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5일(목)

스타 끝장 인터뷰

[스브수다] '연기 모범생' 신혜선의 고백 "나는 내가 불안하다"

김지혜 기자 작성 2020.06.16 13:49 수정 2020.06.16 14:01 조회 2,5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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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혜선

[SBS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저는 어렸을 때부터 야망이 있었어요. TV 드라마에 나오는 주인공이 되고 싶었거든요."

배우의 입에서 '야망'이라는 단어를 듣는 것은 퍽 낯선 일이다. 욕심이 있어도 없는 척할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생각지 않은 솔직함에 사뭇 놀랐다. 어렸을 적부터 품어왔다는 야망이 그리 거창한 것도 아니다. 오늘의 신혜선을 생각한다면 말이다.

신혜선이 데뷔 8년 만에 영화의 주연 자리를 꿰찼다. '결백'은 아빠의 장례식장에서 벌어진 막걸리 농약 살인사건, 기억을 잃은 채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몰린 엄마 화자(배종옥 분)의 결백을 밝히려는 변호사 정인(신혜선 분)이 추 시장(허준호 분)과 마을 사람들이 숨기려 한 추악한 진실을 파헤쳐가는 무죄 입증 추적극.

신예 박상현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신혜선이 주인공을 맡았다. 여기에 배종옥, 허준호 등 베테랑 배우들이 영화의 중추를 담당한다.

결백

◆ "'정인'은 이해하기 어려운 캐릭터였다"

'정인'은 대형 로펌의 에이스 변호사다. 악몽 같은 어린 시절을 보낸 후 가족과 등진 채 독하게 성공을 이뤄낸 인물. TV를 통해 아빠의 장례식장에서 일어난 농약 막걸리 살인사건의 살인 용의자로 엄마 '화자'(배종옥)이 체포됐다는 소식을 접하며 고향으로 향한다. 기억을 잃은 채 딸도 알아보지 못하는 엄마가 살인 용의자일 리 없다고 확신한 정인은 화자의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변호를 맡게 된다.

신혜선은 자신이 연기한 캐릭터 '정인'에 대해 '속이 시끄러운 아이'라고 표현했다.

"시나리오를 읽고 정인에 대해 느꼈던 건 '속이 복잡하고 시끄러운 아이구나'라는 생각이었어요. 안개 속에 있는 듯한 느낌도 들었고요. 속이 짬뽕 국물처럼 혼재돼 있다는 생각도 했어요. 처음에는 이해하기 어려운 캐릭터여서 '이렇게 (연기)하는 게 맞을까' 계속해서 의구심을 품기도 했어요."

신혜선

캐릭터에 대한 모호함은 상대 배우들과의 앙상블을 통해 선명해지기 시작했다. 베테랑 연기자인 배종옥, 허준호와의 호흡은 신혜선이 캐릭터에 대해 가졌던 의문과 연기 방식에 대한 불확신을 깨나가는 과정이기도 했다.

"아마 저 혼자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극을 끌고 나가기 어려웠을 것 같아요. '상대방이 이렇게 나온다면 나는 여기서 이렇게 연기할 수 있겠구나'를 느끼면서 촬영을 해나갔던 것 같아요. 정인의 삶을 표현하는 데는 이런 모호한 느낌이 맞겠구나 싶더라고요. 정인의 마지막 선택에 대한 그녀의 속내도 명확하게 드러나진 않잖아요. 예스(YES)와 노(NO)가 명확할 것 같은 이미지지만 이 이야기 안에서 정인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겠다 싶더라고요."

결백

신혜선은 영화 중반까지는 다소 힘이 들어간 연기를 선보인다. 그러나 중반 이후부터는 힘을 뺀 연기로 관객의 감정적 몰입을 높인다. 특히 후반부 화자와의 접견 신에서는 관객의 눈물샘마저 폭발시킨 뛰어난 연기를 선보였다.

"촬영 전날 화장실 거울을 보며 연습을 많이 했는데도 막상 당일이 되니까 못할 것 같더라고요. '못할 것 같다'고 엄살을 부리기도 했어요. 배종옥 선배랑 그날은 서로 얼굴도 안 쳐다봤어요. 서로 그래야 집중이 잘 될 것 같다는 생각이 있었던 것 같아요. 촬영이 시작되고 접견 신 공간 안에서 처음으로 눈을 쳐다봤는데 그 순간 눈물이 터지더라고요. 그 공간 안에서, 연기하는 순간만큼은 배종옥 선배가 가장 큰 힘이 됐던 거 같아요."

신혜선

◆ '연기 모범생' 신혜선의 불안

신혜선은 '검사외전'(2015)과 '하루'(2017)에 출연하기도 했지만 영화 주연은 처음이다. 데뷔 후 8년간 드라마 위주의 활동을 해왔기에 영화 촬영 현장이 낯설기도 할 터. 신혜선은 "드라마를 많이 하다 보니 처음엔 영화 현장이 적응이 잘 안 되기도 했어요. 게다가 제가 성격이 좀 급하다 보니 여유롭게 진행되는 영화 현장이 조금 낯설기도 했고요."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드라마는 실시간으로 시청자의 반응을 볼 수 있잖아요. 영화는 촬영을 하고 최종 편집을 마친 후 극장에서나 제 연기를 확인할 수 있으니까 '제대로 (연기를)한 걸까', ''잘 나왔을까' 이런 마음으로 기다리는 시간이 길게 느껴져요. 처음에는 그게 계속 불안했어요. 저는 제가 항상 불안하거든요. 내가 연기를 한 것이 과연 다른 사람에게도 제대로 가 닿을까에 대한 불안함인 거죠. 배우란 일종의 스토리 텔러잖아요. 그걸 잘하고 싶은데... 영화는 그걸 중간에 확인할 수 없으니 불안함을 느꼈던 거 같아요."

신혜선

스스로가 불안하다고 했지만 신혜선은 배움을 거듭하며 성장해나갔다. 대선배 허준호와의 연기 앙상블만 봐도 흔들림 없이 자신의 연기를 해나가는 남다른 강단을 엿볼 수 있다.

"딱 한 번 기가 한번 확 죽었던 순간이 있었어요. 허준호 선배님이 평소에는 너무 좋으신 분인데 추 시장을 연기할 때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거든요. 촬영을 들어가기 전 오늘 찍을 장면에 대해 예상을 하고 상대의 연기까지도 어느 정도 머릿속에 그리면서 준비하는데 허준호 선배님은 매번 예상치 못한 연기를 하셔서 소름이 쫙 돋았어요. 두 사람이 논쟁하는 장면을 찍을 때는 '어우 진짜 무섭다', '기가 확 죽는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정인은 기가 죽으면 안 되는 캐릭터인데.... 그 다음부터는 힘들어도 선배님 눈을 똑바로 쳐다보고 기 안 죽으려고 노력했어요. 선배님의 카리스마와 폭발적인 연기력을 보고 있으면 현장에서 비린내가 난달까. 그런 생각이 들 정도예요."

신혜선

◆ "슬럼프? 아직 정점 찍지도 않았는데…"

신혜선은 작품 하나로 단번에 뜬 신데렐라형 스타가 아니다. 단역부터 조연, 주연까지 단계별 성장을 거듭하며 드라마와 영화의 주인공으로 우뚝 섰다. '배우의 기본은 연기'라는 정직한 논리에 부합하는 '연기 모범생' 같은 느낌이 드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일찌감치 배우의 꿈을 키웠다고 했다. 어린 시절부터 남들 앞에 나서기 좋아하고 누구에게나 예쁨받기를 원하는 성격이 연예계로 자신을 이끌었다고 덧붙였다.

"어릴 때는 막연하게 TV에 나오는 사람이 부러웠던 거 같아요. 저런데 나오는 사람 되면 좋겠다고 생각하다가 드라마를 보면서 '저거 너무 재밌겠다', '나도 하고 싶다'는 생각까지 하게 된 거죠."

신혜선

한림예고와 세종대 영화과를 졸업하면서 연기 수업을 차곡차곡 해나갔다. 드라마 '학교 2013'으로 데뷔한 후 드라마와 영화를 오가며 다양한 경험을 쌓은 것은 오늘날 큰 자산이 됐다.


드라마에 나오는 주인공이 되고 싶다는 어린 시절의 꿈과 야망은 이뤘다. 이젠 성장과 성숙을 향해 나아가는 단계다.

"제가 살면서 어떤 일에 몰두를 하고 열정을 불태운 일이 거의 없어요. 하지만 제가 지금 하는 일은 영혼과 몸을 바쳐서 해야 하는 일이라 최선을 다하려고 해요. 연기를 할 때는 내 몸을 불살라진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어요. 그럴 때 카타르시스를 느껴요. 어떻게 보면 연기는 열심히 안 하는 것처럼 하는 게 좋다고도 하잖아요. 힘을 빼고 막 해야 한다고. 그렇지만 저는 대본 공부만큼은 열심히 해야 하는 게 맞다고 봐요."

신혜선

데뷔 8년 차, 앞만 보고 달려온 시간을 생각하면 보이지 않게 슬럼프도 겪었을 것 같았다. 신혜선의 답은 다소 의외였다.

"슬럼프 같은 건 어떤 정점을 찍었을 때 오는 거 아닐까요? 저는 아직 노력하는 단계라 슬럼프가 올 때는 아닌 것 같아요. 물론 가끔씩 마음이 지칠 때는 있어요. 제가 해야 하는 연기나 일에 대해 갈피를 잡기 힘들 때가 있거든요. 마음이 시끄러운 거죠. 그럴 때는 한숨 푹 자고 일어나면 괜찮아져요. 차라리 일이 바쁠 때는 잡생각이 안 들어서 더 즐거운 거 같아요."

ebad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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