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9일(금)

방송 프로그램 리뷰

[스브스夜] 'SBS 스페셜' 5·18 민주화운동 40주년, 마지막까지 도청을 지킨 여성은

작성 2020.05.18 01:39 수정 2020.05.18 09:29 조회 7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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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스페셜

[SBS연예뉴스 | 김지수 에디터] 여성들이 그날의 광주를 증언했다.

17일 방송된 SBS 스페셜에서는 '5.18민주화운동 40주년 특집 - 그녀의 이름은'을 부제로 마지막까지 도청을 지킨 여성들의 목소리를 담았다.

이날 방송은 5월 27일 최후의 날까지 도청을 지킨 여성들의 증언을 전하고, 그날의 마지막 방송 목소리를 찾아 나섰다.

안진 전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그때 시위대 리더 역할을 했던 전옥주 씨. 저희가 구술 자료를 정리할 때 제목을 혜성같이 나타난 여성 선동가 이런 제목을 붙였다. 학생운동을 했다거나 민주화운동을 했다거나 이런 분이 전혀 아니지만 남다른 의협심이나 용기나 이런 걸 가졌던 분인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당시 방송 인터뷰에 쉽게 응하지 않았다는 전옥주는 오래된 취재 영상 속에 남아있었다.

영상 속 전옥주는 "목숨을 걸고 했다. 그때 단합이 잘 됐다. 저를 잘 따라주셨다"라며 "얼굴 윤곽을 알아볼 수 없는 상태에서 저희들이 리어카를 준비해오라고 했다. 제가 가두방송을 그렇게 했다. '광주시민 여러분. 저는 사랑하는 동생을 잃었습니다'"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간첩 혐의 체포 후 "방아쇠를 당기면 내가 죽을 거라는 공포심 때문에 움직이지를 못하겠더라. 배가 통증이 와서 화장실 좀 보내달라고 했다. 생전 보도 듣지도 못했던 군인들 앞에서 내 알몸을 보이고 대변을 어떻게 보나. 죽을 때까지 수치를, 잠을 자다가도 생각나면 억울하고 분하다"라고 증언했다.

전옥주와 함께 가두방송을 이끌었던 차명숙(60)도 "두려운 게 없다. 이미 수십 명이 앞에서 죽었기 때문에. 다른 분들도 똑같이 거기에 계셨다면 더 하셨을 거다"라고 단언했다.

당시 가두방송에 대해 "천천히 같이 함께 이동하면서 방송을 계속한 거다. 시신은, 리어카는 앞에 가고 저희는 방송 차량으로 방송하고, 계속. '방송하는 사람을 사격하라' 정보가 들어왔다. 그때는 죽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 했다"라고 증언했다.

총기 탈취 시위대였던 남민아(64)는 "24인승 봉고차가 나주 경찰서로 들어갔다. 제가 탔던 봉고차가 담벼락을 밀었다. 쏘려는 생각은 전혀 없었다. 방어를 하려고"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차 전복 후에는 "정신을 잃었다. 코뼈 부러졌다. 입술도 찢어져 버렸다. 광대뼈도 타박상으로 엄청 아팠다. 입이 '훵'했다. 이빨이 없었다. 입에 아무것도 없는 거다"라며 그때의 심정을 전 했다.

마지막까지 새벽 도청 방송을 했던 박영순(61)도 모습을 드러냈다. 박영순은 "광주를 떠나 30년 간 가명 박수현으로 살아왔다"라고 입을 열었다.

박영순은 "제가 참여하는 것 자체도 몰랐다, 주위에서는 아예. 그 당시 광주 시민들은 마지막 새벽 방송을 한 여자가 죽었다고 생각했다"라며 "광주에서는 살 수도 없는 상태였다. 당시 폭도라고 했다. 저를 만나려고 하는 사람도 없었다. 나와서는 두려워했다"라고 밝혔다.

5월의 민주항쟁에 대해서는 "망설이지 않았다. 바로 탔다. 무자비하게 길 가는 사람들 끌고 패고. 광주시민에게 알려야 하는데 어떻게 안 타겠나"라고 말했다.

마지막 방송을 두고 "학생 수습 대책위원장이 '이미 계엄군이 도청을 에워쌌다' 남학생이 최대 볼륨으로 키웠다, 옥외방송을. 그리고 제가 방송했다. '광주시민 여러분'"이라며 눈물을 보였다. 박영순은 "지금도 트라우마로 또 불면증에 시달리고 악몽을 꾼다"라고 덧붙였다.

안진 교수는 "계엄군이 조이면서 포위하고 진압하려고 진군하고 있었을 텐데 그런 방송이 어떻게 가능했을까"라며 "인간 경계의 부끄러움과 수치심 이런 거까지를 폭력이 내몰면서 했던 이런 고통과 갈등, 이런 거는 경험해보지 않는 사람은 이해하기 쉽지 않다"라고 부연했다.

끝으로 안진 교수는 "눈에 보이지 않는 그런 많은 이름 없는 사람들. 대다수가 여성이었던 것 같다. 이름 없는 수많은 사람들의 역할. 이런 것들을 기록해야겠다"라고 전했다.

한편 이날 방송은 1980년 5월 23일 주남 마을버스 총격사건의 유일한 생존자 홍금숙의 청문회 증언을 재조명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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