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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브수다] 엄마, 아내, 그리고 배우 김태희의 5년

강선애 기자 작성 2020.05.13 15:16 수정 2020.05.13 15:28 조회 5,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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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희

[SBS연예뉴스 | 강선애 기자] 5년이면 강산의 반이 바뀌는 세월이다. 특히 1분 1초가 정신없이 지나가는 연예계에서는 시간이 더욱 쏜살같다. 김태희는 그 5년이란 긴 시간 동안 배우로서 제자리걸음이었지만, '여자 김태희', '인간 김태희'로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인생 최초의 값진 경험들을 했다. 결혼과 출산, 육아였다.

김태희는 지난 2015년 SBS드라마 '용팔이'를 끝으로 연기 활동을 중단했다. 이후 가수 겸 배우 비(정지훈)와 결혼해 2017년, 2019년에 각각 딸을 낳고 두 아이의 엄마가 됐다. 한국을 대표하는 '미녀배우'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아래에서 반짝였던 김태희는 지난 5년간 한 가정의 아내이자 엄마로 남들과 다를 바 없는 시간을 보냈다.

일반 회사원도 5년 만에 업무에 복귀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배우도 마찬가지다. 가상의 캐릭터에 몰입해 살아 숨 쉬는 존재로 만들어야 하는 연기도 오래 쉬면 '감'을 잃는다. 오랫동안 연기의 끈을 놓고 있던 김태희도 연기 복귀에 "당연히 부담과 두려움이 있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용기를 냈고, tvN 드라마 '하이바이, 마마!'로 다시 안방극장에 돌아왔다.

김태희

아이러니하게도, 복귀에 대한 김태희의 두려움을 덜어준 건 '힘든 육아'였다. 복귀로 정신없을 배우에게, 그보다 더 정신없는 일이 존재했는데, 그게 바로 육아였다.

"복귀에 당연히 부담과 두려움이 있었죠. 늘 새로운 작품을 시작할 때면 설렘보다는 긴장과 걱정이 컸던 것 같아요. 그런데 불행인지 다행인지, 이번 작품을 준비하는 과정에는 동시에 육아를 병행해야 했고, 그 덕분(?)에 걱정을 할 정신적, 시간적 여유가 없었어요."

김태희는 '하이바이, 마마!'에서 교통사고로 배 속 아이만 살리고 죽은 후 아이 곁에서 귀신으로 5년의 세월을 보내다가, 49일간 인간으로 환생할 기회를 얻어 가족 곁에서 마지막 시간을 보내는 엄마 차유리 역으로 열연했다.

그야말로 '열연'이었다. 김태희는 딸 서우(서우진 분)를 향한 가슴 절절한 모성애는 물론, 남편 조강화(이규형 분)와의 달달한 연애와 현실적인 결혼생활, 한 가정의 사랑스러운 딸의 모습까지, 모든 면에서 완벽히 차유리에 녹아들었다. 지난 5년의 공백이 무색하리만치 안정적인 연기력이었고, 오히려 그전에 간혹 튀어나왔던 '연기력 논란'까지 말끔히 씻어낼 만큼 성공적인 복귀였다.

김태희

김태희가 차유리 캐릭터를 보다 더 잘 소화할 수 있었던 건, 아무래도 처한 상황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자신도 누군가의 아내, 엄마, 딸이라는 차유리와의 공통분모가 캐릭터에 잘 몰입할 수 있게 했다.

"만약 제가 아이를 낳아보지 않았다면, 이번 작품은 연기할 수 없었을 거예요. 이전에는 모성애를 알지 못했으니까요. 2부 엔딩에 서우의 그네를 밀어주다가 서우가 떨어져 손을 살짝 다치고 울먹이는 걸 본 순간, '엄마가 미안해'라고 소리치며 우는 장면이 있어요. 아이가 조금이라도 아프거나 잘못되면 다 내 책임인 것 같은 마음이 공감됐어요. 아이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서라면 모든 걸 희생하고 헌신할 수 있는 엄마의 그런 마음을 표현하고자 했어요."

드라마 제작진은 애초에 차유리 캐릭터를 그려나가며 김태희의 본모습을 많이 투영시켰다. 그러다 보니 김태희 같은 차유리, 차유리 같은 김태희가 탄생할 수 있었다. 차유리는 실제 김태희와 많이 닮아 있다.

"함께 했던 감독님, 작가님 그리고 상대 배우들과 사전에 리딩하고 호흡을 맞춰보는 시간을 최대한 많이 가지면서 유리의 톤을 잡아갔어요. 이번 작품은 실제의 저와 가장 닮은 캐릭터인 만큼 원래의 김태희, 평소의 김태희가 어떻게 말하고 표현하는지를 관찰하고 고민하면서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노력했어요. 유리의 감정선만 따라가며 연기했고, 그 흐름이 제가 진짜 유리인 것처럼 자연스럽게 흘러갔던 거 같아요."

김태희

인간의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사랑과 우정, 가족애와 모성애에 대해 따뜻하게 그려낸 '하이바이, 마마!'를 끝낸 김태희는 "마치 아름다운 동화 같은 한 편의 긴 꿈을 꾼 것 같다"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오랜만에 선보인 연기였기에 뜻깊었고, 비슷한 입장에서 많은 생각의 여지를 남긴 작품이라 더 의미 있었다. 그 속에서 '행복'을 찾은 김태희였다.

"차유리로 지내는 동안 즐겁고 행복했다고 감히 말하고 싶어요. 개인적으로 마치 입관체험을 한 것처럼 삶에 있어서 가장 소중한 가치에 대해서, 사랑하는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서 깊이 성찰하고 깨닫는 시간이 되었어요. 진심은 결국 통한다는 것을 알게 해 준 너무나 고마운 작품이에요. 또한 아이가 생기고 나서 만난 작품이라 모성애에 대해 공감과 이해가 됐어요. 아이가 조금이라도 아프거나 잘못되면 다 내 책임인 것 같고, 아이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서라면 모든 걸 희생하고 헌신할 수 있는 엄마의 마음을 알게 된 작품이에요. 좋은 드라마로 따뜻하고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할 수 있어서 너무나 뜻깊고 감사한 시간들이었어요. 연기가 그리울 때 만난 좋은 작품이라 신나게 연기할 수 있어 정말 행복했어요."

김태희

이번 작품은 김태희가 비와 결혼한 후 선보인 첫 작품이다. 결혼 전과 후, 배우로서 분명 달라진 게 있을 것이다. 김태희는 같은 일을 하는 남편을 만나 서로의 일을 잘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았다. 또 '하이바이, 마마!'를 본 남편 비의 반응도 살짝 귀띔했다.

"결혼 후 남편의 외조요? 서로의 일, 스케줄, 여러 가지 상황을 굳이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잘 알고 이해한다는 게 큰 장점인 것 같아요. 남편은 이번 드라마에 대해 그냥 '너무 슬퍼서 못 보겠다'고 늘 얘기하더라고요."

오랜만에 '배우'라는 이름으로 제 몫을 톡톡히 해낸 김태희는 다시 아내이자 엄마로 가정에 돌아간다. 하지만 자신을 설레게 하는 좋은 작품이 나타난다면 얼마든지 다시 연기자로 돌아오겠다는 마음이다. '하이바이, 마마!'까지 5년이나 걸렸지만, 이번 공백은 그리 길지 않을 것 같다.

"당분간은 가족들에게 잠시 맡겼던 집안일과 육아에 집중해야죠. 그리고 개인의 삶을 충실히, 더 성숙하게 살고 싶어요. 또 제 마음을 설레게 하는 좋은 작품을 빠른 시일 내에 만날 수 있길. 기도하면서 시간을 보낼 거 같아요."

[사진제공=스토리제이컴퍼니, tvN]

강선애 기자 sak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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