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9일(금)

방송 프로그램 리뷰

[스브스夜] 'SBS스페셜' 소년법, '보호법VS면죄부'…"피해자 보호하는 장치 필요"

김효정 에디터 작성 2020.06.01 00:44 수정 2020.06.01 09:23 조회 2,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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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SBS연예뉴스 | 김효정 에디터] 소년법은 청소년을 보호하는 법일까, 면죄부를 주기 위한 장치일까?

31일에 방송된 SBS 스페셜에서는 '소년, 법정에 서다'라는 부제로 청소년 범죄와 이들을 보호하는 소년법에 대해 조명했다.

지난봄 학비를 벌겠다며 배달 아르바이트를 한 새내기 대학생이 뺑소니 사고로 사망했다. 뺑소니 차량의 운전자는 만 13세 중학생. 그리고 그가 탄 차량에는 무려 7명의 청소년이 더 탑승하고 있었다.

이들은 만 14세 미만의 '촉법소년'으로 형사처벌을 받지 않은 채 사건은 마무리됐다. 특히 이들은 사망 사건 이전에 여러 차례 절도와 무면허 운전 등의 범죄를 저질렀지만 번번이 훈방 조치되었고 끝내 사망 사건까지 저질렀던 것이다. 또한 이들은 사건 후 SNS를 통해 범죄를 과시하고 반성은 전혀 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 공분을 샀다.

사건 발생 한 달 후, 뺑소니 사건에 대한 소년 재판 일정이 잡혔다. 시설에 보호 중이던 뺑소니 사망 사건의 가해자와 그의 가족들이 등장했다. 재판은 금세 끝났고 가해자 가족들이 법정 밖으로 나왔다.

가해자 가족들은 취재진을 향해 "피해자 가족들에게 사과드리고 싶다는 말 밖에 할 말이 없다. 그런데 이렇게 찾아오면 우리도 너무 힘들다"라며 앓는 소리를 냈다.

열아홉의 짧은 생을 살다 간 뺑소니 사망 사건의 피해자 이건 군. 그의 어머니는 "건이가 죽지 않고 다치기만 했다면 아이들은 또 범죄를 반복했을 거다. 그런데 건이가 악 소리도 못 내고 죽으면서 아이들의 범죄는 잠시 멈췄다. 하지만 분명 다시 또 범죄를 저지를 거다"라며 "그들은 아무 일 없이 일상을 사는데 내 마음만 아픈 거 같다"라고 현실을 원망했다.

만 14세 이상, 만 19세 미만의 범죄소년은 죄질에 따라 형사재판을 받거나 소년재판을 받게 된다. 그러나 만 10세 이상 만 14세 미만의 촉법소년은 소년재판에서 보호처분만받고 이는 전과가 전혀 남지 않는 것이다. 처벌 대신 보호에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이 소년법. 소년이 건전하게 성장하게 돕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촉법소년이 이러한 법을 악용해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이에 점차 소년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는 "촉법소년은 본인들이 가장 잘 안다. 미성년자라서 면죄부를 갖고 보호받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소년범죄의 재범이 많은 것이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또 다른 생각을 가진 전문가는 소년 범죄의 재범률이 높은 것이 소년법이 문제는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전과가 남지 않는다고 해서 범죄를 저지르지는 않을 것이다. 전과의 여부 때문에 범죄가 더 일어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했다.

승재현 박사는 소년법 개정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그는 대전 뺑소니 사건에 대해 "이 사건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 아이들의 행동이 반복적이고 지속적이고 악의적이다. 자신들의 한 일이 잘못이라고 생각 못하고 뺑소니라고 생각도 못하는 것이다. 뺑소니는 사형이라는 형벌만 없을 뿐이지 비슷한 죄질을 가진 중범죄이다. 그런데 이들은 그것을 생각하지 않고 있다"라고 말했다.

소년법 개정을 반대하는 한영선 교수는 "나 역시 사고 치는 아이들을 보면 속에서 이런 것들이 끓어오른다. 잘못을 했으니 처벌은 당연하다. 하지만 촉법소년의 연령을 낮추고 엄벌을 하는 것이 무슨 효과가 있겠냐. 벌주는 게 나쁘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용서하고 끌어안는 것이 있지 않으면 아이들을 깨닫지 못한다. 소년법의 개정은 옳지 않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승재현 박사는 "형법이 만들어진 이후 촉법소년의 기준이 바뀐 적이 없다. 그런데 이것은 50년대에 만들어진 법이다. 당시와 2020년 14세 미만이 받아들이는 정보는 전혀 다르다. 그런데 여전히 50년대 기준으로 보아야 옳은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지난여름 집단 폭행을 당한 세훈 군. 그는 피해자들을 피해 다른 곳으로 이사를 왔다. 자신의 여자 친구 옆에 앉았다는 이유로 폭행을 했던 동네 18세 형들. 그들은 자신의 자취방으로 세훈 군을 데려가 3시간 동안 폭행을 했다. 2명이 폭행을 주도했고 6명은 방관했다. 그리고 그들 중에는 세훈 군과 같은 학교 동급생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에 세훈 군은 원래의 얼굴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심하게 부어오른 얼굴 전치 3주 부상과 심리적 충격으로 3개월 정신과 치료가 필요하다는 진단 결과를 받았다. 세훈군의 상처는 생각보다 컸다. 조사가 진행되는 기간에도 자유로웠던 가해자에 비해 세훈 군은 집에 틀어박혀있어야만 했다.

세훈군의 아버지는 "소년 재판을 언제 하는지도 모른다. 통보도 안 온다. 청소년 보호법이라 알려줄 수 없다더라. 피해자 부모라도 재판 일정을 알고 싶다면 재판장에게 편지를 쓰라고 하더라. 그래서 편지까지 썼지만 연락이 없었다"라며 답답한 마음을 털어놓았다. 그리고 가해자 부모와의 일화도 공개했다.

그는 "가해 부모와 50만 원에 합의를 보려고 했다. 하지만 행동이 너무 당혹스럽고 이해할 수 없었다. 하는 말이 자신들도 피해자라고 하더라. 우리가 합의를 안 해줘서 자신의 아들이 고생을 하고 있다며 큰소리를 치는데 정말 할 말이 없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소년법에 대해 "현재의 소년법은 피해자 방치 법, 가해자 범죄 촉발 법이다. 나는 때린 애들을 미워하지도 않고 때린 애들 부모도 미워하지 않는다. 다만 법에 문제가 있는 거다. 피해자는 더 피해를 보고 가해자는 자유로워지는 것이 지금의 소년법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전문가는 "잘못을 해서 벌을 받아야 하는데 현재의 보호처분은 우습게 볼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이러한 처벌은 아무 의미가 없다"라고 말했다.

집단 폭행의 피해자 수진 양의 어머니는 자신의 딸을 폭행한 가해자들에 대한 울분을 참지 못했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한 소녀에게는 합의서를 써줬다는 사실을 밝혔다.

그는 "그 아이만 부모님이 오지 않고 위탁 시설 선생님이 오셨더라. 처음에는 그게 무슨 상관이냐 싶었는데 갈수록 마음이 쓰였다. 미운데 마음이 쓰였다. 그래서 결국 합의서를 써줬다"라고 밝혔다.

이에 전문가는 "아이들이 집으로 다시 돌아가도 기댈 곳이 없다. 건드려주는 어른이 없기 때문에 또다시 비행에 빠지게 된다"라며 다시 범죄를 저지를 수밖에 없는 비행 청소년들의 현실에 대해 말했다.

또한 그는 "아이들의 잘못은 대부분 부모의 잘못 때문이다. 그리고 빈곤이 원인이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책임을 물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제대로 보호하지 못한 사회의 탓이며 돌보지 못한 부모의 탓이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승재현 박사는 "범죄의 죄질에 따라서 처벌을 달리 해야 한다. 99%는 보호처분으로 남되 1,2%의 50년대에는 볼 수 없었던 2020년에 나올법한 범죄들이 있다. 이것에는 소년법을 적용하는 것이 맞겠냐"라고 말했다.

17세 소년에게 성폭행을 당한 초등생의 어머니. 그의 딸은 소년법을 원망하고 있다. 딸은 "피해자는 뭐가 되냐. 왜 나만 맨날 고통 속에 살아야 하냐. 너무 가해자 인권만 생각하고 피해자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 사건의 가해자는 피해자에게 금전을 요구하고 음란물을 촬영 제작하게 하였으며 온갖 협박으로 유인해 성폭행까지 저질렀다. 하지만 그는 형사 재판에 넘겨진지 얼마 안 되어 소년재판으로 넘겨졌다.

재판부는 가해자가 초범이고 나이가 어리고 반성하고 있으며 공부를 잘하는 모범생이라는 이유로 형사 재판이 아닌 소년 재판으로 사건을 넘긴다고 밝혔다. 당시 가해자는 재판부를 향해 "나에게 기회를 주면 훌륭한 변호사가 되겠다"라며 자신의 미래 계획을 밝혔던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안겼다. 이에 피해자는 간곡하게 다시 형사 재판으로 보내달라고 요청했지만 재판부는 피해자의 목소리는 묵인한 채 급히 소년 재판으로 사건을 넘겼다.

이에 소년 재판부는 가해자에게 어떤 처벌을 내렸는지 전혀 알 수 없게 되었다. 소년 재판은 소년부 단독 판사, 비행을 한 가해자, 가해자의 부모, 가해자의 변호인만이 함께하는 재판이었다. 피해자의 목소리는 철저하게 차단된 것.

피해자의 어머니는 이러한 상황에 "나도 억울한데 우리 아이는 어떻겠냐. 몇십 년 계속 본인과 싸우며 살아야 하는데 얼마나 괴롭겠냐"라며 "가해자를 보호하는 장치가 있으면 피해자를 보호해주는 장치와 제도들 또한 반드시 생겼으면 좋겠다"라고 소년법이 달라지길 빌었다.

이 사회는 우리 어른은 무엇이 옳고 그른지, 용서와 사과는 무엇인지 잘못을 했을 때 무엇을 책임을 져야 하는지 알려주고 있을까.

이에 한영선 교수는 "소년법은 피해자가 사건을 통해서 그 이전이 아니라 그것보다 훨씬 더 나은 상태로 만들어 줘야 한다. 그것이 국가의 일이다. 신속하게 도움을 받아야 최소한 상처 받기 이전의 단계로 돌아갈 수 있다"라며 피해자를 위한 제도적인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승재현 박사는 "가해자는 피해자에게 적극적으로 사과해야 한다. 그게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해야 할 유일한 것이다. 그리고 법원에서 피해자의 목소리가 직접적으로 전달될 수 있어야 한다. 이렇게 되어야만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적극적으로 사과를 하고 용서를 구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방송은 소년법은 가해 소년뿐만 아니라 피해 소년들을 위하는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라고 강조하며 제도적인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뉘우치지 못하는 가해자와 보호받지 못하는 피해자로 계속해서 자랄 것이라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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