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픽처] '#살아있다' K좀비의 역설 "사람, 희망이자 공포"

작성 : 2020-06-24 16:3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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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픽처] '#살아있다' K좀비의 역설 "사람, 희망이자 공포"
살아있다

[SBS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영화 '#살아있다'(감독 조일형, 제작 영화사 집·퍼스펙티브픽쳐스)를 생동감 있게 만드는 건 극을 이끄는 준우(유아인)와 유빈(박신혜)의 능동적인 자세다. 생(生)과 사(死)의 갈림길에 선 두 인물은 태어났으니까 사는 게 아니라 살기 위해 싸운다. 현재형인 영화의 제목은 더없이 적절하다.

'얼론'(Alone)이라는 미국 영화를 리메이크한 '#살아있다'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축 가라앉았던 한국 영화계에 찾아온 싱싱한 장르물이다. 이야기의 속도는 빠르고, 스토리 텔링은 군더더기가 없으며, 영화를 감싸는 기운은 젊다.

대니 보일의 '28일 후'나 잭 스나이더의 '새벽의 저주', 마크 포스터의 '월드워Z' 같은 서구의 좀비 영화로 눈높이가 높아진 데다 '부산행'이라는 앞선 성공작이 있다 해도 '#살아있다'는 그만의 개성으로 경쟁력을 확보했다.

또한 의도하진 않았겠지만 코로나19 시대의 현 상황과 자연스레 연결 지어 생각할 수밖에 없는 영화의 콘텍스트도 흥미롭다.

살아있다

◆ 성공적인 한국화…고속으로 직진하는 좀비물

'#살아있다'는 영화 시작 후 1분이 채 안 돼 관객을 사건으로 진입시킨다. 어디서, 왜 나타났는지도 알 수 없는 좀비 떼의 습격이 주인공의 평온한 일상을 깨뜨림과 동시에 목숨까지 위협한다. 빠른 극 전환은 영화가 리얼 타임으로 진행되는 것 같은 몰입감을 안긴다.

'나'와 '너'를 제외한 모든 개체는 괴생물체로 변해버린 상황 속에서 인물을 추동하는 동력은 생존이라는 목표뿐이다. 영화는 이 목표를 향해 직진한다. 한국의 재난물 하면 으레 공식처럼 등장하는 낡은 신파도 찾아볼 수 없다. 인물의 전사를 최소화했으며, 영화의 갈등 요소인 좀비의 창궐은 원인조차 보여주지 않는다.

살아있다

미국 영화를 리메이크한다 해도 보통은 국내 작가가 이야기와 대사를 손보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 영화는 맷 네일러의 각본을 그대로 가져왔다. 그럼에도 한국화가 잘된 영화다.

영화의 주요 배경은 아파트 단지다. 닭장을 연상시키는 대단지, 고층의 아파트는 지극히 한국적인 풍경이다. 단지 내 수천 세대의 가구가 살아도 당장 옆집에 사는 이웃의 얼굴도 모르는 삭막한 도시 풍경을 제시하며 사람이 희망이기도, 공포이기도 한 재난 상황을 극적으로 묘사한다.

살아있다

◆ 블루 유아인은 없다…이웃집 청년으로

유아인의, 유아인에 의한, 유아인을 위한 영화다. '청춘'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고 그 단어를 형상화함에 있어 유아인만큼 잘 어울리는 배우가 있을까. 청춘의 명암과 콘트라스트를 그 누구보다 잘 그려낸다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는 영화다.

다만 이번에서는 온도가 사뭇 다르다. 영화 '버닝'에서 유아인은 어둡고 불안하고 유약한 청춘을 연기했다면, '#살아있다'에서는 보통의 20대 청년을 그려냈다.

살아있다

유아인은 영화 시작 후 약 40여 분간 원맨쇼에 가까운 활약을 펼친다. 그간의 영화에서는 대체로 에너지를 과하게 분출해서 캐릭터를 또렷하게 만드는 방식의 연기를 구사했다면 이번 영화에서는 힘을 뺀 연기로 자유분방한 청춘의 면모를 보여줬다.

또 다른 주연인 박신혜는 러닝타임의 2/3 지점에서야 등장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존재감과 활약이 돋보인다. 존재 자체가 희망이 되는 유빈의 등장은 극의 또 다른 장을 여는 기능을 한다. 박신혜는 비로소 맞는 옷을 입은 느낌이다.

살아있다

◆ 코로나19 시대, 공포를 이겨낸 연대의 힘

좀비물에서의 재난 상황은 체험보다는 구경에 가까웠다. 공포와 절망으로 점철된 상황은 영화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살아있다'가 당도한 2020년의 대한민국의 영화 속의 난장판과 크게 다르지 않다.

코로나19가 일상의 평화와 여유를 헤친 것도 모자라 6개월 가까이 동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영화 속 상황은 현실을 떠올리게 하는 측면이 있다.

오락 영화로서 제 역할을 충실하게 하면서 현실의 섬뜩함을 떠올리게 한다는 점에서 '#살아있다'는 흥미롭다.

유아인

영화는 생존이라는 목표를 향해 내달리면서도 연대의 가치도 넌지시 강조한다. 또한 그저 살아남는 것만이 다가 아니라 '어떻게 살 것인가'와 같은 자존의 화두로 이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준우의 집 벽 한 칸을 채우고 있던 '평강'과 '안녕'이라는 글귀는 어느 순간부터 관념으로만 스쳐 지나가지 않는다. 당신의 '안녕'을 묻고, 우리의 '생존'을 기원하는 시대 속에서 '#살아있다'는 '살아가자'라는 구호처럼 와 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