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5일(목)

방송 프로그램 리뷰

[스브스夜] 'SBS스페셜' 은둔형 외톨이 '평균 고립기간 12년 9개월'…고립 막을 대책은?

김효정 에디터 작성 2020.03.30 00:18 수정 2020.03.30 09:27 조회 2,9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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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SBS연예뉴스 | 김효정 에디터] 고립 청년들이 스스로를 가두는 것을 막을 방법은?

29일에 방송된 SBS 스페셜에서는 '2020 은둔형 외톨이 나는 고립을 선택했다'라는 부제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사회에 설 곳을 잃은 은둔형 외톨이에 대해 조명했다.

2020년, 대한민국 청년들의 현주소는 어디인 걸까? 2020년에는 은둔형 외톨이가 새로운 청년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들은 스스로를 방 안에 고립시키며 가족과도 사회와도 단절된 삶을 살아간다. 그들은 왜 스스로 고립되는 것일까?

상민의 어머니는 남편의 생일날 아들에게 밖으로 나오라고 간절히 부탁했다. 하지만 상민은 끝까지 아무 답도 없이 방문을 닫아버렸다. 아들 상민의 부재 속에 진행된 상민 아버지의 생일 파티. 이에 상민의 어머니는 아들을 위한 밥상을 차려 방으로 갔다. 하지만 아들은 여전히 등을 돌리고 대답을 하지 않았다. 상민은 바로 은둔형 외톨이였다.

상민의 아버지는 "학교에 가야 하는데 방에서 안 나온다. 저렇게 된 것이 3,4년 되었다"라고 했다. 상민은 고등학교 입학 불과 한 달만에 학교 가는 것을 거부하고 방 안에 스스로를 가뒀다.

상민은 늦은 낮에 하루를 시작해 핸드폰을 보며 하루를 시작했다. 그리고 이후 밥을 먹으라는 형의 말을 무시한 채 전날 어머니가 준비해준 패스트푸드로 끼니를 때웠다. 그리고 하루 종일 침대 위에서 시간을 보냈다.

밤 9시 즈음 어머니가 그를 찾았다. 하지만 상민은 여전히 답이 없었다. 이에 어머니는 상민을 위한 밥을 챙겨주고 방의 불을 켜고 나갔다. 어머니를 아는 채도 않던 상민은 어머니가 두고 간 밥을 먹기 시작했다. 그러나 몇 숟갈을 먹고는 다시 휴대폰 삼매경에 빠졌다.

이를 보던 아버지는 답답한 마음에 아들의 방 문을 열었다. 상민에게 아버지가 말을 걸자 상민은 얼굴을 가리고 대답을 회피했다.

또 다른 은둔형 외톨이 민준의 어머니는 아들이 1년 2개월째 밖을 나가지 않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어머니는 아들과의 대화 내용을 공개했다. 그의 아들 민준은 "나한테 아무것도 바라지 마. 바라지도 않고 도와주지 마. 젊은 나이에 단명하는 것 어려운 것도 아니고 드문 사건도 아니다. 나 스스로에게 가능성이 보이지 않아. 그냥 이러다 죽겠지"라고 말했다.

이에 민준의 어머니는 "나까지 외면하고 내몰면 갈 데가 없지 않냐. 나가라고도 몇 번 이야기를 해봤는데 더 이상 못하겠더라. 얼마나 힘들면 창창한 나이에 집에 있을까 싶었다. 나가 있는 거 보다는 집에 있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거 같다. 스스로 돌파구를 찾아서 정상적인 생활을 했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또한 어머니는 민준에 대해 "학창 시절 지각 한번 결석 한번 하지 않았던 아들은 전역 후 친구들과 만남을 가진 이후로 1년 2개월째 방안에만 있다"라고 말했다.

사회적 고립 청년은 사회적 접촉 없이 3개월 이상 집 안에 머물며 가족 외에는 인간관계가 없는 사람을 일컫는다.

이에 전문가는 "이제 막 관심을 갖기 시작한 타이밍이다. 잠재인구가 많을 것이라고 추정만 된다. 조사 결과 꽤 있고 접촉이 너무 힘들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 인구가 15세에 세 29세 사이인데 우리나라에 19% 정도 된다. OECD 국가의 몇 배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고립 청년 인구는 현재 국내 30만 명 정도로 추정된다"라고 밝혔다.

이날 방송에서 제작진은 은둔형 외톨이인 상민과의 대화를 시도했다. 하지만 상민은 대화를 거부하며 결국 밖으로 나가버렸다. 그리고 이후 부모님의 연락에도 어떤 답도 하지 않았다.

몇 시간 후 집으로 돌아온 상민. 그는 또다시 말없이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또다시 핸드폰만 들여다봤다. 제작진은 또다시 상담을 요청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상민이 제작진을 만나겠다고 했다.

상민은 "지금 이렇게 있는 게 편하다. 학교는 여러 가지가 힘들어서 그만뒀다"라며 "그냥 이렇게 살겠다. 저만의 방식대로 살겠다"라고 했다. 하지만 제작진과의 대화에 "이것도 나쁘지는 않다"라고 마음의 문을 살짝 열어보였다.

4년 동안 고립생활을 하는 26세 청년 최민성 씨. 그는 "1년 동안 안 나갔다. 친구들의 SNS를 보면 잘 사는 거 같아서 괴리감을 느낀다. 하루 종일 방에서 동영상만 본다. 뭔가 고치고 싶은데 그렇게 되지 않는다. 하루 동안 누워있으면 천국과 지옥을 반복하는 거 같다. 그대로 있다가는 더 이상 사회생활을 하지 못하겠구나 싶어서 여기로 왔다"라고 했다.

고립 청년의 자립을 돕는 공동 주택에 입주해서 살기로 결정한 민성 씨. 그는 집을 나서기에 앞서 부모님과 대화를 나눴다. 그런데 부모와 민성은 대화를 나눌수록 싸움으로 번져갔다. 민성의 부모는 자신들의 행동을 아들에게 어떻게든 이해시키려고 했지만 민성에게는 이야기를 할수록 갈등이 깊어져만 갔다.

민성의 어머니는 "우리 아들은 서울대에 갈 줄 알았다. 모범생인 아들이 갑자기 아빠에게 대들고 반항을 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아버지가 손지검을 했는데 그때부터 거리가 멀어졌다. 미안하다고 사과를 해서 거리가 좁혀지는 것 같았지만 계속 거리가 멀어지고를 반복했다"라고 설명했다.

민성은 "고등학교 때 왕따를 당하고 자퇴했는데 그때부터 가족이 아닌 느낌을 받았다. 날 불편하게 생각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되게 힘들었다"라고 부모님과 멀어지게 된 계기를 밝혔다.

공동주택에 입소한 민성 씨. 그는 이곳에서 많은 고립 청년들과 공동생활을 하게 됐다. 익숙하지 않은 공간과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과의 공동생활을 그는 잘 견뎌낼 수 있을까? 이에 민성은 "잘 지내야겠다는 생각밖에 없다. 잘 지내고 싶다"라고 했다.

고립 청년들을 위한 사회적 기업 'K' 그룹의 대표 코보리 모토무. 그는 "여기에는 뭔가 대단한 프로그램이 있는 건 아니다. 같이 식사를 만들어서 먹고 같이 도와주면서 사는 거다. 우리가 생각하는 자립은 서로 도와주는 것이다. 힘들 때 힘들다고 말할 수 있는 환경이 가장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밖으로 나오고 싶어도 보통 도움을 청할 곳이 없다"라며 "한국은 전문 상담가나 관련 프로그램을 가진 기관이 많아져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과거 일본에서 설립된 'K'그룹이 현재 해외의 청년들을 위해 해외로 진출했다. 그리고 한국에서는 2012년부터 사회적 기업이 되어 고립 청년들을 위한 공동주택을 운영하고 있다.

과거 5년 동안 고립 생활을 했던 유승규 씨. 그는 "시선을 조금만 돌려도 엉망진창이라 너무 괴로웠다. 그 순간순간 제정신이 드니까 그랬다"라며 "그게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내가 실패했다 패배했다고 느끼는 게 아니라 도움이 필요하면 도움을 요청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겠다 라고 깨달았다"라며 변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이에 전문가는 "요즘 청년들은 워라벨을 중요하게 여기고 굉장히 자신만만해하고 단군 이래 최고의 스펙을 갖고 있다고도 표현되는데 그게 전체의 모습처럼 비치면서 양극화가 심해지는 거다. 태양이 있으면 그늘이 더 심한 거다. 나도 쟤네처럼 살아야 하나 보다. 고립 청년의 대부분이 난 늦었다, 난 실패자다 라고 생각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교육과 경쟁, 최고의 성취가 인생에서 중요하다고 하는 것이 약화되지 않으면 거기에서 자신 없어하는 인구들은 계속 나오고 더 자신 없는 이들은 방으로 숨어드는 거다"라고 말했다.

또한 전문가는 "잠시 쉬거나 생각을 정리하려고 방에 들어간 것이 시작이었다. 그런데 밤낮이 바뀌고 게임에 빠지면서 2,3년이 지나면 사회가 돌아가는 걸 점점 모르기 시작한다. 본인도 이런 정도인 줄 몰랐는데 나가서 살 수 없다고 말하게 되는 거다"라고 덧붙였다.

제작진은 상민과의 상담을 위해 정신과 전문의와 상담사를 초청했다. 전문의는 상민에 대해 "청소년 우울증이 지금 가장 두드러지는 것 같다. 방 안에는 자신의 세계가 있다"라며 "고민이 많을 거다. 소통을 완전히 거부하려는 마음도 있고 변하려는 마음도 있고 양가감정이 있을 거다"라고 말했다.

또한 "더 무기력해지지 않게 끊임없이 변화를 시도한다면 지금의 상태를 변화시킬 수 있을 거다"라고 했다. 이에 아버지는 상민에게 편지를 썼다. 그리고 며칠 후 상민은 가족들과 함께 식탁에 함께 앉았다.

또한 상민은 제작진과의 대화도 순조로웠다. 제작진과 상담 선생님을 불편하지 않다던 그는 앞으로는 저녁 식사는 가족들과 함께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그는 "오늘 나가면 늦을지도 모른다. 기분 풀 겸 나가려고 한다"라고 말해 모두를 놀라게 했다. 이에 제작진은 상민이 혼자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은둔형 외톨이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른 일본. 앞선 정책들의 거듭된 실패로 '고립 청년 100만 시대'를 막지 못한 일본. 일본에서 '히키코모리'라는 단어를 가장 먼저 언급한 전문가인 사이토 타마키. 그는 "이전에는 병적인 원인에서만 고립이 되었는데 1970년대 이후에는 질병이 없이도 학교에 가지 않고 회사를 안 가면서 집 밖에 나오지 않는 사람들이 늘었다. 은둔형 외톨이 문제 중 가장 시급한 것은 본인과 부모의 고령화이다. 80대 부모가 50대 자녀를 돌보는 것은 8050문제로 이어지기 때문이다"라고 지적했다.

사이토 타마키는 "가장 중요한 정책은 방문 지원 상담이라고 생각한다. 처음에는 당사자와 대화를 통해 신뢰를 쌓고 다음 단계로 가는 거다.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 가족과의 관계를 개선하도록 도와줘야 한다"라고 정부에서도 나서야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방송에서 부모님과의 관계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 민성은 부모님과 함께 심리치료를 받기로 했다. 민성의 어머니는 민성에 대해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왔으면 좋겠다"라며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연극 치료에서 민성의 어머니는 "나는 내 아이가 고등학교 자퇴를 한다고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엄마가 사인하고 온 그날 엄청 울고 집에도 못 들어갔다. 아빠가 알까 봐 너무 힘들었다"라며 울었다.

이에 민성은 아빠에게 하고 싶었던 말을 털어놓았다. 그는 "미안한 말이지만 아빠가 좋은 아빠는 아니었던 거 같다. 그래도 아빠만의 사랑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하고 고맙다고 생각할게"라고 했다. 이때 치료사는 "눈물이 고였는데 일부러 안 우는 거냐"라고 물었다. 이에 민성은 모르겠다고 했다. 그리고 아들과 아내의 치료를 지켜보던 아버지는 불편한 기색을 보였다.

다시 마주한 아들과 부모. 어머니는 "우리가 하는 것은 폭력이 아닌데 자꾸 가정 폭력이라고 하니까 그게 무서운 거다"라고 했다. 그리고 이에 민성은 "어이가 없다"라며 기막혀했다. 이를 보던 전문가는 "주관적 진실 속의 갈등이다. 서로를 이해해야만 대화가 가능하다"라고 조언했다.

대화를 마친 후 어머니는 "많이 힘들었다. 아들만 생각하면 자꾸 마음이 아프다. 내가 더 치료를 받아야 되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라고 했다. 민성은 "솔직한 이야기를 할 수 있어서 좋았다. 전보다 말투나 얼굴이 많이 달라져서 놀랐다. 전에는 강압적이었는데 오늘 같은 표정은 본 적이 없다. 앞으로는 더 이야기해보려고 할 거다"라고 했다.

민성이 공동주택에 입소한 지 3주 후. 그는 공동주택의 친구들과 더욱 가까워졌다. 특히 그는 룸메이트인 승규를 보며 "형이 열심히 사는 거 보면서 나도 그래야겠다는 생각도 들고 이겨보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라며 웃었다.

이제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닌 고립 청년들, 그들은 둘이 되고 여럿이 되어 함께 웃고 떠들었다. 이에 민성은 "아직은 적응 단계지만 뭔가 잘할 수 있을 거 같다"라며 앞으로 달라질 내일을 기대했다.

여전히 이불을 뒤집어쓰고 혼자 있는 시간이 많다는 상민. 하지만 이제는 아버지와 함께 산책도 나가고 가족들과 함께 식사도 했다. 혼자 먼저 걷는 것이 익숙한 상민, 이에 아버지는 조바심 내지 않고 아들을 따라가겠다고 약속했다.

마지막으로 사이토 교수는 "평균 고립 기간은 12년 9개월 정도로 길다. 이 생활을 시작하면 가족 외에 외부의 도움 없이는 빠져나오기 힘들다. 고립 기간이 짧은 사람일수록 패턴을 바꾸기 쉽고 사람을 사귀기 쉽다"라며 "확실히 초기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주장했다.

고립 청년들을 세상 속으로 끌어당기는 것을 포기하지 않는 것, 그래서 그들이 아직 자신의 미래가 충분히 빛날 수 있다고 믿게끔 만드는 것, 그것이 고립 청년들이 다시 방 밖으로 나오게 할 수 있는 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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