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픽처] '에밀리, 파리에 가다' 판타지는 달콤하다

작성 : 2020-10-21 15: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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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픽처] '에밀리, 파리에 가다' 판타지는 달콤하다
에밀리

[SBS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넷플릭스 드라마 '에밀리, 파리에 가다'가 코로나19 시대와 맞물려 인기 고공 행진 중이다. 10월 첫째 주에 업로드된 이 드라마는 여성들의 열광적인 반응을 얻으며 시청 순위 상위권에 안착했다.

'에밀리, 파리에 가다'는 미국 시카고의 마케팅 회사에 근무하고 있는 에밀리가 파리로 장기 출장을 가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드라마. 미국의 청춘스타 릴리 콜린스가 타이틀롤을 맡았다.

20대 여성의 일과 사랑을 그린 칙릿'(20대 싱글 직장 여성의 성공과 사랑을 다루는 콘텐츠) 드라마다. 다소 뻔한 스토리임에도 SNS를 중심으로 폭발적인 후기가 잇따르는 것은 '눈요깃감'으로는 더없이 즐거운 드라마이기 때문이다.

'꿈의 여행지'인 파리가 배경이며, 예쁘고 잘생긴 배우들이 출연하고, 화려함의 상징인 패션 인더스트리가 일터로 등장한다.

시카고 여성의 파리 정착기는 좌충우돌의 연속이지만 이 정도 환경이라면 고생조차 낭만으로 여겨지기까지 한다. '뻔하다'는 걸을 알고도 보고, '새로운 게 없다'는 걸 예상하면서 정주행 중인 당신은 이상한 게 아니다. 판타지는 언제나 달콤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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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물 간 '칙릿', 코로나19 시대의 부활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 영화 '악마를 프라다를 입는다' 등을 위시한 칙릿 콘텐츠는 선풍적인 인기를 거뒀다. 그러나 콘텐츠의 범람은 식상함으로 이어졌다. 게다가 칙릿 작품들은 하나같이 화려함 이상의 가치를 담아내는데 실패하며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들을 양산하고 말았다. 그렇다면 '에밀리, 파리에 가다'는 다를까.

'에밀리, 파리에 가다'는 칙릿 드라마의 레전드라 할 수 '섹스 앤 더 시티'의 프로듀서 대런 스타가 제작했다. '섹스 앤 더 시티' 시즌 6에도 파리 에피소드가 등장한 바 있다. 뉴욕 생활을 누리던 캐리가 연인인 알렉산더를 따라 파리를 간 후 시행착오 끝에 쓸쓸하게 집으로 돌아오는 스토리는 당시에도 큰 반응을 일으켰다. 어쩌면 이번 기획의 출발도 '섹스 앤 더 시티'의 유산이 아닐까 싶다.

섹스

철 지난 유행가 인기를 얻는 데는 이유가 있다. 여기에 대중의 향수를 자극하는 강력한 포인트가 있다. 바로 여성들의 판타지를 자극하는 '파리'라는 도시 그 자체다. 보기만 해도 가슴이 설레는 에펠탑과 유구한 역사와 문화 그리고 예술의 도시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는 시청자들의 구미를 자극하며 관람 버튼을 누르게 만들었다.

코로나19로 인해 손과 발이 묶이면서 여행을 가지 못하는 시간이 장기화되고 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와 더불어 프랑스 파리는 매년 전 세계 관광객이 가장 즐겨 찾는 관광지 1,2위를 다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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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점에서 이 드라마는 안방에서 즐기는 '파리 기행' 같은 느낌마저 준다. 파리를 여행한 사람이라면 한 번쯤 거닐거나 방문했을 명소를 등장시키며 향수를 자극한다. 또한 파리를 경험하지 못한 시청자들에게는 여행 욕구를 한껏 자극할 만큼 시각적 즐거움을 선사한다.

이 드라마는 우디 앨런 감독의 '미드나잇 인 파리'에 버금가는 파리 홍보 콘텐츠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차마 비교할 수 없는 작품의 가치를 차치하고서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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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의적인 설정, 게으른 대본에도 불구하고

작품의 독창성이나 완성도 면에서는 좋은 점수를 주기는 어렵다. 칙릿 드라마에 대한 기대치가 높지 않다고 하더라도 과연 2020년의 감수성으로 용인될 수준의 작품인가에 대해서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무엇보다 파리와 파리지앵(parisien:프랑스 파리에 사는 사람)에 대한 묘사가 아쉽다.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랄까. 드라마 속 파리는 문화적 우월성을 내세우면서 불어를 하지 못하는 외국인을 무시하고, 공공장소에서 아무렇지 않게 노상방뇨를 하고, 직장 내에서도 여성 차별적인 발언이 통용된다.

공공장소의 지저분함, 식당 점원들의 불친절 등 단편적인 모습은 파리를 여행하는 사람이라면 일견 공감하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이러한 단편적인 에피소드를 계속해서 등장시키면서 흥미를 유발하는 것은 MSG의 남발 같은 느낌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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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와 파리지앵을 묘사하는 방식은 편의적인데 반해 그들의 문화를 관찰하거나 이해하는 시도는 게으르다. 그저 도시의 아름다움과 낭만을 피상적으로 극찬할 뿐이다. 파리에서 찍힌 이 드라마가 정작 프랑스에서는 반감 어린 반응을 얻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일 게다.

반면 에밀리를 중심으로 일어나는 모든 일은 과분하고 관대하다. 파리의 화려함을 전시하는 SNS는 순식간에 수 만 명의 팔로워가 생기고, 고정관념을 깬 마케팅 아이디어는 에밀리를 단숨에 능력녀로 만들어 버린다. 불어 한마디 제대로 못하는 초짜 마케터가 파리 사회에 발 빠르게 정착하고 하는 일마다 잘되는 식의 성공 스토리는 판타지에 불과하다.

물론 드라마를 다큐로 받아들이려는 건 경직된 자세다. 또한 가공된 픽션을 통해 재미를 주고 판타지를 자극하는 일련의 시도는 모든 드라마가 하고 있는 일이기도 하다. 다만 재료가 너무 좋기에 레시피에 대한 고민이 아쉽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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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정된 시즌2, 환골탈태할까

'에밀리, 파리에 가다'는 약 30분 분량의 총 10개의 에피소드로 시즌1의 막을 내렸다. 시즌2에 대한 공식적인 언급은 없지만 10화의 엔딩은 본 시청자라면 다음 시즌을 기대할 수밖에 없다.

시즌2가 만들어진다면 인물 간 갈등 구도가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에밀리의 파란만장한 연애사가 본격적으로 전개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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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드라마를 통해 전 세계 여성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얻은 가브리엘 역의 루카스 브라보의 본격적인 매력 발산도 예상된다. 여기에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한 민디 역의 애슐리 박의 활약도 기대된다.

'섹스 앤 더 시티'도 시작은 미약했다. '에밀리, 파리에 가다'가 시즌2를 통해 스토리적인 성장을 이뤄낼 수 있을지 기대가 모아진다.

ebada@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