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8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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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직Y] 장기하가 은퇴설을 잠재우는 법

강경윤 기자 작성 2022.02.24 18:03 조회 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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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하

[SBS 연예뉴스 ㅣ강경윤 기자] 너무 조용해서 '은퇴설'까지 돌았던, 가수 장기하가 돌아왔다. 밴드 '장기하의 얼굴들'을 마무리 지은 '장기하'. 귀에 때려박히는 명확한 발음과 간결하지만 통찰이 빛나는 메시지로, 장기하는 혼자(솔로)로 돌아간 지난 3년을 설명했다.

장기하는 장기하다웠다. 지난 23일 솔로앨범 '공중부양' 발매 기념으로 진행된 인터뷰에서 장기하는 특유의 입담으로 이번 앨범이 탄생한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풀어냈다. 전날 발매된 앨범에 대한 호평으로 장기하 역시 긴장이 한껏 풀린 표정이었다.

"2008년 때와는 전혀 달라요. 그 때는 누구도 나의 음악을 기대하지 않았지만, 그에 비해 지금은 기대하는 사람들이 있으니까요. 꼭 기대를 안하더라도 '한차례 해먹었다'는 인식이 있다 보니까 '초심따윈 개나 줘버려'했지만 결과적으로 초심으로 돌아갔어요."

장기하는 '공중부양' 발매 일주일 전 '2022년 2월 22일'이라는 곡을 발매했다. 내용은 간단했다. 몇몇이 자신을 은퇴했다고 오해했지만 2022년 2월 22일 새 앨범을 발매한다는 예고였다. 멜로디도, 눈에 띄는 훅도 없었고 메시지도 이게 전부였다. 새 앨범 홍보도 딱 장기하다움 그 자체였다.

장기하다움은 '공중부양'의 다섯곡에 담겼다. '처음이자 아마도 마지막으로' 장기하는 믹싱까지 모두 자신의 손으로 했다.

장기하

이번 앨범에 대해서 장기하는 "출발점이자 자기소개서와 같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내가 이 정도 지점에 좌표를 찍었으니 '들어봐주세요' 하는 것이고, 창작자들에게는 '저와 하고 싶다면 드루와' 하는 것이고요"

타이틀곡은 '부럽지가 않어'다. 표준어로 하면 '않아'가 맞지만 입에 쉽게 붙는 말로 가사를 바꾸는 장기하의 특성상 제목은 '않어'가 됐다. '부럽지가 않다'는 내용의 솔직한 가사가 귀를 때려박는 또렷한 발음과 군더더기 없는 멜로디에 얹혀 왠지 더 중독적이다.

"듣는 사람에 따라 '부러운가보다' 할수도 '부럽지 않은가보다' 할 수도 있어요. 느끼는 대로가 정답이에요. 음악을 다 만들어놓고 청자 입장에서 다시 들어보니 지금 시대에 '부러움'이 참 중요하단 생각이 들었어요. 부러움을 이용해 장사를 하는 사람이 많고, 소셜 미디어 시대에 부러움이란 감정을 컨트롤하지 못하면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잖아요. 어쩌다보니 자랑조로 썼지만, 생각해보면 그 누구도 부러워할 필욘 없어요. 누군가 부러움을 극복할 수 있었으면 기쁠 것 같아요."

실험을 거듭했던, 그래서 인디음악계에 한 획을 그은 '장기하의 얼굴들'을 마무리 지은 뒤 장기하는 경기도 파주에서 홀로 지냈다. 서울 강남에서 자란 그에게 파주는, 살아온 곳과 거리가 있지만 또 언제든 원치 않으면 되돌아갈 수 있는 심리적 안전지대였던 듯하다.

파주에서 장기하는 음악적 고민을 다양하게 했고 한가지 결론에 도달했다. 바로 '목소리'. 장기하는 자신의 정체성을 목소리에서 찾았고, 이번 앨범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먼저 녹음을 한 뒤 들어보면서 이런 저런 소리를 붙였다. 양념과 조리를 억제하고 원재료에 충실한 건강식을 만드는 것처럼 장기하는 밴드음악과는 다른, 장기하만의 5곡을 만들었다.

장기하는 지난해 '상관없는 거 아닌가'라는 에세이를 출간했다. 글을 쓰면서 정신건강에도 도움이 됐다는 그는 계속해서 에세이를 낼 계획이다. 또 앞으로 다른 아티스트들과의 작업을 통해 싱글앨범 작업도 하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kyk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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