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9일(금)

스타 끝장 인터뷰

[스브수다]전미도, 뮤지컬 스타→드라마 신인 "욕 먹어도 도전하고 싶었다"

강선애 기자 작성 2020.06.02 15:31 수정 2020.06.02 16:24 조회 2,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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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미도

[SBS연예뉴스 | 강선애 기자] 전미도는 15년 차 베테랑 뮤지컬 배우로, 각종 뮤지컬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휩쓴 뮤지컬계 스타다. 하지만 드라마 판에서 그는 이름조차 낯선 '신인' 일 뿐이다. 그동안 많은 뮤지컬 배우들이 드라마, 영화에 진출해 인지도를 높였던 것과 달리, 전미도는 지난 십수 년 동안 무대 연기 한 우물만 팠다.

그래서 전미도가 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극본 이우정, 연출 신원호)에서 99학번 의대 동기들 중 유일한 홍일점 채송화 역으로 발탁됐다는 소식만으로 큰 화제를 모았다. 도대체 어떤 배우길래, 얼마나 대단한 연기력을 갖고 있길래, 누구나 탐내는 신원호-이우정 사단의 새 작품 속 단 하나의 여자 주인공인 채송화 역을 따낸 것인지. 캐스팅만으로 강하게 호기심을 자극했다.

뚜껑을 연 전미도의 연기는 그야말로 '완벽'했다. 단발머리에 안경 쓴 얼굴, 총명한 눈빛은 유능한 신경외과 의사인 채송화의 외형과 딱 어울렸고, 차분하면서도 다정하고 인간적인 채송화의 성격도 전미도의 연기로 자연스럽게 표현됐다. 대중이 전미도란 배우에 대해 갖고 있던 기존 이미지가 없던 터라, 그가 연기하는 채송화에 보다 더 몰입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었다. 그렇게 전미도 아닌 채송화는 감히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전미도는 채송화 그 자체였다.

아무래도 드라마 주연이 처음이다 보니, 대중에게 전미도란 배우에 대해 알려진 게 많지 않다. 나이는 몇인지, 결혼은 했는지, 왜 이제야 TV 드라마에 도전한 것인지 등 많은 부분에서 궁금증 투성이었다. 궁금한 게 많으니 만남에도 기대감이 생겼다. 인터뷰에 나서며, 그것도 여배우 인터뷰를 앞두고 설레긴 오랜만이었다.

전미도

▲ 조정석-유연석 강력 추천으로 성사된 '슬의생' 캐스팅

1982년생인 전미도는 지난 2006년 뮤지컬 '미스터 마우스'로 데뷔한 후 '신의 아그네스', '김종욱 찾기', '로미오와 줄리엣', '닥터 지바고', '메피스토', '원스', '스위니토드', '베르테르', '맨 오브 라만차', '어쩌면 해피엔딩' 등 수많은 뮤지컬과 연극에서 활약했다. 무대에서는 스타였던 반면, 드라마는 2018년 tvN '마더', 영화는 2019년 개봉작 '변신'에 출연한 게 다였다. 그런 그가 단역-조연-주연 단계를 건너뛰고 단박에 '슬기로운 의사생활'(이하 '슬의생')의 여주인공에 발탁됐다.

"먼저 오디션을 보겠냐는 제안이 들어왔어요. 신원호 감독님, 이우정 작가님의 팬이라, 오디션에서 떨어지더라도 좋은 경험이 될 거 같아 오디션에 응했죠. 1차 오디션을 보고 몇 달 뒤에 2차를 봤는데, 아무래도 제가 드라마 쪽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은 신인이다 보니 감독, 작가님이 고민이 된다고 하시더라고요."

전미도가 마음에 들지만 낮은 인지도 탓에 망설일 수밖에 없던 순간, 제작진에게 확신을 안겨준 건 '슬의생'에 함께 캐스팅된 배우 조정석과 유연석이었다. 두 사람은 사전에 논의된 바가 전혀 없었고, 심지어 전미도와 개인적인 친분이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나란히 그녀를 채송화 역에 추천했다.

"제가 '슬의생' 오디션을 봤다는 것도 모르고, 조정석 오빠가 제작진에게 '배우 한 명 추천하고 싶다'면서 절 추천했대요. 또 유연석 씨는 과거 시상식에서 한 번 만나 인사를 나눈 게 전부인데, 제가 오디션을 봤다는 걸 알고 감독님한테 '공연을 봤는데 잘하더라. 같이 하면 좋겠다'라고 의견을 전했대요. 감독, 작가님 입장에서는 그런 긍정적인 메시지들이 겹치면서 '전미도란 친구가 맞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고, 캐스팅 결정을 내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하더라고요."

전미도

극 중 채송화는 차분하고 이성적이고 유능한데, 좋은 인성과 인간미까지 갖춘 완벽한 의사였다. 먹는 것에 집착하거나 친구들과 티격태격하고, 음치라 노래를 못 불러야 한다는 엉뚱한 설정들도 존재했다. 전미도는 감정표현이 크지 않은 채송화를 차분하면서도 섬세하게 그려냈고, 더불어 완벽해 보이는 채송화에게 깃든 다소 엉뚱한 설정들도 충실하게 표현했다.

"채송화가 너무 멋있는 사람이라, 이렇게 좋은 사람을 제가 표현할 수 있을까 하는 부담과 걱정이 있었어요. 그나마 음치에 먹는 것에 집착하고 엉뚱한 면들이 있어서, 그런 인간적인 모습들을 더 살리려고 노력했죠. 채송화가 차분한 성격이라, 감정 표현이 다른 인물들에 비해 눌러져 있을 수 있는데, 그렇게만 하면 재미가 없으니까 변주를 주려 했어요. 사실 그게 까다롭고 어려운 부분인데, 그런 면이 살아나게끔 작가님이 잘 써주셨고, 전 그걸 따랐을 뿐이에요. 의사로서는 전문적인 모습을 부각시키면서, 친구를 만날 때나 엄마와 통화할 때는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채송화와 전미도, 의사와 배우라는 직업의 차이는 있지만 이를 대하는 태도에 있어서는 비슷하다. 하지만 개인적 성향은 정반대라고 한다.

"채송화가 환자를 대할 때의 진정성과 책임감, 의사로서 믿음직스러운 면들이 제가 배우로서 작품을 대할 때의 태도와 비슷한 거 같아요. 저도 맡은 것에 책임감을 갖고 노력하고, 절 선택해주신 분들에게 믿음을 주려고 하는 성격이거든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데, 배우로서 저는 정말 성실해요. 하지만 그 외에는 송화와 정반대예요. 송화는 굉장히 활동적인데, 전 정적이고 사색을 좋아해요. 송화처럼 캠핑을 좋아하지도 않고요. 저라면 캠핑 절대 못해요. 손이 많이 가는 스타일이거든요.(웃음)"

▲ 음치, 음원차트 1위, 밴드... 생소한 음악적 도전들

베테랑 뮤지컬 배우인 전미도는 노래를 '잘' 부른다. 하지만 채송화가 음치 콘셉트라 전미도는 일부러 노래를 못하는 연기를 해야 했다. 새롭지만 재밌는 도전이었다.

"작가님이 채송화를 음치로 하자고 했을 때,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했어요. 완벽해 보이는 인물에게 정반대의 특이한 모습이 있다는 게, 매력적이라 느꼈죠. 그게 또 절 좋아해 준 뮤지컬 팬들에게도 재미있지 않을까 싶었고요."

'슬의생' 속에서 음치 연기로 제 실력을 뽐내지 못했던 전미도는 드라마 OST로 본모습을 드러냈다. 전미도가 부른 신효범의 '사랑하게 될 줄 알았어'가 '슬의생' OST로 나왔고, 이는 음원 차트 1위를 찍은 이후 계속 상위권에 랭크되며 시청자와 리스너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제가 이 드라마의 오디션에 합격한 것도, 음원 차트 1위 한 것도 신기해요. 온 우주가 돕고 있는 거 같아요.(웃음) 1위 할 정도로 제가 잘 부른 것도 아닌데. 채송화가 음치라서 반전 재미로 좋게들 봐주신 거 같아요. 주변에서는 '네가 뭔데 아이유를 이기냐'며 놀려요."

전미도

음악과 나름 일가견이 있는 15년 경력의 뮤지컬 배우인 그녀한테, 음치 연기와 음원차트 1위 경험은 그동안 겪어보지 못한 생소한 일들이다. 여기에 하나 더, 전미도는 이번 작품을 하며 베이스를 배우고 밴드에 도전했다. 조정석, 정경호, 김대명, 유연석과 함께 극 중 의대 99학번 동기들이 만든 밴드 '99즈' 설정 때문이었다.

"악기는 개인적으로 시간을 투자해 연습해야 하는 고독한 싸움이에요. 예전에 뮤지컬 '원스'를 하며 피아노를 6개월 정도 배웠었는데, 그 경험을 해봐서 장시간을 투자해 악기 연습을 하는 게 익숙하게 다가왔어요. 멤버 각자가 연습을 하다가, 중간쯤부터는 모여서 합주를 했는데, 합주를 하니 신세계더라고요. 한자리에 모여 완성된 음악을 듣는 순간, 다들 흥분했어요. 그 재미를 맛보고 나서는 연습이 더 재밌어졌죠. 드라마 촬영은 지난해 늦가을부터 들어갔는데, 베이스 연습은 여름부터 시작했으니 지금까지 1년을 배웠네요. 드라마가 종영했지만, 지금도 악기 연습은 하고 있어요. 시즌2 촬영까지 6개월 정도의 시간이 비는데, 그동안 악기를 놓으면 여태까지 쌓아온 게 사라질 거 같아 주기적으로 계속 모여 연습하기로 했어요."

▲ '99즈'의 실제 우정, 시즌2에서 풀어낼 '익준-치홍' 사이 송화의 선택

드라마 속 '99즈'의 돈독한 20년 우정은 시청자에게 재미와 감동을 안겼다. "나도 저런 친구들이 있으면 좋겠다"는 부러운 마음마저 들었다. 드라마처럼 동갑은 아니지만, 비슷한 또래들로 이뤄진 전미도를 포함한 다섯 배우들은 실제로도 탄탄한 친분을 자랑했다.

"드라마에서 보여지는 거랑 실제 저희랑 크게 차이가 없어요. 촬영을 하면서도 연기한 거 같지 않아 '우리 제대로 한 게 맞아?'라며 물어보기 일쑤였죠. 다들 맡은 캐릭터랑 비슷한 면들이 있어요. 온앤오프가 크게 다르지 않아요. 촬영 때 말고 따로 만나 합주 연습도 하면서, 그러면서 친분을 쌓아갔어요."

전미도

'슬의생' 시청자가 가장 궁금해했던 부분은 극 중 채송화가 자신에게 애정을 표현한 친구 이익준(조정석 분)과 후배 안치홍(김준한 분) 중 누구를 택하는가 였다. 하지만 시즌1에서는 채송화의 선택이 그려지지 않았다. 결국 채송화의 러브스토리의 향방은 다음 시즌으로 넘어갔다. '슬의생' 시즌2는 연말에 촬영을 시작해 내년에 방송될 예정이다.

전미도는 실제 자신이라면 "재밌는 사람"을 좋아하기에, 이익준을 선택할 것 같다고 웃어 보였다. 그러면서도 시즌2 채송화에게 바라는 점을 말했다.

"시즌1에서는 송화가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았어요. 환자를 대하는 모습, 친구를 대하는 모습이지, 개인적으로 감정을 드러내는 신이 없었죠. 시즌2에 그런 신들이 생긴다면, 송화란 인물의 깊이를 더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더 밀도 있게 그려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욕심이 있어요. 도대체 송화가 익준이와 치홍이에 대해 어떤 마음인 건지, 그 서사도 나왔으면 좋겠어요. 저도 송화가 궁금해요."

▲ 15년 뮤지컬 스타의 드라마 도전 이유

뮤지컬 배우로 15년간 탄탄대로를 걸어온 전미도는 왜, 지금 이 시점에 매체연기에 도전하고자 하는 마음이 생긴 걸까. 그것도 서른아홉이라는 남들보다 늦은 나이, 뮤지컬 업계에서는 스타여도 드라마에서는 신인 취급을 받을 텐데 말이다.

"공연을 하면서도, 어떤 하나의 이미지에 갇히고 싶지 않아 다양한 것에 도전해 왔어요. 그런데 공연을 오래 하다 보니, 제 연기가 어느 선에서 한정되는 느낌을 받았어요. 새로운 걸 도전하고 싶단 생각,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는 단계로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질책을 받거나 욕을 먹더라도 부딪쳐 보고 싶다는 마음이었는데, 마침 그때 '마더'라는 드라마에 잠깐 참여하게 됐어요. 사실 그때는 매체연기가 처음이라 '난 여기서는 안 되겠다'라고 생각하고 좌절했어요. 근데 영화 '변신'을 찍으면서 재미를 느꼈고, 조금 더 매체연기에 집중해서 해보고 싶단 생각이 들었죠. 그러던 찰나에 '슬의생' 드라마 오디션 제안이 들어왔고 하게 된 거예요."

전미도

전미도는 지난 2013년 결혼한 품절녀다. 그녀는 남편에 대해 "자랑하면 끝이 없을 정도로 정말 좋은 사람"이라며 "제가 어떻게 이런 사람을 만났을까 싶을 정도로, 제가 배우로서 하는 일들에 대해 다 이해해준다"며 애정을 표현했다. 그녀가 드라마 연기에 도전하는데 용기를 북돋아 준 사람도 남편이었다.

"남편이 없었으면 제가 '슬의생'을 하기 힘들었을 거예요. 남편이 다 이해해줘서 할 수 있었고, 제가 걱정하고 부담스러워하는 부분에 있어서도 남편이 큰 힘이 돼 줬어요. 남편은 평소 드라마를 좋아하는 사람이 아닌데, '슬의생'은 '찐팬'이 됐어요. 저보다 더 재밌게 보고, 집에 가면 항상 '슬의생'이 틀어져 있더라고요."

'슬의생' 시즌1을 성공적으로 마친 전미도는 다시 무대로 돌아간다. 초연을 함께 했던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에 출연, 여주인공 클레어 역으로 관객을 만난다. 다시 '노래 잘하는' 전미도로의 컴백이다.

수많은 드라마 연기자들 중, 처음부터 주연을 맡고, 처음부터 극찬을 이끌어내며, 처음부터 성공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전미도는 그 대단한 일을 해냈다. 탄탄한 연기력에 캐릭터 소화력을 갖췄던 뮤지컬 스타의 내공은 TV로 옮겨와서도 변함없었고, 거기에 '작품운'까지 뒤따랐다. 전미도는 이제 막 첫 발을 내딛었지만, 그 한 걸음으로 단번에 최고 위치에 올랐다.

"공연할 때도 운이 좋은 배우라 생각했는데, 진짜 이번 드라마를 만나면서 '천운'이라 생각했어요. 제 나이대에 이런 기회가 오는 게 쉽지 않을뿐더러, 이런 좋은 멤버들과 제작진, 주 1회 방송이라는 촬영 환경까지 모든 게 좋았어요. 제 인생의 모든 운을 여기에 쏟은 게 아닐까 걱정스러운 마음이 들 정도예요.(웃음) 감사하고 또 감사하죠."

[사진제공=비스터스엔터테인먼트, tvN]

강선애 기자 sak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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