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연예뉴스 | 김효정 에디터] 그는 바다에 던진 이는 무엇을 감추려 했을까?
23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이하 '그알')에서는 '쌀포대와 돌멩이 - 범인은 무엇을 감추려 했나?'라는 부제로 세부에서 변사체로 발견된 서범석 씨의 사망 미스터리를 추적했다.
지난 2011년 8월 필리핀으로 여행을 떠났던 서범석 씨. 그는 이곳에 반해 정착을 꿈꿨고, 필리핀에 정착해 여행사 사업을 하고 있던 중학교 동창들에게 일을 배워 이듬해에는 세부지사 공동 소장까지 맡아 사업을 확장했다.
그랬던 그가 2013년 1월 4일, 중학교 동창이자 여행사 공동소장인 호식 씨의 생일 파티 후 진행된 여행사 직원들 간의 저녁식사 후 행방이 묘연해졌다.
회사에 출근하지도 않고 연락이 두절된 범석 씨. 열흘이 지나도록 연락이 없자 호식 씨는 현지 경찰에 범석 씨의 실종신고를 했다. 그리고 뒤늦게 연락을 받은 가족들이 필리핀에 와서 실종 전단지를 돌리며 범석 씨의 행방을 찾았다. 그리고 2월 5일 가족들이 돌린 전단지를 본 시신 안치소에서 신원불상의 시신이 범석 씨 같다고 연락이 왔고, 지문 대조 결과 시신은 범석 씨로 밝혀졌다.
그런데 가족들은 범석 씨의 시신이 무려 한 달 전 시부의 간척지 앞바다에서 한 어부에 의해 발견됐다는 소식을 듣고 충격에 빠졌다. 특히 시신의 손은 테이프로 뒤로 묶인 채였고, 신체 부위 곳곳이 5장의 쌀포대로 겹겹이 기괴하게 포장되어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져 충격을 더했다.
또한 시신에는 돌멩이가 매달려 있었는데, 이는 누군가가 범석 씨를 살해한 후 시신을 유기한 것이었다.
부검 결과 사인은 두부의 총상. 또한 사망 추정 시간은 1월 4일 저녁식사 후 2시간 이내 사망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지인들과 가족은 범석 씨가 범죄에 휘말릴 성품이 아니었다며 의아해했다.
서범석 씨의 친구인 호식 씨는 범석 씨의 마지막 모습에 대해 식사 도중 누군가와 통화를 했고 이후 약속이 있다며 본인의 차를 타고 먼저 떠났다고 주장했다.
또한 필리핀 범죄 전문가는 범행 수법으로 보아 현지 강도들의 수법과는 매우 다르다며 단순 강도의 소행은 아닐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시신 안치소에서도 시신의 상태를 보고 큰 원한에 의한 범죄 같다고 했다.
그런데 그가 사망한 지 6일 후 그의 사무실 근처에 그가 타고 사라졌던 차량이 갑자기 나타났다. 세차를 한 것처럼 깔끔한 상태였던 범석 씨의 차량.
이 차량을 지켜보고 있던 이가 있었다. 이는 바로 해당 차량을 범석 씨에게 판매한 판매자 크리스였다. 범석 씨의 지인들은 그가 범석 씨와 트러블이 있었다고 기억했다.
크리스가 범석 씨에게 차량을 판매한 후 할부로 받기로 한 대금을 일시 상환해 달라는 무리한 요구를 했다는 것. 그러나 전문가는 크리스가 범인일 가능성은 적다고 판단했다. 전문가는 "차량을 소유하기 위한 목적으로 살해하는 것이 말이 될까. 오히려 범석 씨의 사망으로 손해를 보게 된 상황이다"라고 분석했다.
그리고 통신 기록 분석 결과 범석 씨가 마지막으로 통화한 기록은 1월 3일 밤 9시 2분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렇다면 호식 씨가 주장한 4일 저녁 식사 자리의 통화는 무엇이었을까?
유력한 용의자가 누구인지 의심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다수의 제보자들은 장호식 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했다. 사실 범석 씨가 세부에 오게 된 것은 호식 씨의 횡령 때문이었고, 이에 범석 씨가 세부로 온 후 둘의 사이가 좋지 않았다는 것이다.
특히 범석 씨가 호식 씨의 횡령 정황을 포착해 대표에게 보고했고, 이로 인해 호식 씨는 직원들의 신뢰도 잃고 회사에서 권한도 잃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범석 씨가 실종되기 한 달 전 사무실 금고 털이 사건이 발생했는데, 당시 2천여만 원이 도난당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범인은 잡을 수 없었지만 내부인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상황에 범석 씨는 호식 씨를 의심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호식 씨는 범석 씨가 실종된 지 열흘 동안 실종 신고를 하지 않았고 가족에게도 늦게 알렸던 점 또한 의아했다.
범석의 실종 소식을 뒤늦게 접한 가족들은 곧장 세부로 왔다. 하지만 민진우와 장호식이 어떤 일도 하지 못하게 막았고, 가만히 있을 수만 없던 가족들이 실종 전단을 만들어 돌렸다고. 그리고 전단을 돌린 지 다음 날 바로 시신을 찾았던 것이다.
이에 민진우는 회사 일로 바빠서 범석을 찾는 데 신경 쓰지 못했으며 자신은 마닐라에 있어 호식에게 모든 일을 일임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호식은 왜 실종 신고를 늦췄을까?
한 제보자는 범석 씨의 죽음에 필리핀에서 활동하던 폭력 조직과 관련이 있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이들은 호식 씨와 아는 사이였다고.
호식과 어울려 다니던 그의 감방 동기이자 70년생 수원 남문파 조직원은 세부에서 도피 생활을 하고 있었고, 해당 조직의 조직원들의 이름은 범석의 장례식에서도 찾을 수 있었다.
이에 전문가는 "한국에서 조폭들이 필리핀으로 온다는 이야기는 수시로 들린다. 도박을 하고 갚지 않으면 폭력을 행사한다는 이야기는 흔하지만 청부 살해는 생각하기 어렵다"라며 도피 생활 중인 그들이 강력 범죄에 연루되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말했다.
이날 제작진은 호식을 직접 만나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실종 신고가 늦었던 것에 대해 범석 씨가 가끔 머리 식힐 겸 사라지던 일이 많아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고 밝혔다. 또한 실종 이후에도 곳곳에서 그의 목격담이 이어졌기에 실종에 대해 생각하지 않았다는 것. 하지만 연락 두절 기간이 길어지자 목격담이 사실이 아닐 수 있다는 생각으로 실종 신고를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는 범석이 세부로 온 이유도 알고 있었다고 밝혔다. 또한 싸워도 다음 날이 되면 별일 없는 듯 지낼 정도로 큰 갈등이 없었다며 자신에게는 살해할 동기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식당에서 목격한 통화에 대해서는 범석 씨가 여러 개의 전화번호를 쓸 수 있다며 경찰이 추적한 것은 그가 당시 사용했던 번호가 아닐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전문가도 "대포폰 자체가 만연한 필리핀에서 특정 번호로 특정인의 행적을 파악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조직원들이 범석 씨의 장례식을 방문한 것에 대해 자신과 연이 있는 이들이 있는 것은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그들과 범석의 사망은 관련이 없다는 주장을 펼쳤다.
그러면서 그는 중고차 판매자 크리스를 의심했다. 또한 범석 씨가 여자관계가 복잡했다며 다른 지인들이 한 이야기와 다른 이야기를 해 눈길을 끌었다.
이에 전문가는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본다. 단순 강도나 크리스나 다 한국 사람이라고 하는 가정에서 비켜나 있는 주장이다. 나름 시나리오가 탄탄하게 되어 있는 것 같다"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또 다른 전문가는 "피해자에 대해 가장 잘 아는 것은 호식 씨가 맞을 거다. 누가 범인일까 의심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과정이 되는 것"이라며 "그렇게 누군가를 의심했다는 것만으로 이 사람이 범인이다라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라고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유족의 요청으로 재수사를 하게 된 한국 경찰은 필리핀에서 수사 자료를 받을 수 없어 수사를 진행할 것이 없다고 했다.
태풍으로 해당 자료들이 유실되었다는 것. 이에 제작진이 직접 필리핀으로 가서 수사 자료를 찾았다. 그러자 현지에서는 원본은 아니지만 복사본을 찾을 수 있었고, 당시 수사관도 해당 사건에 대해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그는 당시 기술적인 한계와 언어장벽에 부딪혀 수사가 쉽지 않았다며 첨단 수사 불가해 당시 통신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것도 아쉬워했다.
또한 국내 수사관이 한국의 관련 인물들을 대상으로 탐문 수사도 벌였으나 한계가 있던 것이 확인됐다.
현지 수사관은 한국 수사기관과 협력해 수사를 재개하려는 강한 의지를 보이며 한국에서 꼭 해당 사건을 공론화시켜달라고 제작진에게 부탁했다.
전문가는 "필리핀 시효는 20년이지만 우리나라 법률에 따라서는 시효가 없는 상태이다. 그렇기 때문에 언제든지 수사를 해서 처벌할 수 있다"라며 지속된 수사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리고 또 다른 전문가도 "재수사를 통해 어떤 증거를 찾고 얼마나 진실을 규명할지 의문이지만 그래도 포기해선 안 된다"라며 수사기관에 적극적인 수사를 촉구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