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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픽처] "미루기도, 강행하기도"…'코로나 쇼크' 개봉 연기의 속사정

작성 : 2020-05-19 16:38:27

조회 : 491

침입자

[SBS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19 재확산 여파에 영화계가 신음하고 있다.

지난 3월 영화계를 휩쓸고 간 코로나19 후폭풍보다 더 큰 피해를 몰고 올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3월의 경우 전통적인 비수기 시장이었지만 이번 위기는 여름 시장으로 가는 길목에 도래한 만큼 장기화될 경우 최대 성수기인 7~8월 시장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여름 시장도 문제지만 당장 3월부터 개봉을 미뤘던 영화들이 다시 한번 개봉을 연기하는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 2차 확산에 따른 위험을 그대로 껴안을 수 없기 때문이다. 몇몇 영화들은 시장 안정성이 담보되지 않은 시점에도 불구하고 개봉을 해보려고 했지만 최악의 상황에 울면서 또다시 개봉 연기를 선택했다. 이를 둘러싼 속사정을 짚어봤다.

결백

◆ "미루고 미뤘는데"…진퇴양난 개봉 대기작들

그야말로 진퇴양난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상반기 개봉을 준비 중이던 영화들은 하나같이 큰 피해를 입었다. 특히 3월 개봉 대기작들은 대부분 한 차례 개봉을 미루며 5월 개봉에 기대를 걸고 있었다. 그러나 이태원 클럽 발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다시 한번 개봉길에 적신호가 켜졌다.

'침입자', '결백', '프랑스 여자'는 긴급회의 끝에 각각 5월 21일과 5월 27일로 정했던 개봉일을 6월로 미뤘다.

'침입자'를 제작한 비에이 엔터테인먼트 장원석 대표는 "11일부터 확진자 수 추이를 지켜봤는데 개봉을 강행하는 건 무리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개봉 재연기 소식을 전했다.

프랑스

'결백' 역시 시사회를 일주일, 개봉을 2주일 앞둔 시점에 어렵게 개봉 재연기를 결정했다. 배급사 키다리 이엔티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코로나19가 재확산되면서 결정이 아니라 이 상황을 받아들이는 마음으로 개봉을 연기했다"고 토로했다.

'프랑스 여자'는 그나마 개봉 고지부터 홍보까지 텀이 길지 않았기에 앞선 두 영화보다는 손해를 덜 본 단계에서 개봉을 연기할 수 있었다.

'결백'과 같은 날 개봉키로 했던 '초미의 관심사'는 종전대로 5월 27일 개봉을 고수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개봉을 재연기한 영화도, 개봉을 강행하는 영화도 울고 싶은 마음인 것은 매한가지다.

초미

◆ 개봉 연기→마케팅비 손실→손익분기점 부담↑

이 시국에 개봉 연기는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볼 수 있지만 미래를 낙관할 수 없다는 점에서 차악이다. 이 모든 결정에는 크든 작든 손해가 따른다.

제작을 마친 영화가 관객과 만나기 위해선 홍보·마케팅 단계를 거치게 된다. 개봉 전 영화의 존재를 인지 시키고 예비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하기 위한 과정이다. 영화 한 편에 들어가는 마케팅 비용은 사이즈에 따라 다르지만 대략 총제작비의 약 20%를 차지한다.

'침입자'와 '결백'은 총 제작비 60억 원 가량이 투입된 영화다. 손익분기점은 140~150만 명 선. 두 영화 모두 3월 개봉을 준비하며 책정했던 마케팅 비용의 80% 가까이를 썼다. 그러나 코로나19가 확산되자 울며 겨자 먹기로 어쩔 수 없이 3월에서 5월로 개봉을 미뤘고 마케팅비를 증액했다. '침입자'는 약 5억 가까이, '결백'은 3억 가까이 마케팅 비용을 더 썼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5월에서 6월로 개봉을 또 한 차례 미루면서 또 한 번 큰 손해를 보게 됐다.

초미

예정된 일정대로 개봉했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손해다. 종전에 쓴 마케팅 비용은 휘발됐고, 추가 비용이 들면서 손익분기점이 상승했다. 통상 제작비 3억 당 10만 명으로 계산하면 손익분기점을 계산할 수 있다. 즉, '침입자'는 약 20~30만, '결백'은 10~15만 명 가량 손익분기점이 상승한 셈이다.

'초미의 관심사'는 개봉을 미루지 않았다. 앞선 두 영화와 달리 '초미의 관심사'는 총 제작비 10억이 안 되는 저예산 영화다. 중소 규모의 영화의 경우 더 큰 사이즈의 영화가 리딩 하는 게 흥행에 도움이 된다.

'초미의 관심사'는 동시기에 '침입자', '결백'가 개봉해 박스를 키우고 극장에 활기를 불어넣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두 영화가 나란히 개봉을 연기하면서 한국 영화로는 홀로 5월 말 극장가를 책임지게 됐다. 개봉을 미룰 경우 제작비 대비 손해가 너무 크고 추가 마케팅 비용을 쓸 수도 없는 상황이기에 종전 일정을 고수하게 됐다.

지난 18일 열린 시사회를 통해 영화가 호평을 얻은 데다 한국 영화 개봉작이 없어 극장의 스크린 배정에 기대를 걸고 있다.

극장 코로나

◆ 영진위 할인권도 불만 속출....극장만 챙긴다?

지난 13일 영화진흥위원회는 안전한 영화산업 환경 조성이라는 명목 하에 관람료 6,000원 할인권 133만 장을 영화관에 배포하기로 결정했다. '침입자', '결백' 등 중형 사이즈의 영화가 개봉하는 시점인 21일에 맞춰 할인권 행사를 시작하려고 했으나 두 영화가 개봉을 미루면서 6월로 일정을 조정했다.

총 90억 원이 투입되는 이번 행사는 관객 발길이 뜸해진 극장을 활성화시키고 개봉을 주저하는 영화들을 독려하기 위한 대책이라고 볼 수 있다.

영진위는 전체 할인권 총액의 5%를 중소 영화관에 먼저 할당하고, 나머지 95%를 지난해 영화관 입장권 매출 비중에 따라 대형 영화관에 분배한다. CGV가 가장 많은 64만여 장을 가져가고, 롯데시네마에는 37만여 장이 돌아간다. 메가박스는 24만여 장, 씨네Q 7000여 장을 가져간다.

하지만 이 대책에 대한 영화계의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다. 극장만 챙기는 대책이라는 지적이다.

영진위는 코로나19로 인해 제작·개봉이 연기된 한국영화에 대해 제작비용이나 개봉비용을 작품별로 최대 1억 원까지 지원해 총 42억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 역시 피해 금액 대비 턱없이 부족한 지원이다.

개봉까지 제반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 재개봉작들과 달리 신작은 개봉 전까지 홍보 마케팅 비용이 많이 발생하고 흥행 실패 시 수 십억의 손해를 보게 된다. 악조건에서 개봉을 감수하는 배급사와 제작사에 현실적인 지원이 더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반도

극장의 연간 최대 성수기인 여름 시장(7~8월) 개장까지 불과 2달도 남지 않았다. 올여름엔 제작비 200억 내외의 대작 '반도', '모가디슈', '영웅', '승리호'가 출격을 앞두고 있다. 이 영화들을 투자배급한 NEW, 롯데컬쳐웍스, CJ ENM, 메리크리스마스는 종전 일정대로 여름 개봉을 준비하고 있다.

시장이 활기를 띠고 손님이 모이려면 좋은 물건이 넘쳐야 한다. 현 극장가는 관객도, 영화(신작)도 뜸한 상태다. 관객 수는 지난해 동시기 1/10에 그치고 있다. 무인지대의 장기화는 극장과 영화계의 연쇄 위기를 의미한다.

여름 시장이 열리기 전 관객이 극장을 가기 위한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침입자', '결백', '초미의 관심사', '프랑스 여자' 등과 같은 중소 사이즈의 영화들의 활약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ebada@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