만 여 개가 문을 닫았다.

국내외 대부분 개봉 예정이었던 대작의 개봉을 연기했다. 작은 영화들이 틈새시장을 노리고 있지만 이 역시 여의치 않다. 악순환의 반복이다.

코로나19는 영화 현장에도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관계자들은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마음으로 버티고 있지만, 이 여파는 당장 올해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서 심각하다.

영화

◆ 촬영 지연→제작비 초과…제작진 발 동동

세계보건기구(WHO)가 '팬데믹'(Pandemic, 세계적인 대유행)을 공식 선언함에 따라 중국, 한국,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뿐만 아니라 전 대륙이 산업 마비 상태다.

이 상황이 충무로에 끼친 영향은 막대했다. 몇몇 국가에서 한국인 입국을 제한하면서 해외 촬영을 앞둔 영화들은 비상이 걸렸다.

공교롭게도 올해 제작에 들어가는 영화들은 유독 해외 촬영이 많이 예정돼 있었다. 크랭크인을 1~2달 앞둔 상황에서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해외 촬영 일정을 모두 연기하게 됐다.

대표적인 작품은 황정민, 현빈 주연의 '교섭'(감독 임순례), 하정우, 주지훈 주연의 '피랍'(감독 김성훈), 마동석, 손석구 주연의 '범죄도시2'(감독 이상용) 등이다. 이들은 각각 요르단, 모로코, 베트남 촬영을 앞두고 있었지만, 해당 국가에서 한국인 입국을 금지시켰다. 이들 영화들은 국내 촬영을 먼저 진행하거나 크랭크인 자체를 한 두 달 가량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촬영 연기는 곧 제작비 증가로 이어진다. 프리 프로덕션 단계에서 촬영 스케줄을 다 짜 놓고 국내외 스태프를 고용하고, 해외 촬영지 섭외를 마치기 때문이다. 이 일정이 입국 불가로 백지화될 위기에 처했다. 영화 촬영은 스케줄대로 돌아가고, 스태프들은 이합집산의 형태로 일한 후 다음 영화로 넘어가는 형식이다. 이게 엉키면 전체 제작비 증가가 불가피하다.

영화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해외 촬영을 준비 중인 영화들은 작게는 5억, 많게는 10억 이상의 손해를 보게 됐다. 이 손해를 감수하고 국내 촬영을 먼저 추진하려고 해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영화 촬영 자체가 대규모 인력이 모여서 촬영을 하는데 관공서나 지자체 등에서 이뤄지는 촬영은 거의 허가가 나고 있지 않다"고 전했다.

극장 코로나

◆ "대작은 투자 말라"…투자 위축 우려

코로나19로 인한 영화계 피해는 도미노 현상처럼 이어질 전망이다. 제작이나 촬영만의 문제가 아니다. 기획과 투자 역시 잔뜩 위축될 상황이다.

극장뿐만 아니라 투자배급사의 수익률도 역대 최악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상반기 회사의 매출을 견인해야 할 영화들이 코로나19 여파로 개봉을 미뤘다. 이는 연간 매출 저하로 직결된다. 올해 수익을 담보할 수 없는 입장에서 내년에 개봉할 영화들에 큰 예산을 집행할 수 없다는 판단이 선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투자배급사 한 관계자는 "'대작은 손대지 말라'라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몇 년 간 한국 영화 제작비가 올라가면서 대작의 기준도 바뀌었다. 평균 제작비가 100억 원에 육박하는 상황이다. 200~300억 원짜리 대작은 물론이고 평균 규모의 영화도 투자 편수를 줄일 가능성이 크다.

이미 제작이 확정되고 하반기 촬영을 앞둔 영화들도 걱정이 태산이다. 제작비를 줄여야 하는 상황이 올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한 영화 관계자는 "지금 분위기라면 해외 촬영 일정을 축소하거나 전체 촬영 회차를 줄이기 위해 찍어야 할 장면을 찍지 못하는 상황도 대비해야 할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수입사

◆ 작은 영화도 어렵다…중소 수입사도 신음

작은 영화들도 어렵긴 마찬가지다. '찬실이는 복도 많지', '이장' 등 몇몇 독립 영화들은 코로나19 여파에도 개봉을 하거나 할 예정이지만 수익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신작 개봉이 거의 없기 때문에 스크린 편성에 유리할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도 않다. 극장들이 마련한 기획전에 의해 이미 과거에 흥행한 재개봉작과 스크린을 두고 다퉈야 하는 상황이다.

외화를 수입·배급하는 회사들도 어렵긴 마찬가지다. 이를 역시 수입해온 영화들의 일정을 미루면서 적자가 커지고 있다. 대부분 소규모로 운영하는 만큼 직원을 월급 주기도 빠듯하다는 전언이다.

위기의식을 공유한 수입사들은 공동 대책을 마련했다. 영화수입배급사협회는 회원사들의 미개봉 신작 10여 편을 극장과 협의하여 주차별로 개봉하기로 결정했다. 오늘(19일)부터 매주 미개봉 신작 3~4편씩 개봉하며, 수입사들은 이 영화들에 대해 공동 배급 및 마케팅을 해나갈 예정이다.

협회는 이 프로젝트에 대해 "국가적 위기 상황이지만 관련 업계의 경제적 손실과 업계 민생 붕괴를 최소화하며, 국민의 정서적 공황 상태를 막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영화 산업은 2조 5천 억 원 규모로 성장했다. 특히 지난해 5편의 천만 영화가 나오며 호황을 맞았다. 하지만 불과 1년 만에 사상 최악의 위기 상황에 직면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는 것이 최우선이지만, 손해를 회복해야 한다는 숙제가 떠넘겨질 그 이후의 상황도 좋지 않을 거란 위기감이 팽배해있다.

ebad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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