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9일(금)

영화 스크린 현장

[CANNES+] '옥자'vs'그후'vs'악녀', 올해의 칸 수혜자는?

김지혜 기자 작성 2017.05.23 15:16 조회 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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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

[SBS연예뉴스 | 칸(프랑스)김지혜 기자] "올해의 칸느발은?"

영화계 은어 중에 '칸느뽕'이라는 말이 있다. 칸영화제에 다녀온 영화인들이 그 분위기에 취한다는 의미를 담은 말이다. "영화는 영화제 초청을 받거나 상을 받기 위해 만드는 것이 아니다"라는 확고한 신념을 가진 영화인들도 막상 칸영화제에 다녀오면 태도나 마음가짐 자체가 달라진다.

이는 70년의 전통과 권위를 자랑하는, 영화와 영화인에 대한 확실한 존경을 표하는 칸 영화제만의 분위기 때문이다. 이 분위기를 경험한 감독은 절대 '5월의 칸'을 잊지 못하고, 다시 한번 그곳을 꿈꾸게 된다.

또 하나, '깐느발'도 무시할 수 없다. 더 이상 국제영화제의 네임밸류가 국내 관객을 현혹하지 못하는 시대라고는 하지만 칸느발은 여전히 살아있다. 지난해 칸영화제 진출한 한국영화들도 그 덕을 톡톡히 봤다. 

지난해 칸영화제는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가 경쟁 부문에, 연상호 감독이 '부산행'이 비경쟁인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됐다.

'아가씨'는 경쟁 부문의 본상을 수상하지는 못했지만 류성희 미술감독이 벌칸상(The Vulcan Award of the Technical Artist)을 받으며 화제를 모았다. 벌칸상은 칸영화제 공식 초청작 중 미술, 음향, 촬영 등 가장 뛰어난 기술적인 성취를 보여준 작품의 아티스트를 선정해 수여하는 상. 영화에 수여하는 상이라기보다는 개인 아티스트에게 수여하는 상이라고 볼 수 있다.

아가씨

칸에서의 성과는 아쉬움을 남겼지만, 국내 개봉에서는 큰 성공을 거뒀다. 동성애를 다룬 영화로는 이례적으로 400만 관객 동원에 성공하며 흥행에 대한 박찬욱 감독의 목마름을 해소해줬다. 톱배우와 톱감독이 만든 빼어난 작품의 힘이지만, 칸영화제에서 최초로 공개하며 해외의 주목은 받은 것도 상당 부문 덕을 봤다.

게다가 '아가씨'는 지난해 연말 미국 비평가협회에서 선전을 펼쳤다. LA비평가협회 외국어 영화상과 미술상을 시작으로 시카고, 뉴욕, 샌프란시스코 등 미국 비평가협회에서만 12관왕을 달성했다. 

'부산행'은 지난해 칸영화제 최고의 수혜자다. 장르 영화 섹션인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받아 최초로 공개됐던 이 영화는 한국형 좀비 영화에 대한 현지 언론의 극찬이 쏟아지며 화제를 모았다. 칸느발 호평 기사들이 쏟아졌고, 국내 관객들의 궁금증은 상승했다.

칸 공개 시점으로부터 무려 두 달 가까이 간격을 둔 개봉 일정은 오히려 영화에 대한 기대치를 상승시켰다. 영화를 투자 배급한 NEW는 칸영화제 출품부터 개봉 전후 마케팅에 상당히 공을 들였다. 영화에 대한 관심도를 개봉 전까지 끌고 간 전략이 주요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부산행'은 매년 가장 치열한 흥행 전쟁이 펼쳐지는 7월 여름 시장에서 천만 관객을 돌파하는 빛나는 성과를 거뒀다. 이 흥행 돌풍의 시작은 칸 영화제였다는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

게다가 칸 필름마켓에서 전 세계 156개국에 선판매한 끝에 250만 달러(한화 약 28억)가 넘는 수익을 거둬들였다. 

옥자

그렇다면 올해 칸영화제 최대 수혜자는 어떤 영화가 될까. 가장 먼저 공개된 경쟁 부문 초청작 '옥자'는 벌써부터 국내 관객의 필람 영화로 꼽힌다.

'살인의 추억', '괴물', '설국열차' 등을 만들며 국내 최고의 감독으로 자리매김한 봉준호 감독의 미국 영화다. 현지 상영 후 영화에 대한 평가가 다소 엇갈리며 오히려 국내 관객들의 호기심을 높이고 있다.

슈퍼돼지 옥자와 그녀를 지키려는 미자의 이야기라는 알듯 모를 듯한 줄거리도 "어떤 영화일까?"라는 단순한 공금증을 불러일으킨다.

동영상 스트리밍 업체 넷플릭스가 투자한 '옥자'는 이례적으로 오는 29일 국내 극장에서 개봉한다. 28일(미국시각) 전 세계 안방극장에 공개하면서 동시에 한국 극장 개봉도 동시에 이뤄진다.

비경쟁인 미드나잇 스크리닝 섹션 초대작인 '악녀'와 '불한당'은 '제2의 부산행'을 노린다. 오히려 작품성에 대한 평가가 주를 이루는 경쟁 부문보다 상업영화들이 초청돼 주목받는 미드나잇 섹션 부문이 화제성은 더 크다. 

악녀

'악녀'는 김옥빈이 원톱 주연으로 나선 액션 영화로 '내가 살인범이다'로 주목받은 정병길 감독의 액션 미학으로 큰 기대를 모은다. 지난 21일 상영 후 한국형 블러드 퀸 액션 영화에 유럽 바이어들의 눈도장을 확실히 찍었다. 화려한 액션과 B급 요소의 정서는 북미 관계자들에게 호평을 받고 있다.  

'불한당'은 설경구, 임시완이 범죄자와 경찰로 분한 범죄 영화로 변성현 감독의 스타일리시한 연출이 돋보인다. 국내에서 감독의 SNS 논란으로 흥행이 주춤하지만 칸에서 화제의 국면을 전환시킬 여지도 있다.  

'올드보이', '추격자' 등 한국형 느와르에 대한 유럽 마니아층이 확실하고, 미드나잇 스크리닝 섹션의 특성상 상영 영화에 대한 후한 평가도 예상된다. 

홍상수 감독의 신작 '클레어의 카메라'와 '그 후'는 칸영화제의 반응이 흥행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도 귀추가 주목된다.

특별상영 부문에 초청된 '클레어의 카메라'에 대한 현지 반응은 기대 좋다고 볼 수 없지만, 경쟁 부문에 초청된 '그 후'에 대한 반응은 다르다.

'밤의 해변에서 혼자' 때부터 두드러진 자기 반영과 성찰적 결과물에 대해 흥미롭다는 반응이다. 게다가 홍상수 감독 특유의 시간과 공간과 인물이 어우러지며 만들어내는 인생에 대한 탐구와 인물에 대한 묘사는 뜻밖의 웃음을 선사하며 호평을 받고 있다. 

홍상수 감독은 유럽에서 돈독한 팬층을 확보한 아티스트다. 게다가 전작 '밤의 해변에서 혼자'가 두 사람의 불륜 논란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흥행에서 선전한 것을 생각하면 '클레어의 카메라'와 '그 후' 역시 국내 개봉 후 노이즈 마케팅의 덕을 볼 여지도 있다. 

ebad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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