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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브수다] '반도' 연상호 감독, 신파 비판에 답하다

작성 : 2020-07-24 15:48:37

조회 : 1874

[스브수다] '반도' 연상호 감독, 신파 비판에 답하다
연상호

[SBS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연상호 감독과의 인터뷰는 코로나19라는 돌발 변수 속에서 전과 다른 환경에서 진행됐다. 미니 기자회견처럼 인터뷰이의 책상을 중앙에 두고 인터뷰어인 기자들이 병렬로 놓인 책상에 떨어져 앉는 방식이었다. 시선은 마주하고 있었으나 거리가 멀어 마이크를 들어야 했다.

연상호 감독으로선 4년 만에 돌아온 여름 시장이다. 2016년 처음으로 도전한 상업영화 '부산행'이 천만 관객을 돌파했던 당시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할 터. 하지만 이번에는 시장 환경이 완전히 달라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작 '반도'는 개봉 7일 만에 전국 200만 관객을 돌파하며 'K좀비'의 위력을 보여주고 있다. 국내뿐만 아니라 아시아 5개국에 동시에 개봉한 '반도'는 모두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며 모처럼 해외 영화 시장에도 활기를 불어넣었다.

우스갯소리로 '한국 관객들의 영화 보는 눈이 세계에서 가장 까다롭다'고 한다. 전 세계에서 영화를 가장 많이 보는 나라인 만큼 영화를 보는 안목도 남다르다는 말이다. 아니나 다를까. '부산행'이라는 성공한 전작의 후광을 입고 등장한 '반도'에 대한 기대치는 하늘을 치솟았다.

오래 기다렸던 만큼 영화를 둘러싼 관객의 반응도 날카로웠다. 사실상 속편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같은 세계관을 공유한다는 이유로 '부산행'과의 비교는 불가피했다.

연상호 감독은 우회하는 법을 모른다. 직설적이고 솔직한 특유의 성격을 작품을 만들 때도 말할 때도 드러난다. '반도'에 대한 호불호에 대한 그의 솔직한 이야기들을 들어봤다.

연상호 감독

◆ "좀비물은 오픈 소스, 다양한 변주 가능해"

연상호 감독은 '부산행2'가 아닌 '반도'로 돌아온 것에 대해 "전작 '염력'은 캐릭터 자체가 소재인 영화였다면 '부산행'은 배경 자체가 주인공인 영화라 생각했다. 그 안에서 보통 사람의 모습을 보여주는 게 핵심이었다. 그래서 전작의 캐릭터를 굳이 가져갈 필요는 없겠다고 생각했다. 배경이 되는 좀비의 역할이 어떻게 변하고 사람들은 어떻게 변화하는 지를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라고 운을 뗐다.

"'부산행'과는 별개의 이야기로 독립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영화의 제목을 '부산행2'가 아닌 '반도'라고 정한 것도 그 이유다. 결정적으로 좀비물은 내가 창조한 게 아니지 않나. 로지 로메로 감독의 덕을 많이 봤다. 영화 속에서 좀비는 오픈 소스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좀비 영화들이 하나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최근 개봉한 '#살아있다'를 보면서 '부산행'과 같은 시리즈라 생각해도 될 것 같다는 생각까지 했다."

반도

그렇다면 '부산행'과의 차별점은 어떻게 가져가려고 했을까.

"'부산행'은 하이컨셉(간결하고 독특한 설정으로 확실하게 흥미를 잡아끄는 대중영화 기획을 의미)이라 그 영화의 속편이라는 게 힘들었다. 콘셉트를 유지하던가 다른 하이컨셉으로 가던가 인데...'부산행'의 속편을 기획한다고 해서 부산으로 가는 동시간대 기차를 만들 순 없었다. 하이컨셉 룩을 빨리 버리는 게 목표였다. 기획적으로 '부산행'은 좋은 기획인데 '반도'를 통해 좀 더 파생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좀 더 넓어진 이야기라는 건 확실하다."

기획 단계에서 '반도'는 '부산행'의 성경(정유미)과 수안(김수안)이 부산으로 간 이후의 이야기를 다루는 것도 고려했다. 하지만 연상호 감독은 새로운 이야기와 새로운 캐릭터를 만드는 것으로 '반도'의 아웃라인을 짰다. 전작에 대한 관객의 비판을 수용하며 캐릭터를 보완해 나갔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정석(강동원)과 민정(이정현), 준이(이레)라는 핵심 캐릭터다. 그리고 전작에서 용석(김의성)으로 대표되던 빌런은 서대위(구교환), 황중사(김민재)가 담당했다.

반도

◆ 좀비의 역할과 여성 캐릭터와 진화

연상호 감독은 대작에 대한 욕심이 큰 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예산이 마냥 커지는 것을 경계해왔다. '부산행'때도 그랬고 '반도'때도 마찬가지였다. '반도'는 기획 단계에서부터 많은 영화인들이 제작비 200억 원 이상의 대작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연상호 감독은 190억 원에 제작을 마쳤다.

"구상 단계부터 200억 원이 넘을 것으로 생각했다. 사실 난 그 정도 예산의 영화를 하고 싶지 않았다. 150억 원 내에서 할 수 있는 기획을 하고 싶었다. 솔루션 회의를 많이 했다.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가 핵심이었다. 제한된 예산에서 CG팀, 미술팀과 회의를 많이 했다. 160억 원 언더로 예산을 잡고 작업을 해나갔다. 아이디어가 엄청나게 쏟아져 나왔고 결과적으로 하고 싶은 것은 다 구현했다."

'반도'에 개인의 호불호, 평단의 평가가 엇갈리는 가운데에도 입 모아 호평하는 것은 세계관을 구현해낸 압도적인 비주얼이다. 연상호 감독과 250여 명의 VFX 제작진은 구로디지털단지 역사 등 영화 속에 등장하는 실제 장소를 3D 라이더스로 스캔해 도시 전체를 새롭게 구현해냈다. 뿐만 아니라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 완성도 높은 비주얼을 만들기 위해 프리 프로덕션 단계에서부터 VFX 작업에 착수, 실제 이미지에 낡은 텍스쳐 작업을 더해 현실감 넘치는 이미지를 완성해냈다.

반도

인천항, 구로디지털단지, 오목교 등 일상적 공간을 폐허로 바꾼 것은 현실적 공포를 극대화하는 결과를 낳았다. 연상호 감독은 "포스트 아포칼립스(폐허가 된 세상 이후의 이야기) 영화라고 하면 상징적인 공간이 나오기 마련이다. 미국으로 치면 자유의 여신상 같은 데가 무너지거나 하는 거지. 한국으로 치면 63빌딩이나 월드타워, 강남대로가 나와야 하는데 나는 그런 걸 원치 않았다. 주목도가 높지 않은 일상적 공간이 폐허가 되는 것을 원했다. 살아남은 사람들이 쇼핑센터를 아지트로 삼는 것은 좀비 영화의 클리셰다. 자본주의의 상징 같은 공간이니까"라고 말했다.

좀비의 활용도 '부산행'과는 달랐다. 전편에 비해 부수적으로 전락한 감이 없지 않다.

"좀비 영화에는 두 종류의 좀비가 있다. '레지던트 이블'의 좀비는 진화하는 좀비다. '반도'는 조지 로메로의 '렌드 오브 데드'에서 파생된, 클래식한 좀비물의 특성을 따랐다. 우리 영화에서 진화하는 좀비는 631부대의 사람들이라고 볼 수 있다."

631부대의 설계에 많은 공을 들였다고 강조했다. 그는 "631부대는 붕괴 직전의 공동체 느낌을 주는 게 중요했다"면서 "황 중사(김민재)라고 하는 불안한 공동체의 리더가 중요했다. '부산행'때도 '용석'이 그렇게 악인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황 중사도 마찬가지다. 내 영화의 특징이기도 한데 완벽한 악인을 잘 못 그려낸다. 기본적으로 서 대위가 악역을 맡고 있지만 나는 그가 짠했다. 개인적으로 가장 애착이 가는 캐릭터다. 어쩌면 그보다 더한 악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 안에서 주인공을 괴롭힌다고 해서 어마어마한 악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연약해서 똘끼와 광끼가 삐죽삐죽 튀어나오는 거다."라고 말했다.

여성 캐릭터의 활용도 돋보이는 대목이었다. 연상호 감독은 "그 전 영화들의 기획을 봤을 때 반성적인 면이 있었다"면서 "스타를 캐스팅 해야 하고, 남자 배우 쪽에 포커싱을 맞춘 것에 대한 반성이랄까. 거기서 탈피해 보고 싶었다. '반도'의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를 구상할 때 조그만 어린아이가 덤프 트럭을 모는 이미지를 가장 먼저 떠올렸다. 강동원 배우도 그걸 좋아하더라. 정석이 히어로가 아닌 민정과 민정 가족이 히어로가 되는 지점 말이다"라고 답했다.

연상호

◆ "신파, 왜 싫어하는지 알지만 필요하다고 생각"

연상호 감독의 연출력에 대해 가해지는 주요한 비판 중 하나는 드라마 연출의 아쉬움이다. '부산행'때부터 이어진 신파에 대한 비판은 '반도'에서는 더욱 가열된 분위기다. 영화 후반부 약 20분에 걸쳐 펼쳐지는 드라마가 과도할뿐더러 공감과 몰입도 안 된다는 지적이 많다.

"나는 신파를 좋아하는 것 같다. 물론 싫어하는 분들이 왜 싫어하는지도 알겠다. 음... 뭐라고 해야 할까. 영화에서 그런 감정적인 장면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걸 연출하는 방식에서의 호불호가 존재한다고 본다. 일단 연출자의 입장에서 보면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감정을) 느낄 수 있는 방식으로로 연출할 수밖에 없다가 내 결론이다."

그는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과 '사이비'를 연출한 후 '부산행'을 만들면서 느꼈던 점을 비교하며 설명을 이어갔다.

"내 영화의 관객 층이라는 게 있었는데 '부산행'은 내 영화를 전혀 안 보던 사람들이 열광하던 지점이 있더라. 그분들이 편하게 볼 수 있는 지점까지 가는 게 맞다고 생각을 했다. 그게 연출적으로 촌스러워 보일 수 있지만 대중 영화라고 하는 건 세련됨을 목표로 하는 건 아닌 것 같다. 좀 더 뭉툭하더라도 편한 방식으로 가야 한다고 생객한다. 이건 플랫폼의 존재와도 연관이 있다. 주 타겟층, 그들의 언어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반도

연상호 감독은 "언론시사회 때 밥을 먹으러 가는데 머리가 희끗희끗한 어르신 두 분이 '반도' 포스터를 보면서 '다음 주에 개봉한데'라는 말을 하는데 그렇게 기분이 좋더라. 보편적인 관객들이 기대해주는 영화와 만족해주는 영화가 되길 바란다. 사실 난 아직도 그게 좀비물이라는 게 신기하다. '부산행' 기획 당시에만 해도 마이너 한 장르였는데 말이다. 그때 장인어른이 '좀비가 뭐냐'고 물었는데 '부산행' 이후엔 좀비물 전문가가 되셨다. 이런 게 대중 예술을 하는 것의 쾌감이지 않을까 싶다."

연출가로서 '반도'의 미덕을 묻는 질문에 그는 "포스트 아포칼립스라는 설정을 통해 보통 사람들의 모습을 부각해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인간성이 상실돼있는 세계를 장르로 하기에 휴머니즘이 주제다. 인간성이 멸망된 세계를 배경으로 인간성을 더 부각할 수 있는 거지. 히어로가 아닌 보통 사람이 주인공이다. 훨씬 더 와 닿는 점이 있다. 저희 같은 사람들이 주인공이라고 생각해보라. 그게 제일 미덕인 것 같다."라고 답했다.

ebada@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