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30일(토)

스타 끝장 인터뷰

[스브수다]"멍뭉미 아닌 송아지미"…사람 냄새 나는 배우 이상엽

강선애 기자 작성 2020.07.04 12:43 수정 2020.07.05 16:20 조회 2,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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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엽

[SBS연예뉴스 | 강선애 기자] "처음 상엽이를 봤을 때 피부 톤이 너무 예뻐서 반했어요. 그리고 가까이에서 보면 '멍뭉미'가 아니라 '송아지미'가 있어요. 눈이 엄청 착해요."

최근 종영한 SBS 드라마 '굿캐스팅'에 출연한 배우 최강희는 상대역이었던 이상엽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예쁜 피부톤에 송아지미가 있다는 게 무슨 말일까.

인터뷰를 위해 마주한 이상엽을 바라보니 최강희의 설명이 와 닿았다. 말끔한 얼굴에 송아지처럼 크고 순한 눈은 첫인상부터 이 사람이 착할 것이라는 믿음을 심어줬다. 물론 사람을 외모만으로 평가하면 안 되겠지만, 이상엽에게서는 묘하게도 '선함'과 '순함'이 단번에 느껴졌다. 그리고 그 믿음은 인터뷰를 이어가며 확실하게 굳었다. 이상엽은 주변을 아우르고 관계를 소중하게 여길 줄 아는 착한 인간미가 있었고,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알았다. 또 30대 후반이라는 나이가 무색할 만큼 기분 좋은 천진난만함이 보이기도 했다. 이상엽이 왜 연예계 인맥이 넓은 걸로 유명한지, 어떻게 다양한 예능에 나가며 스스럼없이 출연진에 어우러질 수 있었는지 이제야 이해가 갔다.

이상엽

'굿캐스팅', 좋은 사람들과 재미있게 잘 놀았다

'굿캐스팅'은 지난해 촬영을 시작해 올 2월 촬영을 끝낸 사전제작 드라마다. 방영은 4월부터 6월까지 이뤄졌다. 캐스팅부터 촬영, 방송까지 지난해부터 약 10개월 가까운 시간이었다. 미니시리즈 치고는 꽤 긴 시간 동안 이 작품과 함께 한 이상엽은 그래서 "끝난 것 같지 않다"는 소회를 밝혔다.

"좋은 사람들이랑 재미있게 잘 논 느낌이다. 마피아 게임하듯 '마이클'을 찾으며 잘 지냈다. 우리끼리는 드라마가 끝난 거 같지 않다고 말한다. '굿캐스팅' 단톡방에서 계속 대화를 나누다 보니, 더 그렇다. 아침 일찍 놀이공원에 가서 하루 종일 잘 즐기고, 야간 개장까지 티켓을 끊고 싶은데 엄마가 사줄지 안 사줄지 모르는, 그런 느낌이다. 야간 개장 티켓을 사준다면, 그건 시즌2가 되지 않을까.(웃음)"

이상엽은 '굿캐스팅'에서 함께 연기 호흡을 맞춘 최강희, 김지영, 유인영, 이종혁, 이준영, 허재호 등과의 돈독한 팀워크를 강조했다. 수차례 '좋은 사람들'이란 말을 반복했다. 실제로 '굿캐스팅' 촬영장의 화기애애했던 분위기는 방송가에서도 소문이 자자했는데, 그 중심에 있던 이상엽은 동료들에게 푹 빠진 모습이었다.

이상엽

"한창 우리가 촬영할 땐 코로나19 사태 이전이었다. 그래서 촬영 끝나고도 자주 모여 시간을 보냈다. 하나 웃긴 건, 드라마 촬영이 끝날 때까지 단톡방이 없었단 거다. 모일 일이 있으면 내가 전화를 돌리는 연락책이었다. 드라마가 끝나고 뒤늦게 '우리가 왜 단톡방이 없지?' 그랬다. 그제서야 다 초대해서 방을 개설했다. 지금은 그 단톡방에 메시지가 끊임없이 올라온다."

특히 이상엽은 자신과 로맨스 상대역으로 호흡을 맞췄던 최강희를 추켜세웠다. 최강희가 출연한다기에 '굿캐스팅' 출연을 결정했을 정도로, 사전에 최강희에 대한 단단한 믿음이 있었던 이상엽은 이번에 함께 연기하며 최강희의 좋은 면들을 더 많이 봤다.

"강희 누나와 함께 하며, 누나가 굉장히 여러 가지를 가지고 있는 배우라는 걸 느꼈다. 아기 같은 면도 있고, 강인함도 있다. 그런 누나의 여러 가지 모습을 발견하는 게 현장에서 나만의 재미있는 소일거리였다. 또 누나의 연기는 내 연기에도 좋은 영향을 줬다. 윤석호를 연기하며 헷갈릴 때는, 상대배우인 강희누나의 연기를 보고 자연스럽게 답을 찾을 수 있었다."

'굿캐스팅'은 한직에 밀려났던 여성 국정원 요원들이 국제 산업스파이 '마이클'을 잡는 현장에 차출되고, 일광하이텍에서 잠입 수사를 벌이며 일어나는 이야기를 그린 액션 코미디 드라마다. '굿캐스팅'은 유쾌통쾌한 매력으로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16회 연속 월화극 시청률 1위로 성공적인 마무리를 했다. 이상엽은 '굿캐스팅' 시즌2에 대한 바람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드라마에 대한 여운이 길다. 그래서 배우들끼리는 시즌2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하고 있다. 감독님, 작가님은 말씀을 아끼시지만, 저희가 계속 푸시할 거다.(웃음) 만약에 시즌2를 제작한다면, 이번에 보여드리지 못했던 액션을 좀 해봤으면 좋겠다. 다른 캐릭터들이 멋있게 액션 하는 게 보는 내내 부러웠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나도 해보고 싶다."

이상엽

▲ 두 드라마 동시 출연, 걱정했는데 귀엽게 봐줘 감사

이상엽은 동 시기에 두 드라마에 출연했다. '굿캐스팅'에서는 일광하이텍 대표 윤석호 역으로, KBS 주말극 '한 번 다녀왔습니다'에서는 의사 윤규진 역으로 시청자를 만났다. '굿캐스팅'이 사전제작으로 촬영을 일찍 다 끝내고 편성이 뒤늦게 정해지며, 두 드라마가 요일은 달라도 동 시기에 방송하게 됐다. 시청자에게 하나의 캐릭터로 인식되는 게 좋은 배우에게는 분명 두 작품 동시 방영은 부담되는 일이다.

"'굿캐스팅' 편성이 예정보다 뒤로 밀리며, 어쩔 수 없이 두 드라마가 동 시기에 방송됐다. 솔직히 걱정 많이 했다. 난 다르게 연기한다 했어도, 어쨌든 이상엽이 연기한 거라 비슷한 부분이 보일 수도 있고, 그게 시청자가 보기에 불편하고 식상해 보일 수 있다는 걱정이었다. 그래도 다행히 시청자 분들이 귀엽게 봐주신 거 같다. '규진아 너 나희랑 이혼하더니, 찬미 만나는구나' 그런 귀여운 댓글들이 보이더라. 걱정 진짜 많이 했는데, 감사했다."

'굿캐스팅' 속 윤석호는 일광하이텍 대표이사로 외모, 재력, 학벌, 성품까지 갖춘 완벽한 인물이었다. 하지만 그런 완벽함 뒤에는 의외로 엉성하고 허점들이 존재했다. 이상엽은 윤석호의 완벽함과 허당미를 안정적으로 표현하며 매력적인 인물로 그려냈다.

이상엽

"처음에는 윤석호를 멋있게만 그리고 싶었는데 쉽지 않았다. 그 고민 때문에 초반에 스트레스를 받았는데, 생각해보니 석호도 사람이더라. 부모의 죽음에 대한 상처 때문에 벽을 쳐놓았을 뿐이지, 충분히 '약함'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정적으로, 백찬미와 책장을 사이에 두고 힘겨루기를 하는 장면을 찍고 나서 윤석호에 대한 기준을 바꿨다. '내가 윤석호를 멋있고 냉혈한으로만 생각했구나, 이런 깨알 재미도 있고 호기심도 있는 사람인데' 싶었다. 그 이후로는 석호의 인간적인 면을 좀 더 드러내려고 했다."

이상엽은 '한 번 다녀왔습니다'의 윤규진보다 '굿캐스팅'의 윤석호가 실제 자신과 더 비슷하다고 말했다.

"둘 다 내가 연기했기 때문에 나와 비슷한 부분들이 다 있긴 한데, 윤규진보다는 윤석호에 가깝지 않을까 싶다. 석호와 다른 점을 꼽자면, 석호는 강한 사람인데 난 강한 편은 아니다. 또 석호는 자기 상처를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으려고 하는데, 난 그런 건 누구한테 털어놓고 의지를 많이 하는 편이다. 그 상대가 '굿캐스팅'에서는 강희 누나, 지영 누나, 인영이, 종혁이 형, 재호 형 같은 분들이었다. 석호처럼 슈트를 즐겨 입지는 않는다. 난 집에 슈트 한 벌 없다. 반면 연애스타일은 석호랑 비슷하다. 누군가에게 꽂히면 다른 건 안 보는 스타일이고, 석호처럼 다정하다."

이상엽

▲ 자기 노래 듣고 자기 작품 보고... 이상엽의 이유 있는 자기애

이상엽은 이번 작품에서 노래에도 도전했다. '굿캐스팅' 속에서 윤석호가 기타를 치며 '빨간 책가방'이란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있었는데, 이 곡은 후에 OST로 정식 발매됐다. 이상엽은 노래에 자신은 없지만 언젠가 작품에서 OST를 불러 보고 싶었는데, 그 바람을 이뤄 소중한 경험이었다고 전했다.

"꿈이 이뤄졌다. 배우들은 자기 작품에서 OST를 불러보고 싶다는 로망 같은 게 있다. 나도 농담 삼아 감독님한테 OST에 대해 툭 말했던 건데, 정신을 차려보니 진짜 녹음을 하고 있더라. 신기하고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내가 불렀지만, '빨간 책가방'을 천 번은 들은 거 같다. 들을 때마다 신기했다. 이런 기회를 얻어 감사하다."

원래 다작을 해 온 배우이긴 한데, 최근 2년동안 이상엽은 정말 쉼 없이 작품활동을 이어왔다. 2018년 '톱스타 유백이'를 시작으로 '사의찬미', '평일 오후 세시의 연인', '굿캐스팅', '한 번 다녀왔습니다'까지, 공백기 없이 정말 '소'처럼 일하고 있다. 중간중간 '런닝맨', '시베리아 선발대' 같은 예능에도 고정 출연했다. 그가 이렇게 달리는 이유는, 현장이 좋아 굳이 다른 무언가를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니 '톱스타 유백이' 이후 한 달 이상 쉰 적이 없더라. 짧게는 하루 이틀, 길게는 2~3주 정도 쉬었는데, 그 기간에도 '시베리아 선발대' 촬영을 다녀오고 그랬다. 근데 좋더라. 비슷한 느낌의 드라마가 연속이었으면 나 스스로도 매너리즘에 빠졌을 텐데, 느낌들이 다 달랐으니까. 그래서 계속 작품을 할 수 있었다. 또 난 현장이 너무 좋고 행복해 힘들지 않다. 다른 건 별로 재미가 없다. 연기가 재미있고 현장에 있는 게 제일 좋다. 가끔씩 멘탈이 떨어질 땐, 내가 출연했던 '런닝맨' 같은 거를 한 번씩 보곤 한다."

이상엽

자신이 출연한 예능으로 힐링을 한다는 이상엽. 자기애가 상당히 강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그저 단순한 나르시시즘 같은 게 아니다. 이상엽은 날 것 그대로의 자기 모습이 담겼던 예능을 다시 보며, 자신의 본모습이 뭔지를 찾아간다. 연기로 다른 인물을 표현해야 하는 배우가, 자신의 본모습을 확실하게 인지하는 과정은 분명 필요한 일이다.

"연기를 하다 보면 정리가 안 될 때가 있다. 윤석호를 연기하는데, 어느 순간 이 인물에서 이상엽의 느낌이 난다고 여겨질 때 같은 경우다. 그런 느낌이 들 때는 내가 출연했던 '런닝맨'처럼 본래의 이상엽으로 뛰어놀던 모습을 찾아본다. 같은 맥락으로, 내가 출연한 전작들도 본다. 난 나를 아니까, 그 안에서 날 찾는다. 드라마를 다시 보면, 아 저건 '국수의 신'의 박태하가 아니라 이상엽이었구나, 아 저건 '이번 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의 안준영이 아니라 나였구나, 하는 게 보인다. 그런 걸 체크하며 내 모습을 찾으면, 정리가 안 됐던 지금이 정리가 된다. 자기애가 강해서가 아니라, 그런 이유로 내가 출연한 방송들을 다시 보곤 한다."

지난 2007년 드라마 '행복한 여자'로 데뷔한 이상엽은 어느덧 데뷔 14년 차가 됐다. 지난 14년간 쉼 없이 달려온 그에게 '위기'의 순간을 물었다.

"난 위험한 생각을 하면서 살았다. '기회'의 다른 말은 '위기'다. 좋은 배역을 맡아도 '이게 마지막이 될 수 있어'라는 생각, 불안함과 걱정으로 날 억눌렀던 적이 있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지냈던 시간이 나의 위기였던 거 같다. 다행히 지금은 달라졌다. 여러 좋은 선배들과 작품을 하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그런 불안한 생각들을 많이 걷어냈다. 특히 박근형 선생님한테 많은 걸 배웠다. 그래서 난 여러 사람과 같이 하는 작업이 좋다. 연기는 절대 혼자 하는 게 아니다. 또 혼자 스트레스받는다고 바뀌는 것도 아니다. 함께 하는 작업이다."

연기를 할 수 있는 현장이 행복하다는 이상엽은 꿈 역시 죽을 때까지 연기를 하는 것이다. 단순명료 하지만 생각만큼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사람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자기 일을 사랑하는 '송아지미'의 그라면, 가능하지 않을까.

"죽을 때까지 연기했으면 좋겠다. 연기가 없으면 인생이 재미없을 거 같다. 그리고 남한테 피해 안 끼치고 잘 살고 싶다. 그게 꿈이라면 꿈이다."

[사진제공=웅빈이엔에스]

강선애 기자 sak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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