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7일(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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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브수다] 업타운, 레전드의 이유 있는 귀환

강경윤 기자 작성 2023.12.04 14:04 수정 2023.12.04 14:07 조회 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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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타운

[SBS연예뉴스 | 강경윤 기자] 눈 뜨면 하루하루 달라져있는 변화무쌍한 세상에서 고집스러움을 갖는 게 오히려 귀하다. 대중음악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룹 업타운이 마지막 앨범 발매 13년 만에 돌아왔다. 지난 시간들은 업타운에게 쇠를 녹이고 단단한 망치로 한참을 두들겨서 강하게 만드는 시간이었다.

"차에 타면 전 클래식 음악을 들어요. 참 의외죠? 잘 만든 마스터피스(명작)는 시대를 막론하고 사랑을 받잖아요. '대중이 뭘 좋아할까'를 고민하는 게 아니라 '내가 만들고 싶은 음악에 완성도를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를 고민했어요. 시대가 바뀐다고 한 곡에 담긴 완성도의 가치는 바뀌지 않으니까요." (정연준)

1997년, 국내에서 생소한 힙합 알앤비 음악을 내건 업타운은 국내에서 파란을 일으켰다. '내안의 그대', '다시 만나줘' 등 업타운의 곡들은 레전드로 기억되었다. 마지막 활동 이후 13년이 흘렀다. 오랜만에 취재진과 다시 만난 정연준도 이젠 중년의 분위기가 풍긴다. 하지만 새롭고 완성도 있는 음악을 보여주고 싶다는 열정만큼은 반짝거렸다.

업타운

"예전에 음악을 할 때가 르네상스였죠. 음악에 돈을 많이 들였던 시절이었죠. 요즘 젊은 친구들은 음악을 빨리빨리 만들고 그걸 평가받지만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어요. 엔지니어 한 명이 100번도 넘게 믹싱을 할 정도로 음악에 공을 들였어요. 그렇게 시대에 음악을 공부하고 만들었던 저는 이번 앨범을 열심히 만들어서 들려드리고 싶었어요."

업타운이 내건 메시지는 '백투아날로그'(Back 2 Analog)다. AI 기술이 산업 전반을 급속도로 장악하는 시대에 도로 '아날로그'라는 뜻은 뭘까. 짧지 않은 시간 무대를 떠나서 음악 제작과 산업에 있던 정연준이 업타운의 컴백의 키워드로 '아날로그'를 선택한 건 중요한 이유가 있을 법했다.

"공연장에 가면 관객들이 몸을 흔들질 않고 전부다 휴대폰으로 무대를 찍고 있어요. 사람들이 음악 속에 빠져들어야 하는데 어느새 컴퓨터로 음악을 만드는 세대가 되면서 음악마저 기술이 되고 있다는 생각이 되더라고요. 그래서 차가운 기계음보다는 정감 있는 악기 소리로 오래 들어도 귀가 아프지 않고 질리지 않는 아날로그 음악을 내놓고 싶었어요."

업타운은 원년멤버 정연준을 주축으로 윤미래, 제시를 잇는 3대 여성 보컬 루비가 합류했다. 또 베이빌론이 객원멤버로 새로운 색깔을 보여준다. 베이빌론은 업타운의 음악을 듣고 자란 세대였기에 업타운 25주년 베스트앨범에 직접 참여한 소감을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알앤비 음악작업을 하면서 영감을 받았던 뮤지션을 꼽자면 듀스와 업타운이었어요. 정연준 선배님을 존경하고 음악을 많이 들었죠. 지난해 90년대 알앤비 앨범을 만들면서 선배님과 인연을 맺었어요. 리스펙트 하는 선배님이 직접 업타운의 뜻깊은 앨범에 함께 하자는 제안을 해주셔서 저는 정말 좋았어요."

정연준이 국내 거의 모든 여성 보컬들의 목소리를 뒤져서 찾아냈다는 보형의 책임감은 더욱 막중했다. 특히 '완벽주의' 성향이 강한 정연준의 디렉팅을 통과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음이 분명했다. 보형은 "데뷔할 때보다 더 연습을 열심히 했던 것 같다. 피디님이 발성의 단단함, 기본기 등을 섬세하게 알려주셔서 노래가 많이 성장했다."고 말했다.

업타운의 '백투아날로그'는 이제 세상에 나왔다. 업타운이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 국내에 생소했던 음악 장르를 소개했던 10여 년 전과 음악적 상황은 많이 다르다. 전 세계 팬층을 두루 가지고 있는 K팝 그룹들이 가요계를 주도하고 있다. 업타운 음악은 현시대에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 걸까.

"K팝 그룹들이 전 세계 아이돌로 사랑받고 있고, 가수 임영웅 씨 이런 친구들이 트로트의 한 축을 움직이고 있어요. 저희는 그런 상황에서 음악적 완성도를 가지고 평가를 받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실력이 출중한 아이돌들과 좋은 음악이 많이 나오고 있다고 생각해요. 저희는 얼굴이나 춤으로 가는 음악은 아니지만, 공연이나 음악적 컬러, 퀄리티, 보컬의 스킬 같은 다른 무기들로 한번 이런 한국 음악도 있다는 걸 세계에 보여주고 싶어요."

kyk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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