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9일(금)

영화 스크린 현장

봉준호와 넷플릭스가 밝힌 '옥자'를 둘러싼 궁금증 '5'

김지혜 기자 작성 2017.05.16 09:10 조회 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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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자

[SBS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국내외 영화계에서 '뜨거운 감자'가 된 '옥자'가 그동안의 설(說)에 대해 속 시원하게 밝혔다.

15일 오후 서울의 한 호텔에서 열린 영화 '옥자' 기자간담회에는 투자사 넷플릭스의 CCO(콘텐츠 최고 책임자) 테드 사란도스(Ted Sarandos)와 공동제작사인 플랜B의 프로듀서 제레미 클라이너(Jeremy Kleiner), 프로듀서 최두호, 김태완, 서우식 그리고 '옥자'의 국내 배급을 맡은 NEW 김우택 총괄대표가 참석했다.

2017년 최고 기대작의 개봉을 앞두고 영화의 주역이 취재진과 처음으로 만나는 자리였다. 이날 행사에서는 '옥자'의 예고편과 메이킹 필름이 최초로 공개됐다.

봉준호 감독은 '옥자'의 정체에 대해 "사람이 아니라 동물이다. 돼지와 하마를 합친 듯한 외모의 큰 동물이다"라고 소개했다. 이어 "영화에는 옥자와 옥자를 사랑하는 미자라는 소녀가 나온다. 둘의 사랑을 그린 작품이다. 이들의 사랑을 방해하는 세상의 여러 가지 복잡한 것들이 나온다. 복잡한 풍자 요소들이 얽혀있는 영화다"라고 부연했다.

영화에 대한 간략한 소개가 끝나자 취재진의 시선은 그들의 '입'에 집중됐다. 최근 불거진 칸영화제 초청 논란부터 국내 개봉 방식에 대한 열띤 Q&A가 펼쳐졌다.

옥자

◆ 봉준호, 왜 넷플릭스와 손잡았을까…'전권 위임'

봉준호 감독은 '살인의 추억', '괴물, '마더' 등의 수작을 잇따라 발표하며 일찌감치 할리우드 러브콜을 받았다. 전작인 '설국열차'는 미국의 유명 제작사인 와인스타인 컴퍼니가 자국 내 배급을 맡으며 할리우드에 안착하는 듯 했다. 

그러나 과정과 결과는 그리 매끄럽지 못했다. 무엇보다 '가위손'으로 악명 높은 하비 와인스타인이 '설국열차'의 편집에 관여해 잡음이 일기도 했다. 기대했던 미국 내 개봉 역시 와이드 릴리즈(대규모 개봉)가 아닌 에스컬레이터 방식(소규모로 개봉한 뒤 반응에 따라 상영관을 늘리는 방식)을 택해 아쉬움을 남겼다.

봉준호 감독은 차기작에 대한 많은 선택권이 있었다. 그러나 뜻밖에도 미국 동영상 스트리밍 기업인 넷플릭스와 손을 잡았다. 메인 플랫폼이 극장이 아닌 안방이 될 선택에 대해 의외라는 평가가 대부분이었다.

넷플릭스의 전폭적인 지지와 지원이 결정적 이유였다. 봉 감독은 "미국이나 프랑스 등 세계 어느 나라도 이 정도 예산의 영화에서 감독에게 전권을 주는 경우가 거의 없다. 나는 행운이었다. 넷플릭스와의 협업을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넷플릭스가 예외적으로 한국, 미국, 영국의 극장 개봉을 약속하며 봉준호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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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560억 쏜 이유…"봉준호는 영화 장인"

넷플릭스가 오리지널 영화를 만들면서 아시아 감독에게 5,000만 달러(한화 약 560억)이라는 천문학적인 제작비를 지원한 것은 전례가 없었다. 넷플릭스는 왜 봉준호 감독에게 꽂혔을까.

테드 사란도스 넷플릭스 콘텐츠 최고 책임자는 "오래 전부터 봉준호 감독을 흠모해왔다. 봉준호 감독이야말로 영화의 장인이자 대가라고 생각한다. 함께 일할 기회가 굉장히 욕심났고 하나의 도전이었다. 꿈을 꾸고 있는 기분이었다. 창의력을 가진 사람이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여지를 주는 게 제작자의 일이다"라고 그에 대한 신뢰를 드러냈다.

제레미 클라이너 플랜B 제작자 역시 "브래드 피트를 비롯한 플랜B의 제작자들은 스토킹 수준으로 봉 감독의 작품을 봤고, 좋아했다"면서 "운이 좋게 '옥자'의 시나리오를 볼 수 있었다. 정말 놀라운 작품이다. 재밌고, 비주얼도 대단했다. 그러면서도 정서적으로 풍부했다"고 제작에 참여한 이유를 밝혔다.

넷플릭스는 인재 영입에 과감한 투자를 아끼지 않은 것이다. 특히 봉준호의 영화에 투자함으로써 한국 내 넷플릭스 홍보 효과를 극대화하고, 신규 가입자를 끌어들일 수 있는 1석 2조의 효과를 기대한 것으로 보인다. 넷플릭스는 미국 내에서는 이미 대중적인 서비스지만 전 세계 특히 아시아에서는 낯선 플랫폼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시장의 확장성 차원에서도 아시아에서 폭넓은 인지도를 갖춘 아티스트 봉준호의 영입은 신의 한 수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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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발 논란, 해프닝vs심각

봉준호의 뛰어난 연출력과 넷플릭스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옥자'는 완성됐고 오는 17일 개막하는 제 70회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받았다.

'옥자'와 '메이어로위츠 스토리'처럼 넷플릭스 제작의 영화가 경쟁 부문에 진출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러나 희소식은 우려를 낳기도 했다. 프랑스 극장협회(FNCF)가 "극장 개봉을 하지 않는 넷플릭스 작품이 극장 상영을 원칙으로 하는 칸영화제에 진출하는 것은 위법"이라고 반대 성명을 발표한 것.

영화제 측은 이 사안에 대해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결과적으로 칸영화제는 '옥자', '메이어로위츠 스토리'의 경쟁 부문 초청을 다시 한번 천명했다. 동시에 "2018년 칸영화제부터는 프랑스 내 극장에서 개봉하는 영화들만 경쟁 부문에 초청하도록 규정을 변경한다"고 발표하며 넷플릭스의 진격에 대해 방어막을 쳤다.

칸에서 벌어진 논란에 대해 넷플릭스의 테드 사란도스는 "칸 영화제의 '옥자' 경쟁 진출 부문은 배급과는 무관하다. 배급을 하지 않는 영화도 칸에 초청된 사례가 과거에 많았다. 특히 칸은 예술성이 강한 영화가 진출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 역시 예술성에 대한 철학 때문에 '옥자'를 제작을 했다. 변화라는 게 쉽지 않다는 걸 안다. 향후에도 넷플릭스는 뛰어난 영화를 제작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봉준호 감독 역시 "스트리밍과 극장은 결국 공존하리라 본다. 그 방법을 찾아가는 과정인 것 같다"면서 "심각하게 우려할만한 일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옥자

◆ 칸 심사위원 박찬욱 어드벤티지?…"그럴 리가!"

그렇다면 '옥자'의 칸영화제 수상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올해 초청된 경쟁작 19편의 완성도를 가늠할 수 없는 상황에서 추측은 어렵다. 다만 '옥자' 역시 황금종려상 후보로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올해 영화제에서는 박찬욱 감독이 경쟁 부문 심사위원으로 활약한다. 박찬욱 감독과 봉준호 감독은 영화계 절친으로 알려져 있고, '설국열차' 제작자와 감독으로 호흡을 맞춘 바 있다.

봉준호 감독은 박찬욱 감독이 심사위원으로 활약하게 된 것과 관련해 "흔히 우리가 생각하는 건 '팔이 안으로 굽는다'일 텐데 박찬욱 감독은 워낙 공명정대하신 분이다. 본인 소신대로 심사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자신의 경험을 떠올리며 "베를린이나 칸, 선댄스에서 심사해본 경험에 의하면 세계에서 가장 섬세하고 취향 있고 예민한 사람들이 모여 영화를 보는 것이다. 어느 누가 선동한다 해서 어느 쪽으로 쏠려 가는 경향이 없고, 다들 순진무구하게 고민하며 영화 보고 의견을 이야기하는 과정"이라고 심사의 투명성을 예상했다.

봉준호 감독은 "심사위원 중 한국, 아시아 분들이 몇 명이 있어도 여의도 국회에서 벌어지는 식의 상황이 벌어지는 곳은 전혀 아니더라"며 "섬세, 예민, 순진무구한 분들이 눈이 벌게질 때까지 영화를 보며 밤새 토론한다. 박찬욱 감독님도 그 과정을 즐기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옥자

◆ 국내 개봉은 무기한 상영…NEW "개봉 규모는 극장과 협의 중"

국내 관객의 가장 큰 관심사는 '옥자'의 극장 개봉일 것이다. 넷플릭스가 투자 및 배급을 한다고 했을 때 "국내 극장에 개봉 안하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팽배했다. 국내 최고 감독인 봉준호의 신작을 극장에서 보지 못한다는 것은 영화팬으로서 불행한 일이기 때문이다.

이날 행사에서 국내 배급을 맡은 NEW는 그간의 설들을 정리하는 개봉 계획을 밝혔다. 김우택 대표는 "'옥자'는 6월 29일 한국 극장에 개봉한다. 개봉 기간은 제한 상영이 아닌 무제한 상영이다"고 선언했다.

김 대표는 "개봉 기간과 방식에 관해서 넷플릭스와 NEW는 긴밀하게 논의를 해왔고, 국내 극장에 효과적으로 상영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또한 상영 여건에 대해서는 극장 측과 앞으로도 계속해서 협의를 하기로 했다. '옥자'가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하면서 더욱 큰 의미를 가지게 됐다. 많은 한국 관객과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봉준호 감독 역시 "처음 이 일을 시작했을 때부터 넷플릭스가 어떤 식으로 배급을 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한국과 미국, 영국에서 극장 개봉을 하기로 했었다. 특히 한국은 굉장히 긍정적으로 폭넓게 개봉한다는 협의를 했었다"고 다시 한번 극장 개봉을 재확인시켜줬다.

'옥자'는 오는 17일 개막하는 제70회 칸국제영화제에서 전 세계 최초로 상영된 뒤 오는 28일(미국시간)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안방에 공개된다. 더불어 한국 시간으로 29일 전국 극장에서 개봉한다.

ebada@sbs.co.kr

<사진 = 김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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