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1일(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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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꼬무 찐리뷰]3천명 사망한 9.11 테러 비극…그 곳에 한국인도 있었다

강선애 기자 작성 2023.11.24 11:23 수정 2023.11.27 09:22 조회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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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꼬무 찐리뷰

[SBS연예뉴스 | 강선애 기자]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역사 속 '그날'의 이야기를, '장트리오' 장현성-장성규-장도연이 들려주는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이하 '꼬꼬무'). 본방송을 놓친 분들을 위해, 혹은 방송을 봤지만 다시 그 내용을 곱씹고 싶은 분들을 위해 SBS연예뉴스가 한 방에 정리해 드립니다.

이번에 '당신'에게 들려주고 싶은 '그날'의 이야기는, 지난 23일 방송된 '그라운드 제로: 9.11 테러의 그날' 편입니다. 이야기 친구로는 그룹 우주소녀 엑시, 가수 별, 배우 안길강이 출연했습니다.(리뷰는 '꼬꼬무'의 특성에 맞게, 반말 모드로 진행됩니다.)

▲ 뉴욕 한복판에서 일어난 비행기 테러

때는 2001년 9월, 한 중년 남자가 급히 지하철 역으로 향해. 얼굴에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해. 아들 재훈이를 찾으러 가는 중이야. 그렇게 지하철을 타고 가는데, 갑자기 지하철이 멈춰. 아들이 있는 곳까지 아직 멀었는데, 갑자기 운행이 중단된 거야. 아버지는 급히 여기서 빠져나왔어. 그리고 아들이 있는 곳까지 무작정 달렸어. 겨우 근처까지 왔는데,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 거리에 경찰들이 쫙 깔렸고, 곳곳에 바리케이드가 쳐 있어. 그런데 이곳을 찾은 사람이 재훈이 아버지만이 아니야. 주위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어. 그리고 모두 한 곳을 바라보며,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 있어.

한편, 한 부부는 배를 타고 이동 중이야. 도로나 다리가 모두 차단돼서 다른 교통수단이 없었거든. 부부는 지금, 딸 성아를 찾으러 가는 중이야. 불안함을 떨칠 수가 없고, 눈물만 계속 나와.

그리고 또 다른 곳, 제약회사에서 일하던 한 여성은 상사의 호출을 받고 급히 불려 가. 어서 집으로 가서, 남편 동훈 씨가 괜찮은지 확인해 보래. 상사의 말에 차 키를 챙겨 떠나려는데, 상사가 차 키를 뺏어. 지금 정신에 운전하면 안 된다고, 회사 차를 불러줄 테니 그걸 타고 가래. 그렇게 집으로 간 여자는, 부들부들 떨며 TV를 켰어. TV에는 태어나서 처음 보는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어. 바로 이런 화면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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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굉장히 충격적인 생중계 화면을 보고 있습니다. 오늘 아침 세계무역센터의 한 빌딩에 비행기가 충돌했다는 확인되지 않은 제보를 받았습니다."
-2001년 9월 11일, 뉴스 보도 中

2001년 9월 11일 뉴욕. 미국의 심장, 자본주의의 상징, 110층짜리 쌍둥이 빌딩이 테러를 당했어. 유동인구만 10만 명이야. 수많은 사람들이 예고도 없이 비극을 맞았어. 이 믿을 수 없는 장면을, 전 세계 사람들이 실시간으로 지켜봤어.

아까 얘기한 재훈 씨, 성아 씨, 동훈 씨도 그날 이 건물에 있었어. 우뚝 솟은 빌딩 속 누군가의 아빠, 누군가의 자식, 누군가의 연인이었던 사람들의 사투. 절대 잊을 수도 없고, 잊어서도 안되는 9월 11일 그날의 이야기야.

▲ 순식간에 지옥으로 바뀐 평범한 일상

때는 9월 10일, 테러가 일어나기 하루 전이야. 뉴욕의 한 식당에, 웃음소리가 가득한 테이블이 하나 있어. 모녀가 같이 식사하는데, 너무 다정해 보여. 딸의 이름은 육성아, 미국 이름은 크리스티나. 무남독녀 외동딸이야. 부모님은 딸이 태어났던 그 순간을 잊을 수가 없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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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애가 새벽에 태어났어요. 장모님이 애를 주는데, 애는 빨간데 나한테 안겨주는데, 진짜 조그마해요. '아유 통닭만 하다' 이랬어요. 우리 애가 작았어요 굉장히. 모든 부모들이 다 자기 자식이 예쁘고 하겠지만, 정말로 착해요. 착한 마음이 있어요. 자기 아버지 닮은 거 같아."
-육대진, 육성아 아버지

그 통닭만 했던 딸이 어느덧 25살. 대형투자은행에 입사한 후 혼자 뉴욕에서 생활 중이야. 성아 씨가 근무하는 곳은 쌍둥이 빌딩의 북쪽 타워 104층이야. 성아 씨는 회사 생활도, 뉴욕 생활도 너무 행복하대. 어느덧 딸과의 식사를 마치고, 다음날 아침이 밝았어.

뉴욕 날씨는 온화하고 구름 한 점 없어. 아침 일찍부터 누군가 출근 준비를 해. 이 사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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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훈, 미국 이름은 앤드류. 맨해튼에서 세탁소를 운영하는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어. 아이비리그 명문대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쌍둥이 빌딩에 있는 한 금융회사에서 경제분석가로 일해. 특별할 게 없는 화요일 아침. 재훈 씨는 어머니의 배웅을 받으며 회사로 출근했어.

그 시각, 맨해튼행 지하철에 이 남자가 타고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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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은 이동훈. 증권회사 직원이었는데, 뉴욕으로 해외 발령을 받았어. 집을 아내 직장 근처에 잡아서, 동훈 씨는 회사가 좀 멀어. 출근하는 데만 2시간이 걸려. 차 타고 기차 타고 지하철까지 갈아타야, 세계무역센터에 도착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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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무역센터에는 총 7개의 건물이 있고, 지하 쇼핑몰로 연결돼 있어. 그리고 쌍둥이 빌딩이 가장 유명해. 오른쪽에 위에 안테나가 있는 곳이 '1타워' 혹은 '북쪽 타워'라 부르고, 왼쪽은 '2타워' 혹은 '남쪽 타워'라 불러. 둘 다 110층, 초고층 빌딩이야. 엘리베이터가 각 타워당 무려 99개. 비상계단도 A, B, C 총 3개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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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의 여신상이 보이는 성아 씨의 사무실은 북쪽 타워 104층. 세탁소집 아들 재훈 씨는 같은 건물 97층에서 일해. 아내와 아이들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동훈 씨의 사무실은 84층이야. 동훈 씨가 사무실에 도착한 시각은 아침 7시 50분이었어. 그땐 아무도 몰랐어. 이때가 비행기 충돌 1시간 전이라는 걸.

그 시각, 보스턴 로건 국제공항. 승무원과 승객 92명을 태운 아메리칸 항공 AA11편이 이륙해. 그리고 얼마 후, AA11편과 교신하던 보스턴 관제탑에 이상한 소리가 들려와.

"그냥 조용히 있으면 괜찮아. 공항으로 돌아간다."
"아무도 움직이지 마. 다 괜찮을 거야. 움직이면 너도 다치고 비행기도 다쳐."

이 소리는 테러범의 목소리였어. 테러범이 승객들에게 방송하려고 한 건데 실수로 관제탑과 교신이 된 거야. 이 테러범들의 정체는 아직 아무도 몰라. 그때, 한 승무원이 목숨을 걸고 항공사로 전화를 건 거야.

"저 AA11편 승무원입니다. 조정석이 응답하지 않습니다. 누군가 칼에 찔렸어요."

그러더니, 비행기 상황을 전하며 '8D, 8G, 10B' 라는 숫자를 불러줬어. 테러범들의 좌석번호였어. 어떻게든 많은 정보를 지상에 알려주려 한 거야. 항공사 직원이 지금 비행기가 어디쯤 있냐고 물었어. 승무원은 현재 위치를 잘 모르겠다고 하면서도 "엄청 낮게 날고 있다"라고 알렸어. 이때 시각이 오전 8시 45분. 그리고 1분 후인 8시 46분, 비행기가 쌍둥이 빌딩 북쪽 타워에 그대로 충돌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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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훈 씨 아버지, 성아 씨 부모님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세계무역센터로 달려갔어. 하지만 현장은 완전히 통제된 상태야. 가까이 갈 수가 없어.

"갔는데 벌써 못 들어가는 거예요. 먼지가 날아오고 사람들이 전부 다 하얗게 돼서 나오고…"
-육대진, 육성아 아버지

멀리서도 느껴지는 매캐한 냄새, 허공에 흩날리는 하얀 잿가루. 이곳은 지금 지옥이야.

▲ 생존자의 기억

그렇다면, 당시 건물 내부 상황은 어땠을까? 22년 전 그 당시, 북쪽 타워 안에 있던 분을 만났어. 바로 동훈 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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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를 하고 있는데 쾅! 하고 소리가 나면서, 위에 있는 천장이 저희 회의실의 1/3이 주저앉아버렸어요. 굉장히 많이 건물이 흔들렸었죠. '뭐지? 지진인가?' 이런 생각을 했었죠 처음에는."
-이동훈, 당시 북쪽 타워 84층 근무

동훈 씨는 급히 TV부터 켰어. 그리고 화면을 보고 눈을 의심했어. 그 TV 화면에 내가 일하고 있는 이 건물이 뻥 뚫린 채 불타고 있는 거야.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자기가 있는 곳 위쪽이 불타고 있는 거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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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가 충돌한 곳은, 93층에서 99층 사이야. 안타깝게도 재훈 씨의 사무실이 있는 곳이야. 성아 씨는 충돌 지점 위에 있었고, 동훈 씨는 아래에 있었어. 동훈 씨는 사무실 밖으로 나가서 문을 열었어. 그랬더니 시커먼 연기와 열기가 확 들어와. 일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다는 걸 직감했어. 동훈 씨와 동료들은 지금, 선택의 기로에 서있어. 가만히 구조를 기다리느냐, 탈출하느냐.

"절대 소방관이 올라올 때까지 못 버틸 것 같다는 생각이 갑자기 들더라고요. 제가 우리 동료들한테 '여기 있으면 안 될 거 같아 내려가자'라고 했어요."
-이동훈, 당시 북쪽 타워 84층 근무

동훈 씨와 동료들은 비상계단으로 향했어. 그런데 또다시 선택의 기로에 서. 건물의 비상계단이 A, B, C 3개라고 했잖아? 어디로 가야 하지? 일단 가까운 계단으로 갔는데, 거긴 다 망가졌어. 시커먼 연기가 올라와. 그래서 급히 다른 계단 쪽으로 향했어.

"조금 더 가서 두 번째 비상구를 여니까 멀쩡하더라고요. 그래서 셋이서 손잡고 비상구를 딱 내려갔죠."
-이동훈, 당시 북쪽 타워 84층 근무

불안한 마음을 다잡고 한 층 한 층 내려갔어. 내려가면서 보니 전혀 피해도 없고 공기도 맑아. 이렇게만 내려가면 되겠다 싶었어. 그런데 그때, 78층 계단에 사람들이 모여있어. 78층의 방화문이 안 열려 사람들의 발이 묶인 거야. 여럿이 힘을 모아봐도 문은 꿈쩍도 안해.

"방화벽이 충격에 의해 뒤틀렸는지 껴서 열리지가 않아서 그래서 사람들이 거기서 어쩌지, 어떻게 내려가지 이러고 있는데…"
-이동훈, 당시 북쪽 타워 84층 근무

누군가 소리를 쳐서 고개를 돌려보니, 웬 건장한 남자가 한층 위에서 소리치고 있어. 다른 탈출로를 알고 있는 거 같아. 그 사람이 한 층 위로 올라가서 79층으로 오래. 그 남자를 따라 복도로 나갔는데, 여기저기 불이 붙어 있어. 그냥 뚫고 지나가기에는 위험해 보여. 그 순간 그 건장한 남자가 벽에 설치된 소방호스를 꺼내더니, 불을 끄면서 "모두 저쪽으로 가세요. 저 쪽에 다른 비상계단이 있어요"라고 말해.

"물을 막 뿌리면서 '지나가라고' 자기는 천천히 가도 되니까 먼저 가라고 해서 줄지어서 나갔죠."
-이동훈, 당시 북쪽 타워 84층 근무

그렇게 그 남자가 알려준 비상계단을 통해 다시 아래로 향했어. 이 건장한 남자, 누구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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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딩에 관련된 사람은 아니고 일반인인 거 같은데, 거기서 수십 명이 멈춰 있었는데, 그 사람들을 다 인도했어요. 그 사람이. 영웅 같았어요."
-이동훈, 당시 북쪽 타워 84층 근무

이후 그 이름 모를 영웅의 생사는 확인할 수 없었어. 하지만 그 덕분에 모두 무사히 탈출을 이어갈 수 있었어. 이대로 내려가기만 하면 괜찮다고 생각했어. 그땐 아무도 몰랐지. 엄청난 재앙이 기다리고 있다는 걸.

▲ 꺼지지 않는 불, 끝없는 지옥

비행기가 충돌해 화재가 발생했잖아. 이 불, 쉽게 꺼지지 않는 불이었어. AA11편은 보스턴에서 출발해 LA로 가는 비행기였어. 비행기로 6시간, 거리는 4800km. 비행기에는 기름이 가득 채워져 있었어. 보스턴에서 뉴욕까지, 불과 300km 거리야. 어마어마한 양의 항공유를 거의 그대로 실은 채 쌍둥이 빌딩을 덮친 거야. 이 비행기는 그야말로, 대형 폭탄이었던 거야. 이 대형 폭탄이 93~99층 사이에 충돌했어. 거기 97층에는 재훈 씨, 104층에는 성아 씨가 있었어. 충돌구간 위쪽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었을까? 당시 911로 걸려온 신고 음성들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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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지금 세계무역센터 106층에 있는데 방금 105층에 폭발이 일어났어요."
-신고자1
"누구 여기로 올라와주실 수 있나요? 아무도 안 왔고 계단이 완전 박살 나 있어요. 계단 위에 있는데 숨을 못 쉬겠어요. 그리고 엄청 엄청 뜨거워요. 저 여기서 죽는 거죠? 너무 뜨거워요. 도와주세요!"
-신고자2

화염과 연기에 휩싸인 건 북쪽 타워야. 이 모습을 가장 자세히 볼 수 있는 건, 옆 건물, 남쪽 타워겠지. 당시 그 남쪽 타워에 있던 사람을 만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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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8시 46분, 사무실에 도착한 지 15분쯤 지났을 때 뭔가 두 번 큰 소리가 났어요. 쾅! 쾅! 복도로 나와 북쪽 창문 쪽으로 가보니 50여 명의 직원들이 북쪽을 보려고 창문에 밀착해 있었어요. 옆 건물 93층 주변에서 불길이 치솟고 있었어요. 무슨 일인지 몰랐지만 그걸 바라보고 있었어요. '이게 대체 뭐지?' 했어요. 다시 밖에 있는 허드슨 강을 바라보니 종이와 물건들이 공중에 떠 있었어요. 정말 이상했어요."
-브라이언 클라크, 당시 남쪽 타워 84층 근무

사람들은 대피를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우왕좌왕해. 바로 그때, "남쪽 타워는 안전하다. 대피할 필요가 없다"라는 안내 방송이 나왔어. 이 방송을 듣고 사무실에 남은 사람도 있고, 대피했다가 다시 돌아온 사람도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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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에서 나와 모두에게 괜찮으니 진정하라고 했어요. 다시 쾅! 쾅! 하는 소리가 들렸는데 훨씬 더 가까이서 들렸습니다. 그건 우리 건물이었어요. 모든 게 천장을 뚫고 우리 주위로 무너졌습니다. 이 모든 게 1초 만에 일어났습니다."

-브라이언 클라크, 당시 남쪽 타워 84층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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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쪽 타워 공격 17분 뒤인 오전 9시 3분. 전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두 번째 비행기가 남쪽 타워를 강타했어. 두 번째 공격이야. 충돌 지점은 77층~85층 사이야. 브라이언의 사무실은 84층. 그런데 브라이언의 사무실은 충돌 반대편이라, 가까스로 최악의 상황은 면했어.

"10초, 아니 5초 동안 건물이 서쪽으로 흔들렸어요. 그리고 5초 동안 멈췄습니다. 그리고 다시 5초 동안 천천히 수직으로 돌아왔어요."

브라이언은 손전등을 챙겨 동료들과 함께 비상계단으로 달려갔어. 남쪽 타워도 비상계단은 A, B, C 세 개야. 가장 가까운 C계단으로 가고 있는데, 이상한 느낌이 드는 거야. 이게 말로 설명할 수는 없는데, 왠지 그쪽으로 가면 안 될 거 같더래. 그래서 브라이언은 방향을 틀어 A계단으로 내려가기 시작해. 이건 운명적인 선택이었어. 남쪽 타워 3개의 계단 중에 무사한 건 A계단 하나뿐이었거든.

그렇게 브라이언 일행은 A계단으로 탈출하는데 갑자기, 아래에서 올라오는 사람들이 브라이언 일행을 막아섰어. 더 이상 내려가는 게 불가능하대.

"'안 돼요. 내려가시면 안 돼요' 자기들도 방금 불길이 치솟는 층에서 왔는데 연기가 자욱해서 내려갈 수 없다고 했어요."
-브라이언 클라크, 당시 남쪽 타워 84층 근무

어떻게 해야 할지, 결정하기 힘든 상황. 브라이언 일행도 의견이 갈렸어. 올라가야 할지 내려가야 할지, 그렇게 한참 상의를 하고 있는데, 어디선가 작은 소리가 들려. 브라이언은 마치 홀린 듯 그 소리를 따라갔어. 비상문을 열고 복도로 갔는데, 81층 사무실 어딘가에서 누군가 도움을 요청하고 있는 거야. 다시 비상계단 쪽을 보니, 일행들은 결정을 내렸는지 위로 올라가고 있어. 브라이언은 여기서 어떻게 했을까? 브라이언은 대피보다 도움을 청한 사람을 먼저 찾기로 해. 극한의 상황에서도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어.

"정신을 차리고 손전등을 비춰가며 계속 이 낯선 사람의 목소리를 찾았어요. 그가 '제 손 보여요?'라고 소리쳤어요. (그를 발견한 순간) 그가 말했어요. '할렐루야! 살았다!'… 그냥 자연스럽게 한 일이었어요. 내가 건물 안에 갇혀서 도움을 요청하는 상황이라면 누군가 저를 구해주길 바랄 테니까요. 그는 스탠리라고 하더군요. 그와 팔짱을 끼고 손전등을 비추며 계단으로 돌아갔어요. 그리고 운명적인 결정이 내려졌죠."
-브라이언 클라크, 당시 남쪽 타워 84층 근무

두 사람은 다시 운명의 갈림길 앞에 섰어. 위로 올라가냐 아래로 내려가냐. 아까 일행들은 일단 위로 올라갔어. 브라이언은 어떤 결정을 내렸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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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느낌은 아래 뭐가 있는지 봐야겠다는 거였어요. 무슨 생각이었는지 모르겠어요. 그렇게 처음 몇 발자국, 운명적인 발걸음을 내디뎠어요. 돌이켜보면 좋은 결정이었죠."
-브라이언 클라크, 당시 남쪽타워 84층 근무

두 사람은 내려가기 시작했어. 74층쯤 됐을까, 밑에서 신선한 공기가 올라와. 그제야 안도감이 들더래. 나중에 안 사실인데, 위로 올라가는 걸 택했던 브라이언의 동료들. 그중 많은 사람들이 희생됐다고 해.

남쪽 타워까지 공격받은 상황. 이때가 돼서야 사람들은 확신해. 이건 사고가 아니라 테러라는 걸. 누군가로부터 공격받고 있다는 걸.

▲ 죽음의 카운트다운

그럼, 북쪽타워에서 탈출하던 사람들은 어떤 상황이었을까?

"잘 내려갔어요. 잘 내려갔는데, 한 50층 무렵 되니까 또다시 꽉 막혔더라고요. 계속 사람들이 들어오니까."
-이동훈, 당시 북쪽 타워에서 탈출

어느덧 비상계단을 가득 채운 사람들. 이런 위기 상황에 아비규환으로 정신없이 내려갔을 거 같지? 그런데 내려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좀 의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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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구가 3명 정도가 한꺼번에 지나갈 수 있는데, 2명 정도만 줄을 서고 한 줄을 비웠어요. 그래서 다친 사람이나 노약자를 먼저 내려보내고. 큰 문제없는 사람들은 두 줄로 서서 계속 내려가는 거죠. 굉장히 질서 정연했어요."

이 사람들은 남쪽 타워도 공격받았다는 사실을 몰랐대.

"'무슨 일이래?' '왜 이러는 거야?' 다들 모르죠. 다들 무슨 일인지 정확하게 모르니까. 저희 북쪽 타워에 구멍이 이렇게 뚫리고 연기가 나고 이런 것만 보여주니까 저희가 생각하기를 경비행기가 실수로 와서 받았구나 그렇게 생각한 거죠."
-이동훈, 당시 북쪽 타워에서 탈출

아무리 테러라는 걸 몰랐다고 해도, 이런 상황에서 질서 정연하게 움직이는 건 쉽지 않은 일이야. 그렇게 두 줄로 천천히 한 층을 내려가는데 1분이 걸렸대. 110층을 다 내려간다고 계산하면, 두 시간 가까이 걸리는 거야. 그렇게 수많은 사람들이 계단 한쪽은 비워둔 채 내려가고 있어.

그때, 저 밑에서 박수소리가 들려와. 비워둔 계단으로 어떤 사람들이 올라오고 있어. 바로 소방관들이야.

"소방관들이 밑에서부터 올라오기 시작한 거죠. 완전히 옷을 다 풀어헤치고 녹초가 돼서 올라오더라고요."
-이동훈, 당시 북쪽 타워에서 탈출

공기통, 구조장비, 소방호스 등 최대 45kg을 짊어지고 1층부터 올라온 소방관들. 그래서 저마다 응원의 한마디를 던져. 고생한다고, 힘내라고 하며, 박수를 쳐 줬어. 소방관들은 이 소리를 뒤로 하고, 더 위로 위로, 올라갔어.

하지만 북쪽 타워의 상황은 점점 심각해지고 있어. 특히 충돌지점 위쪽은 더 심각해. 충돌지점 위쪽에서는 내려올 방법이 없었어. 92층부터는 비상계단 3개가 모두 끊어졌거든. 그럼 거기 있던 사람들은 어떻게 했을까? 구조 헬기라도 기다리려면, 옥상으로 가야겠지. 많은 사람들이 옥상으로 올라갔어. 헬기가 출동했는데, 시커먼 연기가 시야를 가려서 헬기 착륙이 불가해. 그래도 구조 밧줄은 내릴 수 있을 거 같아. 그런데, 옥상 위에 사람들이 한 명도 없어. 왜일까? 옥상 문이 잠겨 있었던 거야. 원래 옥상 문은 보안센터에서 원격으로 제어해. 그런데 비행기가 충돌하며 시스템이 망가진 거야. 아무리 잠금해제를 해도, 옥상 문은 끝내 열리지 않았어. 그래서 사람들은 아래로도, 위로도 갈 수 없는 상황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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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이곳의 온도는 무려 1,000도야. 내부 열기를 피해 창문에 매달린 사람들. 창가에 매달려 있다가 추락한 사람. 이 뜨거운 걸 견디기 힘들어 어쩔 수 없이 투신한 사람.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테이블보를 낙하산처럼 펼치고 뛰어내리기도 했고, 두 사람이 손을 꼭 맞잡고 같이 뛰기도 했대. 이렇게 추락한 사람은 무려 200여 명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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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 인생 마지막 순간이란 걸 알았던 사람들. 그들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남겼어. 생의 끝에 선 사람들의 마지막 말은 하나같이 사랑한다는 말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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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ll, 내가 있는 층에 불이 났어. 사랑해. 우리 딸한테도 사랑한다고 전해줘. 여기서 내가 괜찮을지 모르겠어 정말 사랑해."
-Jim Gartenberg, 북쪽 타워 86층

"연기가 많이 나고 있는데 당신을 항상 사랑한다는 것을 알아줘요."
-Melissa Harrington Hughes, 북쪽 타워 101층

"지금은 괜찮은 것 같아요. 전 안전한데 연기가 좀 많아요. 그냥 제가 엄마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말하고 싶었어요. 안전해지면 전화할게요. 안녕 엄마."
-Stephen Mulderry, 남쪽 타워 89층

"불이 붙었고 나는 그 안에 있어. 그리고 난 숨 쉴 수가 없어. 모두에게 내가 사랑한다고 전해줘. 잘 있어."
-Brian

▲ 탈출 그리고 붕괴

다시 남쪽 타워로 돌아가서, 브라이언이 대피 중이었지? 다행히 브라이언은 스탠리와 함께 1층까지 내려왔어. 그리고 홀린 듯 바깥 풍경을 바라봤어.

"밖을 바라봤을 때는 텅 비어 있었어요. 온통 회색이었고 잿빛이었어요. 그리고 아무도 없었습니다."

-브라이언 클라크, 남쪽 타워에서 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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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신히 마음을 다잡고, 건물 밖으로 뛰기 시작해. 이 죽음의 도시에서 벗어나기 위해. 정신없이 달리던 두 사람은 몇 블록이 지나서야 멈췄어. 그런데 그때, 스탠리가 갑자기 털썩 무릎을 꿇어. 우연히 길가에 있는 교회를 본 거야. 그러더니 큰 소리로 "하느님, 이 분이 저의 생명을 구해준 은인입니다"라고 외쳤대.

"저는 생각했어요. '난 이 사람을 살려준 적이 없는데' 죽음 같은 건 생각 안 했어요. 쌍둥이 빌딩도 그대로 서 있었고요. 그러다 정신을 차리고 스탠리에게 '만약 내가 네 목숨을 구해준 거라면 네가 나를 81층으로 불러서 너도 내 목숨을 구해준 거야'라고 말했어요. 저한테 죽음이 닥치기 전에 일어난 일들이죠."

-브라이언 클라크, 남쪽 타워에서 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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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맺은 두 사람의 인연은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어.

브라이언과 스탠리가 무사히 대피한 그 시각, 동훈 씨도 드디어 북쪽 타워 1층에 도착했어.

"로비가 파편에 엉망진창이 돼 있고 경찰관 소방관들이 엄청나게 들어와 있고 위에서 퍽퍽 떨어지는 소리도 들리고…"
-이동훈, 북쪽 타워에서 탈출

소방관들은 동훈 씨 일행을 지하로 안내했어. 지하에 몰로 연결된 세계무역센터. 거기를 통해서 다른 건물로 나가려는 거야. 동훈 씨 일행은 소방관과 지하 몰을 걸었고, 드디어 다른 건물의 입구가 눈에 들어와. 이제 살았다, 하던 그 때야. 생전 처음 듣는 엄청난 굉음이 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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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를 돌아보니까, 시커먼 구름이 사람들한테 돌진을 하고 영화 같은데 보면 터널에서 폭탄이 터지면 구름이 날아오잖아요…. 사람들이 '런! 런!' 이렇게 뛰라면서, 구름이 올 때 저는 모퉁이로 뛰어들어서 엎드렸죠. 한동안 앞이 하얗고 아무 소리가 안 들리는 거예요. 그래서 '여기 죽으면 오는 덴가?' '내가 죽은 건가' 싶었죠."
-이동훈, 북쪽 타워에서 탈출

근처 상점들 유리가 다 깨지고, 심지어 사람들까지 날아가. 눈앞이 새하얗게 변하고, 귀에서 모든 소리가 사라져. 갑자기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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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9시 58분 59초. 남쪽 타워가 붕괴됐어.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야. 110층이 붕괴되며 발생한 엄청난 충격이 지하몰을 초토화시켰어.

"갑자기 눈앞이 깜깜해지면서 막 소리가 들려요. 비명소리가. '내가 산 건가?' 팔도 움직여 보고 다리도 움직여 보니까 다 움직이더라고요."
-이동훈, 북쪽 타워에서 탈출

동훈 씨는 소방관의 목소리에 겨우 정신을 차렸어. 다친 동료를 부축해서 다시 대피를 시작해. 아직 가라앉지 않은 먼지를 뚫고 쌓여있는 잔해들은 넘어, 드디어 지상으로 빠져나왔어. 그런데 동훈 씨는 가슴이 먹먹해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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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관이 한 10명 정도 데리고 갔어요. 소방관이 양쪽으로 손잡고, 그 손을 또 이어 잡고. 겨우 50m를 힘들게 20~30분 걸어서 다른 입구로 가는 에스컬레이터에 우릴 데려다주고, 우리가 고맙다고 그러는데 소방관은 또 들어갔어요… 미안하죠. 근데 아무도 들어가지 말란 얘기는 하지 않았어요. 그 안에 사람이 너무 많으니까. 또 들어갔어요 구하러."
-이동훈, 북쪽 타워에서 탈출

그리고 얼마 뒤, 방금 소방관이 들어간 곳. 동훈 씨가 불과 몇 시간 전에 일하던 곳. 북쪽 타워마저 굉음과 함께 무너져내려. 오전 10시 28분 31초였어. 그렇게 두 개의 쌍둥이 빌딩이 모두 사라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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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굉음이 나더라고요. 그건 제가 봤어요. 저희 빌딩이 무너지더라고요. 그때 완전 패닉이 된 거죠. 아무것도, 즐거움도 없고 기쁨도 없고 슬픔도 없고. 그냥 바보가 된 거 같은. 멍한…"
-이동훈, 북쪽 타워에서 탈출

▲ 2977명의 희생자, 남겨진 가족들

지금까지 이 모든 일이, 첫 비행기가 북쪽 타워에 충돌한 후 102분간 벌어진 일이야. 충돌과 붕괴까지 모든 게 생중계되면서, 실종자 가족들은 '죽었을지도 모른다'는 절망, 반대로 '어떻게든 살아있겠지' 하는 희망 사이를 오갔어.

재훈 씨 아버지는 맨해튼 근처 병원을 다 뒤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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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쳐서 병원에 가 있을지 모를 테니까 월드트레이드센터 근처에 있는 병원들은 한 번씩 다 둘러봤죠. 혹시나 해서…"
-김평겸, 김재훈 아버지

성아 씨 어머니는 딸이 살고 있던 뉴욕 집으로 뛰어갔어. 혹시나 집에 있는 건 아닐까 하고. 그런데 집에 들어간 어머니는 주저앉고 말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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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갔더니 그 전날 딸이 입었던 옷이 그대로 마룻바닥에… 내가 만났던 날 신발하고 옷하고 그대로 마룻바닥에 벗어놓고 나갔더라고요. 그 옷을 보는 순간 내가 진짜.. 완전히 무너져 내리더라고요."
-이경우, 육성아 어머니

그래도 희망은 버릴 수 없어. 성아 씨의 부모님은 전단지를 만들었어. 그리고 성아에게 전하는 말을 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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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아야, 시간이 걸리더라도 아빠는 언제나 너를 기다리고 있을 거야."
"매일 아침 눈을 뜨면 언제쯤 우리 예쁜 성아를 볼 수 있을까 생각해. 다시 만나면 엄마가 꼭 안아줄게. 사랑하는 성아야."

이 전단지를 뉴욕 전역에 돌리면서 기도했어. 그리고 뉴욕 곳곳에는 수많은 또 다른 성아들을 찾는 전단지들이 붙었어.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일주일이 지나도, 성아 씨와 재훈 씨를 찾았다는 연락은 오지 않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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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한 달이 넘게 흘렀어. 유가족들과 실종자 가족들은 그동안 접근 불가였던 그라운드 제로(폭발 지점)에 들어갈 수 있게 돼. 성아 씨 부모님은 이때 처음으로 그 참혹한 현장과 마주했어. 현장에는 단상이 만들어져 있어. 시간이 그렇게 흘렀는데도 열기가 식지 않아서 맨땅을 그냥 밟을 수 없었거든.

"나무판자로 돼 있는데도 아직도 열기가 느껴졌어요 바닥에서. 타는 냄새가 매캐하게 눈이 따가울 정도였어요."
-이경우, 육성아 어머니

바로 그때, 성아 씨 아버지가 오열하기 시작해. 저곳 어딘가에 내 딸이 있을지도 모른단 생각에, 아버지는 견딜 수가 없었대. "성아야 아빠 왔어"라고 불렀어. 하지만 성아 씨의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어. 결국 유해도 없이, 자식의 사망확인서를 받았어. 부모님은 딸을 보내고 모든 게 후회됐대. 외동딸이 버릇 없어질까 봐 엄하게 키운 거, 일이 바빠 가족 여행 한 번 못 간 것도. 특히 너무 후회되는 한 가지가 있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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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아가 '아빠 나 뭐 하면 안 돼?' 하면 아빠는 '안 돼' 하거든요. 아빠가 안된다고 하면 두 번 다시 안 물어보던 애였어요."
-이경우, 육성아 어머니
"내 말을 잘 들었어요. 내가 진짜 뉴욕을 못 가게 했어요. 절대 안 된다 하니까, 성아가 가고 싶은 마음에 '아빠 나 1년만 갔다 올게' 1년만 뉴욕이라는 곳을 경험해 보고 싶다고. 그래서 뉴욕 갔어요. 그럼 1년만 있다가 오라고… 내가 정말로 강력하게 얘기했으면 안 갔을지도 몰라요."
-육대진, 육성아 아버지

소원이라는 딸의 말에, 아버지는 뉴욕행을 허락했어. 딱 1년만 있다가 오라고. 이 사건이 있던 2001년 9월 11일은, 성아 씨가 뉴욕에 간지 366일째 되는 날이었어.

그렇게 시간이 흘러서 테러가 일어난 지 1년이 지났어. 성아 씨의 집에 누군가 찾아왔어. 제복을 차려입은 경찰이었어. 그는 딸 성아 씨를 찾았다고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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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쯤 되던 날, 딸을 찾았다고 하더라고요. 일부를 찾았다 하는데 시신 일부를 보내준다고 연락을 받았어요. 가서 딱 만났는데, 나는 우선 떨리기도 떨리고, 남편이 먼저 만져보고 안아보더니 '딱 우리 성아… 낳았을 때 크기만큼 왔네' 이러더라고요."
-이경우, 故 육성아 어머니

성아 씨 부모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어. "그래도 우린 정말 다행이다"라고. 왜냐면 당시 유해조차 찾지 못한 가족들이 정말 많았거든. 9.11 테러 희생자 수는 2,977명이야. 그중 400여 명은 경찰관, 소방관이었어. 유해를 수습하지 못한 희생자 수는 1,000명이 넘어. 재훈 씨의 유해도 아직 찾지 못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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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신 자체가 없었어요. 건물이 완전히 무너지면서 앤드류 김 사망했다는 걸 확인해서 사망진단서를 받은 거니까. 사실 시신 수습을 못했다고."
-김평겸, 故 김재훈 아버지

▲ 네번째 비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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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일을 주도한 건 '알카에다' 테러 조직의 수장 오사마 빈 라덴이야. 이슬람 극단주의자이자, 극렬한 반미주의자였어. 빈라덴의 주도하에 항공기들을 공중 납치해서 동시 다발적으로 자살 테러를 일으켰어. 두 대의 비행기는 미국 경제의 상징, 세계무역센터를 공격했어. 세 번째 비행기도 있었어. 그 비행기의 목표는 미군의 상징 국방부 펜타곤이었어. 여기서도 184명의 희생자가 나왔어. 이게 끝이 아니었어. 네 번째 비행기도 있었어. 네 번째 비행기는 여길 공격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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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긴 허허벌판이야. 근처에는 아무것도 없어. 원래 목표는 백악관이나 국회의사당으로 추정이 돼. 그럼 왜, 엉뚱하게 이런 곳에 추락해 있을까? 이날의 진실은, 수거된 블랙박스와 승객들의 통화내용에 고스란히 담겨있어.

테러범들은 네 번째 비행기 UA93편을 납치하는 것까진 성공했어. 기내에서 테러범들은 사람들을 칼로 찌르고, 폭탄이 실렸다며 협박했어. 이런 상황에서 승객 몇 명이 가족과 친구에게 몰래 연락을 한 거야. 그러다 끔찍한 이야기를 듣게 돼. 비행기가 뉴욕 쌍둥이 빌딩으로 돌진하는 자살테러가 일어났다는 소식이었어. 이 소식을 들은 승객들은 놀랍게도, 테러범과 맞서 싸우기로 결심해.

한 승무원은 뜨거운 물을 끓이고, 누군가는 비상탈출용 도끼를 들었어. 서로가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무언의 응원을 나눠. 어떤 승객은, 마지막으로 사랑하는 사람에게 굳은 각오를 전했어. 그리고 승객 한 명이 외쳐.

"Are you guys ready? Okay, let's Roll"(다들 준비됐나요? 갑시다!)

승객들이 테러범을 막기 위해 조종석으로 달려가. 결국 승객들의 공격을 버티지 못한 테러범들은 기수를 아래로 내렸어. 그렇게 그 비행기는, 워싱턴에서 불과 20분 거리에 있는, 펜실베니아의 허허벌판에 추락하게 된 거야.

그 비행기에 타고 있던 모든 승객들은 사망했어. 워싱턴에서 일어났을지도 모르는 수많은 희생을 막으며. 그리고 그 후 더 이상의 테러는 없었어.

▲ 잊어서는 안 되는 9.11 그날

9.11 테러 이후, 세상이 바뀌었어. 중동에서는 전쟁이 시작되고, 전쟁은 또 다른 테러를 낳았어. 9.11 테러가 일어난 지 정확히 911일째 되는 날에,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차 폭탄 테러가 일어났어. 무고한 시민들이 계속 희생됐어.

2011년 오바마 행정부는 오사마 빈 라덴을 사살했다고 발표했어. 그게 9.11 테러가 일어난 지 꼭 10년이 지났을 때야. 그렇다고 모든 게 끝난 건 아니야. 우리가 사는 세상은 여전히 불안해. 지금도 어딘가에선 전쟁이 일어나고 있고, 그 안에는 역시나 희생당하는 무고한 사람들이 있어.

어떻게든 테러범의 정체를 알리려 한 승무원, 계단 한쪽을 비워둔 채 질서 정연하게 탈출하던 사람들, 탈출하는 와중에도 다른 사람을 구조해 낸 사람들... 우리는 그 위기 속에서도 남을 위했던 사람들을 기억해야 해. 그리고, 동훈 씨는 지금까지 유독 잊지 못하는 한 사람이 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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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층에 1분씩 넘게 걸려서 서서히 내려오고 있는데 그때 처음 소방관이 올라왔어요. 그리고 나서 두세 층 뒤떨어져서 한 친구가 올라가는 거예요. 아기예요 아직 아기. 이제 갓 소방관이 된 친구 같아요. 사람들이 박수를 더 세게 쳤죠. 고생한다고 힘내라고. 그 친구의 파란 눈이 옆에 지나가면서 딱 마주쳤어요. 그래서 제가 힘내라고, 이랬는데.. 결론적으로 그분들은 다 돌아가신 거죠. 그 친구 눈빛이 굉장히 오래갔어요. 사명감에 불타고 이런 것보다, 힘든 눈빛… 계속 머리에 맴돌고, 꿈에서도 나오고 그랬었죠."

-이동훈, 9.11 테러 생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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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 메모리얼 파크'라고 알아? 쌍둥이 빌딩이 있던 그라운드 제로에 만든 추모공원이야. 여기에는 희생자 3,000여 명의 이름이 빠짐없이 새겨져 있어. 365일 멈추지 않는 폭포는, 희생자와 가족들의 눈물을 상징한대. 그 눈물은 절대 채워지지 않는 곳으로 계속해서 흘러 들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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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말고도, 미국 전역에 희생자의 이름이 붙은 곳이 많아. 그들이 다닌 학교 도서관, 자주 다니던 길, 앉아 쉬던 벤치, 운동하던 코트… 아무리 아픈 상처라도, 공유하고 일상에서 그들을 기억하려는 거야.

재훈 씨 아버지는 20년이 지난 지금도, 매일 아들의 이름이 새겨진 곳을 다녀오셔. 추모비에 수많은 이름들 중 유독, 앤드류 재훈 킴 부분만 색깔이 진해. 매일 쓰다듬으시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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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아 씨의 어머니는 딸의 목소리를 녹음해 두고 듣고 또 듣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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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도 몇 번씩 들어봤죠. 돌려보고 돌려 듣고 또 듣고. 내가 다른데 녹음도 해놓고. 솔직한 말로는, 목소리가 듣고 싶어서…"
-이경우, 故 육성아 어머니

이 분들은 이런 이야기를 전했어.

"우리 아들과 딸은, 우리만 기억해도 됩니다. 하지만, 이런 일이 있었다는 사실은, 모두가 꼭 기억해 주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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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이야기를 들은 '오늘' 당신의 생각은?

강선애 기자 sak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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