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9일(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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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랩] 길-개리, 비밀결혼→출산→가족예능 복귀…같은 행보 엇갈린 반응

강선애 기자 작성 2020.05.25 16:34 수정 2020.05.25 16:38 조회 7,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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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쌍

[SBS연예뉴스 | 강선애 기자] 개리에 이어 길도 방송에 복귀했다. 한 때 '리쌍'이란 이름으로 십여 년을 함께 해 온 이들은 공교롭게도 나란히 '가족예능'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이들의 방송 복귀에 대한 온도차는 극명하게 다르다.

길은 지난 24일 방송된 채널A '아빠본색'을 통해 약 3년 만에 정식으로 방송에 복귀했다. 지난 1월 채널A '아이콘택트'에 장모와 함께 출연해 아내의 존재와 득남 사실을 제대로 밝히지 못하고 숨어 사는 것에 미안한 마음을 한차례 밝힌 바 있는 길은 이번 '아빠본색'을 통해 본격적인 방송활동을 재개했다.

▲ 숨겨왔던 아내, 아들 최초 공개

길은 열 살 연하의 아내 최보름 씨와 생후 20개월 된 아들 하음 군을 최초로 공개했다. 길은 결혼식은 올리지 못하고 혼인신고만 하고 지내고 있다며, 아내의 적극적인 설득으로 '아빠본색' 출연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지난 2016년 길을 만났고, 양가 상견례를 하고 결혼 준비를 하다가 길의 음주운전 사건이 터지는 바람에 결국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됐다는 길의 아내 최보름 씨는 "친구들을 못 만나니까 우울했다. 친구들은 제가 결혼을 한지도 모르고 임신을 한지도 모르니깐 사람들을 피하기만 했다"라며 "그동안 제대로 나가지도 못했고, 친구들한테 오는 연락도 다 안 받으면서 지냈다. 아이가 있다는 것조차 말할 수가 없으니 답답했다"라고 드러내지 못해 힘들었던 상황을 설명했다.

특히 최보름 씨는 "하음이를 가져서 만삭일 때 순댓국이 너무 먹고 싶었다. 그래서 남편과 함께 순댓국집을 갔는데, 주변 사람들이 남편을 알아보고 자기들끼리 심한 말을 하는데 그게 귀에 들어왔다. 결국 음식도 나오지 않았는데 식당에서 일어서야 했다"며 서러웠던 기억을 떠올렸다. 이어 "그때 너무 서러워서 순댓국집 앞에서 울었다. 오빠가 연예인이라서, 내가 조용히 산다고 되는 게 아니구나, 이렇게 살다 간 죄인처럼 되겠구나 싶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빠가 사람이 밝고 그랬는데 점점 피폐해지는 게 느껴졌다. 혼자 힘들어하고 울기도 하고. 저한테 많이 미안해했다"라면서 남편의 방송 출연을 적극 권유한 배경을 설명했다.

리쌍

길의 아들 하음 군은 외모부터 음악에 대한 관심까지 아빠를 똑 닮은 모습이었다. 특히 길은 아들을 데리고 바깥나들이에 나섰다가, 놀이터에서 모래를 만지며 즐겁게 노는 모습에 남다른 미안한 감정을 느꼈다. 그동안 사람들의 시선을 피하느라 바깥출입을 잘 못했다는 길은 "아이가 모래를 처음 만져봤다. 함께 바다를 간 적도 없다. 그래서 미안했다"라며 마음 아파했다.

길은 "당당한 아빠가 되기 위해 열심히 살겠다"라는 다짐을 밝혔다. 또 "똑같은 말을 반복할 수밖에 없는데, 열심히 최선을 다하겠다"라며 어머니가 자신에게 해준 말들 중 "인생의 반은 네 맘대로 살았으니, 남은 인생의 반은 봉사하면서 최선을 다해 좋은 아빠로 살아라"라고 한 부분을 가슴 깊이 되새겼다.

▲ 길의 방송 복귀, 하지만 반응은 '냉담'

길은 앞서 총 세 번의 음주운전 적발로 방송가에서 퇴출됐다. 지난 2014년에 이어 2017년 6월 또 음주운전이 적발됐고, 이 과정에서 2004년에도 한차례 음주운전 이력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줬다. 세 번의 음주운전 전력에 길은 방송계를 떠났고 그동안 자숙의 시간을 보내왔다. 그 시간 동안 결혼, 출산을 겪으며 한 가정의 남편이자 아빠가 됐다.

3년 만에 아내, 아들과 함께 방송국의 문을 두드렸지만 길의 복귀를 바라보는 반응은 여전히 냉담하다. '아빠본색'을 본 시청자들은 부정적인 반응들을 쏟아냈다. 시청자들은 "음주운전 3번이면 부끄러운 아빠", "본인 자숙에 아들을 파는 것 밖에 안 된다", "너무 일찍 나온 거 아닌가", "TV에서 범죄자 보기 불편하다", "한 번은 봐줘도 세 번은 못 봐준다", "이렇게 살다가 평생 죄인이 될 거 같다? 음주운전 세 번이면 평생 죄인 맞지 않나?" 등의 날 선 비판을 이어갔다.

리쌍

▲ 먼저 육아예능 출연 개리, 호감으로 바뀐 여론

길과 리쌍으로 활동했던 개리는 그에 앞서 육아예능에 먼저 도전했다. 개리는 지난 2월 KBS 2TV '슈퍼맨이 돌아왔다'(이하 슈돌)에 합류, 당시 생후 26개월 된 아들 하오 군과 함께 하는 일상을 공개했다. 개리도 약 3년여의 공백기를 깨고 방송에 오랜만에 복귀한 것이었다.

하지만 개리에 대한 대중의 반응은 길과 다르다. 개리의 방송 휴식은 위법으로 인한 강제적인 자숙이 아니라, 개인의 선택에 의한 것이었기 때문.

7년간 SBS '런닝맨'의 고정 멤버로 쉼 없이 달렸던 개리는 3년 전 휴식을 발표했다. 개리는 "20년 동안 활동을 하다, 어느 순간 스트레스가 과부하가 왔다. 모든 것에서 잠시 벗어나 휴식을 하던 중 결혼을 하고 아이가 생기면서 점점 육아 휴직이 됐다"고 일을 쉰 이유와 휴식 기간이 길어진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쉬는 게 불행하지 않았다. 지금이 너무 좋다. 행복이 가까운 곳에 있다는 걸 느꼈다"며 행복한 가정을 꾸린 것에 큰 만족감을 드러냈다.

개리의 '슈돌' 합류 소식이 처음 전해졌을 때만 해도, 이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존재했다. '런닝맨'으로 친근한 이미지를 선사했던 개리가 돌연 방송 중단을 선언하고, 얼마 안돼 결혼과 득남 소식까지 연이어 발표한 일방적인 소통에 불만을 드러낸 팬들이 상당했다. 또 방송에 대한 부담과 스트레스로 예능 휴식기를 선언했던 그가, 아내와 아들의 얼굴 등 더 사적인 부분을 공개해야 하는 육아예능으로 복귀한다는 것이 의아하다는 반응들이었다.

하지만 '슈돌' 방송 이후 개리를 향한 시선은 호감으로 바뀌었다. 두 돌이 갓 지난 하오 군의 남다른 기억력과 어휘력, 귀여우면서도 영특한 매력이 수많은 '랜선이모'들을 만들었다. 또 능숙하게 아들을 돌보는 개리의 육아 스킬은 그가 그동안 육아에 얼마나 참여해왔는지를 간접적으로 보여줘 호감을 키웠다. 개리-하오 부자의 인기는 날로 높아져 가는 분위기다.

▲ 같은 행보, 다른 반응.. 길도 용서받을까

리쌍은 이미 해체했고, 해체 전부터 사이가 소원했던 두 사람은 서로의 결혼, 득남 소식을 모를 정도로 연락 없이 각자의 삶을 지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 사이의 접점은 더 이상 없지만, 공교롭게 비슷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비슷한 시기에 각각의 연인과 결혼식 없이 혼인신고만으로 부부의 연을 맺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들을 얻었다. 또 각각의 사정으로 3년 전 방송계를 떠났다가, 나란히 가족 예능으로 방송에 복귀했다.

하지만 길과 개리의 복귀를 바라보는 시각은 전혀 다르다. 개리는 호감으로, 길은 여전히 비호감으로 비쳐진다. 길의 '음주운전 삼진아웃'은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길이 부정적인 여론을 다시 자기편으로 돌릴 수 있을까. 지금 당장의 분위기를 봤을 때는 아직 힘들어 보인다. 그래도 "당당한 아빠가 되고 싶다"는 그의 간절한 바람이 닫혀 있는 대중의 마음을 움직이는 날이 올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채널A, KBS 방송 캡처]

강선애 기자 sak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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