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브수다]"5년간 출연작 70편"…조병규, 스토브리그 지나 만개한 꽃길

작성 : 2020-03-10 17:3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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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브수다]"5년간 출연작 70편"…조병규, 스토브리그 지나 만개한 꽃길
조병규

[SBS연예뉴스 | 강선애 기자] 스토브리그(stove league), 프로야구의 한 시즌이 끝나고 다음 시즌을 준비하는 겨울 기간을 뜻한다. 선수 영입, 연봉 협상, 비시즌 훈련 등이 진행되는 시기로, 얼마나 알차고 효율적으로 이 시기를 보내는가에 따라 다음 시즌의 성적이 달라질 수 있다.

배우에게 스토브리그라 할 수 있는 웅크린 기간은 저마다 다르다. 누구는 단 한 작품만으로 일약 스타가 되기도 하고, 누구는 수십 년의 무명생활을 거쳐 힘들게 이름을 알리기도 한다. 조병규에게 있어 그 기간은 5년이었다. 스무 살에 연기를 시작해 스물다섯이 될 때까지 쉼 없이 달렸고, 무려 70편에 달하는 크고 작은 작품에 출연했다. 그리고 'SKY캐슬'로 문을 열어 로 닫은 2019년을 기점으로, 드디어 배우로서 화려한 꽃길 인생이 시작됐다.

조병규에게 지난해는 평생 잊지 못할 해이다. 'SKY캐슬'에서 차민혁(김병철)-노승혜(윤세아)의 쌍둥이 아들 중 차기준 역을 맡아 드라마 인기와 함께 자신의 존재감도 확실히 대중에게 각인시켰다. 그리고 연말에는 SBS 로 마침내 지상파 드라마의 주연급 역할을 따냈고, 이번에도 시청률 20%를 기록하며 1년 사이 두 '대박' 작품에 이름을 올렸다. 70편에 가까운 출연작을 촘촘히 쌓아 올린 노력 끝에 마침내 이뤄낸 성공이다.

조병규는 최근 종영한 에서 만년꼴찌 프로야구단 드림즈의 프런트 운영팀 직원 한재희 역을 맡아 자신의 매력을 톡톡히 드러냈다. 온갖 위기들에 다소 무거운 분위기의 프런트에서 허술한 막내로서 웃음을 선사했고, '재벌3세 낙하산'이라는 신분(?)에도 포구 연습을 자처할 만큼 드림즈를 위한 열정 넘치는 모습으로 훈훈함을 자아냈다. 특히 운영팀장 이세영(박은빈 분)의 든든한 오른팔로 성장하면서, 안하무인 스카우트 팀장 고세혁(이준혁 분)에게 "기분이 태도가 되면 안 됩니다. 이 무슨 무례한 짓입니까?"라고 통쾌하게 일갈하던 장면은 드라마의 명장면으로 남았다.

20대 중반의 아직은 어린 나이지만, 조병규는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배우의 길을 걸으며 남다른 고생을 겪어 왔다. 그가 작은 중고차에서 먹고 자며 지내다가 옥탑방, 그리고 반지하로 자취방을 옮긴 사연은 이미 예능프로그램에서 공개돼 화제를 모은 바 있다. 배우로서 이제 인지도를 얻었으니 '고생 끝' 일거 같지만, 조병규는 오히려 생각이 더 많아졌다. 짊어지고 책임질 게 커지며, 스스로 "더 어른이 되어야겠다"라고 다짐하고 있다. 사람은 나이와 상관없이 확실히 경험하고 느낀 만큼, 더 성숙한다.

조병규

Q. 가 인기리에 잘 끝났어요. 시청률 20%의 사랑, 얻을 줄 예상했나요?
조병규: 성황리에 잘 마무리돼 기쁘죠. 한 해의 시작은 'SKY캐슬'로, 마무리는 '스토브리그'로, 시청자가 열광해준 작품들로 해서 영광이에요. '스토브리그'는 대본을 봤을 때부터 서사와 구성이 너무 완벽하고 치밀해서, 웰메이드 드라마가 되겠다는 확신은 있었어요. 야구팬들이 좋아해 줄 거란 믿음도 있었고요. 다만 이게 야구를 안 좋아하는 분들의 호응까지 얻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었죠. 스포츠드라마가 인기 있었던 건 '마지막 승부' 이후로 없다는 소리를 들어서요. 하지만 첫 방송이 나가고 나서는, 야구를 안 좋아하는 분들도 좋아할 수 있는 드라마가 되겠구나, 하는 생각을 갖게 됐어요.

Q. 한재희라는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 특별히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요?
조병규: 재희가 낙하산에 재벌 3세라는 설정이라, 이걸 어떻게 하면 잘 드러낼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옷이랑 헤어로 표현해보고자 했어요. 말단 직원인 재희지만, 부유한 집안을 표현하려고 옷에 신경 좀 썼죠. 그래서 재희가 공사장에 가는 장면 같은 데서도 나름 비싼 패딩을 입었던 거고요. 연기하는 온도도 밝아야 해서, 그런 지점에 중점을 두고 생각하며 연기했어요. 드라마 내에서 재희가 많은 기능적인 역할들을 해요. 드라마가 진중하고 무거운 분위기인데, 중간중간 미소 띨 수 있는 장면들을 재희에게 주셨죠. 그래서 저는 현장에서도 항상 밝게 있으려고 노력했고, 저로 인해 피식 웃을 수 있는 지점이 언제일까를 늘 고민하면서 연기했어요.

Q. 한재희를 표현하는 게 너무 자연스러워서, 실제 성격도 한재희와 비슷한 지점이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실제 조병규와 한재희, 얼마나 닮았나요?

조병규: 제가 그렇게 재희처럼 밝고 낙천적인 성격은 아니에요. 비슷한 지점이라 하면, 허술한 거? 완벽하게 다 하는 거 같지만 하나씩 허술하고 나사 하나가 빠져있다는 거. 그게 좀 닮은 거 같네요.(웃음)

조병규

Q. 박은빈 배우와 붙는 신이 많았는데요. 연기 호흡은 어땠나요?
조병규: 너무 좋았죠. 3년 전 '청춘시대'라는 드라마에서 은빈 누나의 학교 후배 역할로 같이 촬영한 적이 있어요. 그때 먼발치에서 바라보며 '저렇게 선한 사람이 있을까' 싶었는데, 오랜만에 재회해 다시 연기하게 됐죠. 누나는 정말 일관되게 삶을 대하고 있더라고요. 또 진중하게 연기하는 모습을 보면서 의지를 많이 했어요. 누나가 25년 차 배우인데, 제가 살아온 만큼 연기를 했더라고요. 선배로서 누나한테 삶의 많은 지침들을 얻었고, 살아가는데 필요한 조언을 들었어요. 은빈누나 외에도 제가 드라마 팀에서 가장 막내다 보니, 선배들이 모두 따뜻하게 대해줬어요. 배울 게 많은 학습의 장이었죠.

Q. 드림즈의 중심, 백승수 단장님을 연기한 남궁민 배우는요?
조병규: 완벽했죠. 백승수 자체도 완벽 주의자이고 남궁민 형도 완벽주의자예요. 그런 지점이 캐릭터랑 잘 맞아떨어진 거 같아요. 제가 한참 후배라 선배님이 교본 같아요. 배울 것이 너무 많아요. 제가 겁도 많고, 갖고 있는 생각을 현장에서 조율해 완벽하게 만들어가는 과정이 아직 부족한데, 형한테 그런 걸 많이 배웠어요.

Q. 남궁민 배우와 MBC '나 혼자 산다'에도 같이 나왔었잖아요. 스스로 '무지개 회원'이기도 하고요. 예능에 적응을 잘하는 거 같아요. 예전에 KBS '해피투게더'에 나온 거 보니, 개인기도 많고 예능감도 뛰어나던데요?

조병규: 예능을 워낙 좋아해요. 웬만한 예능프로그램은 다 볼 정도로 애청자이고, 예능인에 대한 동경도 있어요. 예능을 처음에 했을 땐 거부감도 있었고 '내가 잘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들었는데, 예능도 드라마처럼 사람이 하는 일이라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졌어요. '해피투게더' 반응이 좋아서 자신감이 생긴 것도 있고요. 예능 하면서도 사실 배우로서 불안한 지점들이 있긴 했는데, 너무 어렵게 다가가려 하진 않았어요. MBN '자연스럽게'에 고정 출연하다가 드라마 촬영 때문에 나왔는데, 거기 할머니랑 교감하며 진심으로 정이 많이 들었어요. 할머니랑은 계속 연락하며 지내고 있어요. 촬영하다가 중간에 KTX 타고 구례에 가서 할머니를 뵙고 오기도 했고요.

조병규

Q. 1년 사이 'SKY캐슬'에 까지 대박을 치고, 예능 고정 출연도 해보고. 그야말로 승승장구하고 있는데, 반대로 그만큼 부담감이 커졌을 거 같아요.
조병규: 부담감이 없다면 거짓말이죠. 제가 해야 할 연기에 대한 책임감이 더 막중해졌어요. 그 부담감이 좋게 작용하도록, 더 신중하게 작품 바라보는 시선을 기르고 싶어요. 이제 현장에서 제가 제 연기만 할 때는 지났다고 생각해요. 스태프들이랑 논의 과정을 거쳐 더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위치로 한 발 한 발 나아가고 있는 거 같아요. 아직도 갈 길이 멀지만 부담감과 책임감, 충분히 다 느끼고 있어요.

Q. 이제 가 끝나 쉴 시기인데. 쉴 때는 주로 뭘 해요?
조병규: 제가 취미가 없어요. 걷는 거 외에는 딱히 없었는데, 그마저도 코로나19 때문에 지금은 하기 어려워요. 새로운 취미를 찾아보려 해요. 사실 스무 살 때 데뷔를 해서 스물다섯이 될 때까지, 매년 1월 1일, 크리스마스, 12월 31일, 그런 의미 있는 날을 전부 촬영장에서 보냈어요. 출연한 작품 수가 70개 가까이 되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휴식시간이란 게 따로 없었어요. 쉬는 날이 있다 해도 바로 다음 촬영을 준비하기에 급급했죠. 그렇게 휴식 없는 시기를 보내다가, '스토브리그'가 끝나며 처음으로 휴식다운 휴식기를 맞았어요. 천천히 고민하고 있어요.

Q. 아직 어린 나이인데 70편이나 출연했다니 놀랍네요. 그렇게 다작을 해야만 했던 이유가 있을까요?

조병규: 너무 연기를 하고 싶었어요. 제가 보조출연으로 시작해 '학생1' 같은 역할을 하다가 포스터에 처음 이름을 올리기까지, 제 또래 다른 배우들과 비교해 나름 순탄치만은 않았어요. 이게 끝나면 다음 작품을 할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이 컸고, 그러다 보니 계속 작품을 해야만 했죠. 절 알려야 한다는 생각에 쉬지 않고 작품을 했어요. 그런 과정을 겪으며 너무 지친 순간도 있었지만, 결국엔 '스토브리그'라는 작품을 만났잖아요? 그동안 단편영화, 실험적 웹드라마 등 수많은 촬영장에서 보낸 시간들, 스펙트럼 넓게 맡았던 다양한 역할들이 제가 이번 '스토브리그'에 성공적으로 임할 수 있었던 자양분이 된 게 아닐까 싶어요.

조병규

Q. 역할의 경중을 떠나, 그렇게 계속 작품을 할 수 있었던 건 그래도 배우로서 매력이 있기 때문이었을 거 같은데요. 자신이 생각하는 나만의 매력은 뭐라고 생각하나요?
조병규: 스스로에 대해 엄격하고 잣대가 높아서, 저한테 칭찬을 잘 안 해요. 제가 그럴 깜냥도 아니고요. 다른 배우들보다 제가 더 뛰어나다고 내세울 만한 게 사실 없어요. 굳이 하나 추려낸다면, 좌절하지 않는 강한 멘탈이랄까요. 단역하고 보조출연하고 그럴 때, 자존감이 떨어지는 시기가 있었어요. 그걸 좌절하지 않고 꿋꿋하게 이겨내려 했던 거. 없는 바늘구멍에서 실 하나 꽂아보려 했던 노력들. 그런 마음가짐이 제 매력이지 않을까 싶어요.

Q. 아직 많은 나이가 아닌데, 멘탈이 굉장히 건강한 거 같아요.
조병규: 그러려고 많은 노력을 하고 있어요. 연기는 멘탈과 직결된다고 생각해요. 건강한 멘탈이 좋은 연기, 좋은 사람을 만들어낸다는 걸 뼈저리게 느껴서, 멘탈 관리에 대해 신중하게 생각해요. 그래서 건강한 취미를 가지려 노력하려 하고요. 성격상 누구한테 '나 힘들다' 말하지 못하고, 남한테 의지하지 못해요. 스스로를 채찍질해서 이겨내고 앞으로 나아가려 하죠.

Q. 그런 건강한 멘탈의 성장에, 도 한몫했을 거 같은데요?

조병규: 진짜 저한텐 학습의 장이었어요. 다 선배들이니 보는 것마다 배울 거 천지였죠. 어떻게 신을 만들어 가는지도 많이 배웠고, 막중한 부담감을 이겨내는 방식도 배웠어요. 저 스스로 성장하는 시간이었죠. 다음 작품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한 부담감이 항상 있었는데, 그걸 조금은 덜어내게 해 준 작품이 아닌가 싶어요. 오랜만에 밝은 역할을 해서 다시금 연기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기도 했고요. 코미디 연기가 설계를 많이 해야 하는데, 치밀한 준비 과정을 겪으면서 연기에 대해 리부팅하는 시간을 가졌던 거 같아요.

조병규

Q. 스카이캐슬에 스토브리그까지, 2019년이 배우 조병규에게 많은 변화를 가져왔는데요. 달라질 게 있을까요?
조병규: 옛날에는 마냥 유명해지고, 배우로서 인지도를 얻어 오디션 대신 대본이 오고, 좋은 작품에 캐스팅되고 그러면 걱정 없이 행복할 줄 알았어요. 그런데 그렇게 한 단계씩 발전해나갈수록 짊어지고 챙길 게 많아지더라고요. 아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보는 시선이 다양해진다는 걸, 그 시선들을 이해하려면 더 많은 공부가 필요하다는 걸 깨닫게 됐어요. 그러다 보니 인간으로서 성숙하게 되고, 더 많은 생각들을 하게 되는 거 같아요.

Q. 많은 생각들이란 게, 어떤 생각들을 말하는 건가요?
조병규: 제 말 한마디가 생각지도 못한 문제가 될 수도 있다는 염려가 생기면서, 겁이 생겼어요. 그러다 보니 저도 모르게 자기검열을 하게 되고, 과감한 선택을 주저하게 됐죠. 'SKY캐슬' 전에는 잃을 게 없고 어떻게든 날 보여야 한다는 생각에 겁이 없었다면, 지금은 갖고 있는 것들을 지키고자 과감해지지 못해요. 제 언행이나 행동 때문에 작품을 하는 것에 있어 제재를 받으면 안 되니, 겁이 자꾸 생기는 거죠. 선을 지키면서도 과감한 선택을 하고 싶은데, 그러려면 필연적으로 더 어른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이에요. 예전에는 '연기만 잘하면 되지'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배우이자 공인으로서 절 보는 시선들에서 자유로워지려면 균형을 잘 잡는 어른이 되고 더 좋은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이에요.

[사진제공=HB엔터테인먼트]

강선애 기자 sakang@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