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0일(토)

방송 프로그램 리뷰

[스브스夜] '그것이 알고싶다' 전당포 노부부 살인사건…아들은 불행한 유족일까, 완전 범죄의 범인일까?

김효정 에디터 작성 2020.07.05 01:09 수정 2020.07.05 15:56 조회 6,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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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알

[SBS연예뉴스 | 김효정 에디터] 유력한 용의자인 아들의 주장은 사실일까?

4일에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나는 부모님을 죽이지 않았습니다"라는 부제로 양구 전당포 노부부 살인사건에 대해 조명했다.

지난 2005년 양구에서 제일가는 부자로 소문이 자자했던 화교 노부부 왕씨네가 살해당했다. 이는 금품을 노린 살인이 유력해 보였지만 범인은 현금 천만 원과 몇 개의 담보물을 가져갔고 단순 강도 사건으로 보기에는 힘든 점들이 있었다.

이는 바로 전당포가 하나의 밀실이었던 것. 문단속과 보안에 철저했던 왕 씨는 영업이 끝나면 바로 전당포의 셔터를 내렸고 창문은 쇠창살이 막고 있었다. 그리고 전당포에는 경보기, 비상벨 등이 설치되어 있었다.

또한 이들이 사망한 내실은 전당포 내에서도 또 하나의 밀실처럼 모든 문이 잠겨있었던 것으로 드러났고 외부 침입 흔적은 전혀 없었다. 완전한 밀실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 당시 발견된 피 묻은 족적은 선명하지 않아 사건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았고 흉기도 발견되지 않았다.

이에 당시 수사 기관은 전당포에서 잔심부름을 했던 노부부의 아들 왕 씨를 의심했다. 이에 노부부의 딸 또한 "사실 나도 의심스러웠다 오빠가. 오빠가 그랬다면 이야기하라고 했을 정도다"라고 말했다.

당시 세간의 오해를 받았던 노부부의 아들 왕 씨. 그는 제작진을 향해 "진심으로 바라건대 범인의 얼굴을 보고 싶다. 왜 그랬는지, 왜 그렇게 잔인하게 죽였는지 알고 싶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시 마땅한 직업이 없던 아들은 왕 씨의 전당포에서 잔심부름을 했다. 사건 당일 저녁 5시경 이른 저녁 식사를 했던 부부와 아들. 아들 왕 씨는 "토요일에 손님이 많아야 하는데 그 날은 없었다. 그래서 먼저 퇴근을 했다. 평소보다 일찍 퇴근을 해서 근처 피시방으로 갔다"라고 증언했다.

그리고 당시 게임에 푹 빠졌던 아들은 새벽 1시 넘어서까지 게임을 했다. 다음날 동거녀의 재촉에 눈을 뜬 왕 씨는 평소와 다른 것을 느꼈다. 오전 자신을 깨우는 어머니의 전화가 걸려오지 않았던 것.

혼날 각오를 하고 들어선 가게, 열린 셔터로 전당포에 들어간 아들. 평소와 달리 전당포 안의 방문은 굳게 닫혀있었고 이는 어딘가 이상했지만 아들은 아버지에게 혼나지 않겠다며 안도하고 응접실에서 TV를 보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금반지를 맡기러 온 손님에게 돈을 내어주기 위해 내실 문을 열고 믿기 힘든 광경을 마주했던 것.

전문가는 살해당한 노부부에 대해 "식후 3시간에서 5시간 정도 소화가 다 되지 않은 상황에 살해되었다. 그리고 손에는 뜯어진 약봉지가 들려있었고 주변에는 알약이 떨어져 있었던 것으로 보아 식후 약을 먹기 전 봉변을 당한 것 같다"라고 했다.

이에 아들은 "내가 나가는 걸 보고 범행을 저질렀을 수 있겠다. 내가 나갈 때 셔터가 열린 곳으로 들어와서 범행을 한 게 아닌가 싶다"라고 했다. 그렇다면 사건 당시 이상한 점을 주변 사람들은 느끼지 못했을까. 이에 지인들은 "어떻게 한 명도 못 보았을까"라며 어떤 이상한 기색도 느끼지 못했다고 말했다.

제작진은 전문가들과 범행의 윤곽을 그려봤다. 전문가들은 "전당포에서 돈만 가져가고 시계는 안 가져갔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금전 때문에 벌어진 사건은 아니다. 움직이지 못하는 할아버지와 할머니에게 필요 이상의 폭력이 가해졌다는 것은 감정의 쌓인 것을 분풀이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라고 했다.

법의학자 또한 "과도하게 치명적인 부위를 여러 번 찔렀다는 것은 확인 사살을 넘어서 다른 의도가 있을 것. 범행이 익숙하지 않은 인물이 노부부에 대한 원한을 갖고 그랬을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당시 군인들에게 고리대금업을 했던 노부부. 이에 노부부는 높은 이자에 불만을 갖거나 돈을 제때 내지 않는 군인들과 갈등도 빚어졌던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당시 경찰의 조사 결과 금전 거래가 있던 이들 중 혐의점이 있는 이들은 없었다.

이어 제작진은 권일용 교수와 범행 현장을 다시 한번 살펴보았다.

권일용 교수는 범행 현장에 대해 "약을 먹으려던 남편의 가슴을 공격하고 소리를 듣고 달려온 부인을 공격했던 것 같다"라고 분석했다. 그리고 그는 "쓰러진 의자, 범인은 부부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라며 "물 잔은 약을 먹으려는 사람 옆에 있어야 정상인데 아마 약을 먹기 위해 물을 갖다 달라고 말하는 사이 남편을 공격하고 물을 가지고 돌아온 아내를 이어 공격한 것 같다"라고 했다. 또한 범인은 피해자와 아주 긴밀한 관계를 맺은 인물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노부부와 긴밀한 관계를 맺은 이들은 누가 있을까? 이에 지인들은 당시 아들의 동거녀였던 박 씨를 의심했다.

한 제보자는 박 씨의 제부의 차 트렁크에서 당시 식칼이 발견되었고, 사건 발생 후 큰돈을 벌었던 것이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이에 박 씨의 제부는 "터무니없는 이야기다. 식칼이 트렁크에서 나왔다는 건 정말 어이가 없다. 그건 수박을 잘라먹는 칼이었다. 오해일 뿐이다"라고 해명했다. 그리고 당시 수사관계자도 "발견된 칼에는 그런 흔적이 없었다"라며 사건과 무관하다고 했다.

이어지는 박 씨에 대한 의심들, 이에 제작진은 양구에서 다방을 운영 중인 박 씨를 만났다. 그리고 박 씨는 "사건 당일에 고스톱을 쳤다. 그걸 숨기려고 거짓말을 하다가 의심을 받았다"라며 "그리고 난 어머니, 아버지와 사이도 좋았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그가 의심하는 인물은 따로 있었다. 이는 바로 왕 씨 부부의 아들 왕 씨.

박 씨는 "사건 다음날이었나 그럴 거다. 잠을 자는데 잘못했어 엄마, 잘못했어 엄마 하더라"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이어 박 씨는 15년 동안 차마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그는 "설마 생각도 안 했다. 부모를 죽였으리라고 생각을 못했다. 사건 전부터 왕 씨 부자 사이에 오간 이야기가 걸린다"라며 "피시방을 차려달라고 했다. 사건 며칠 전부터 계속했다. 아버지는 계속 반대했다"라고 말했다.

이에 동네 주민들은 "할아버지가 딸한테는 돈을 보내주고 비밀번호 같은 것도 다 알려줬지만 아들에게는 그러지 않았다. 오죽하면 죽을 때 아들에게는 돈을 못 주겠다면서 돈에 불을 다 붙여버리겠다고 했다"라고 증언했다.

당시 아들 왕 씨는 부모의 사망으로 부모의 재산과 전당포 건물, 사망보험금까지 무려 10억 원 가까이 상속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수사 관계자는 "수사할 때 아들이 가장 태연했다. 그래서 상속 재산을 노리지 않았나 추정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런데 유족을 괴롭힌다는 항의를 받아서 아들을 강하게 더 압박하지 못했다. 범인이 뒤진 장롱에서 아들의 지문도 발견되었지만 그건 유력한 증거로 사용되지 못했다"라고 덧붙였다.

사건 당일 1시간에서 30분 정도 피시방에서 자리를 비웠던 것으로 드러난 왕 씨. 그리고 당시 피시방 사장은 "새벽 2시에 전당포 앞을 지났다. 가로등이 항상 켜져 있는데 그날 전당포는 셔터는 내려져있었는데 가로등이 꺼져있었다. 한 번도 꺼진 적이 없는데 사건 당일만 가로등이 꺼져있었다"라고 했다.

제작진은 왕 씨에게 이를 확인했다. 왕 씨는 "1시간 정도 자리를 비우지 않았다. 그날 거기 계속 있었다. 담배가 떨어져서 사러 갔을 수는 있다. 하지만 1시간 정도 자리를 비운 적은 없었다"라고 했다.

또한 그는 사건 당시 전당포 앞을 지나지 않고 다른 길로 돌아서 집에 갔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그는 "다른 길로 돌아서 갔다. 가다가 괜히 아버지나 어머니 볼까 봐 돌아서 갔다. 그런데 그날만 거기로 갔다. 일찍 나간 놈이 피시방을 갔다고 하면 혼날까 봐 다른 길로 돌아서 갔다"라고 했다.

사건 당일 박 씨는 전당포 앞에서 왕 씨를 만난 사실을 떠올렸다. 그는 "그 날 5시 30분? 5시쯤에 아들이 전당포 앞에 앉아있더라. 저녁 어떻게 했냐고 하니까 여기서 먹을 거라고 하더라. 난 고스톱 치기로 약속이 되어 있으니까 그러고 그냥 내가 갈 길을 갔다. 셔터가 내려졌는지 올려졌는지 그게 기억이 안 난다. 셔터가 내려졌다면 그게 수상한 거다. 뭔가 앞뒤가 안 맞는 느낌이 들었다"라고 했다.

이에 제작진은 최면을 통해 박 씨의 기억을 되살려보기로 했다. 그리고 박 씨는 "오후 5시 즈음, 전당포에 셔터는 반쯤 내려와 있는 거 같다. 셔터가 이상해서 부모님이 안 계시나 보다가 무슨 일인지 물어봤다. 운동하러 가셨나. 더운데 노인네들이 미쳤나 했다"라며 자신의 기억 속에 전당포에 없던 노부부에 대해 증언했다. 이는 왕 씨의 주장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 왕 씨는 "다 모함이다. 나랑 헤어질 때 좋게 안 헤어졌다. 그래서 그러는 거다"라고 했다.

하지만 왕 씨는 사건 당일의 구체적인 기억은 떠올리지 못했다. 이에 제작진은 최면을 제안했다. 그리고 이를 선뜻 수락한 왕 씨.

그러나 왕 씨는 최면에 좀처럼 집중하지 못했다. 1시간 정도 후에 최면에 든 왕 씨. 그러나 그는 사건 당시 기억을 유도하자 어딘가 이상했다. 이에 최면 전문가는 "집중을 해서 최면에 안 들어간 것 같다. 어느 순간부터 최면에 깨어있었다"라고 했다.

전문가는 왕 씨의 최면에 대해 "최면 상태에 들어가니까 몸이 경직되고 심하게 저장하는 것을 느꼈다. 심리적인 방어기제가 작용. 사건 당시부터는 최면 상태가 아닌 의식 상태에서 본인의 이야기를 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오윤성 교수는 왕 씨의 최면 영상을 보고 "셔터가 열려있었다고 하는데 두 사람은 이미 그 전날 사망했다. 그럼 셔터는 누가 열어놨을까? 분명한 사실은 새벽 2시까지는 문이 잠겨있었다는 거다. 그런데 왜 왕 씨가 출근했을 때는 셔터가 올려져 있었을까?"라고 말했다.

그날 밤 피시방 사장 말고도 닫힌 셔터를 본 사람들은 있었다. 맡겨둔 물건을 찾으러 간 손님이 전당포를 찾았지만 굳게 문이 닫혀있고 셔터가 내려져있었던 것.

이에 왕 씨는 "셔터는 아무나 닫아도 된다. 열쇠만 잠가놓는다. 열쇠는 부모님이 갖고 있다. 내가 갔더니 셔터가 올려져 있었다. 나한테는 열쇠가 없다"라고 했다. 수사 기관 관계자는 "의혹은 수십 가지이지만 직접 증거가 안 된다는 거다. 그런데 그런 걸 다 배제하고 판단해서 결국 한 사람으로 귀결되니 답답한 거다"라고 솔직한 입장을 전했다.

그리고 당시 전당포에 설치되어 있던 경보기. 이를 설치한 주민은 "수신기가 사건 현장에 없더라. 사건 한 달 지나서 그게 쓰레기통에서 나왔다. 특별히 주문을 받아서 설치를 한 거라 알아봤다. 그런데 전원 스위치가 꺼져있더라. 그래서 주워서 작동 확인을 했더니 작동이 잘 되더라. 경찰에서는 필요 없다고 해서 폐기했다"라고 했다. 이에 당시 수사관은 경보기에 대해 처음 듣는다라며 놀랐다.

또한 왕 씨는"그건 모른다. 그때 그게 달려있었나? 그날은 그게 없었다. 그게 왜 있다고 그러지? 그때는 설치가 안 되어 있을 때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이후에 달았다. 생각이 잘 안 난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표창원 교수는 "기억의 오류인지 허위 진술인지 이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야 한다. 범인은 경보기 해제에 대한 조력이 있었거나 정보가 있었을 거다"라고 분석했다.

또한 그는 왕 씨에 대해 "가장 유력했고 의혹이 있는 사람이지만 오히려 이 사람에게서 무엇이 발견되어야 하는데 어떻게 감쪽같이 증거를 다 감출 수 있었을까, 이것부터 해소해야 한다"라며 "최초 한 곳으로 몰아갔던 범행에 대한 용의점을 조금 남겨두고 다른 가능성을 바라보아야 한다. 범인은 분명 인근에 동기를 가진 사람 중에 있었을 거다"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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