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브수다] "항상 불안했다"는 김민재, 그에게 확신을 준 '브람스'

작성 : 2020-11-05 09: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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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브수다] "항상 불안했다"는 김민재, 그에게 확신을 준 '브람스'
김민재

[SBS연예뉴스 | 강선애 기자] "이 일을 하면서 확신을 해 본 적이 없어요. 항상 불안했죠. 그런 저에게 는 확신을 준 작품이에요. 이번 작품을 통해 이 일과 연기를 더 사랑하게 됐어요."

배우 김민재는 조금씩 자신의 필모그래피를 채워가고 있는 20대 청춘 배우다. 2015년 데뷔해 차근차근 작품 수를 늘려가며 배우로서 입지를 다지고 있다.

다행히 그가 걸어온 길은 험난하지 않았다. '도깨비', 등의 작품에서 조연으로 일찌감치 대중의 눈도장을 찍었고, '최고의 한방' '위대한 유혹자', '조선혼담공작소 꽃파당' 등에서 주연으로 활약했다. 주연급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기까지 오랜 세월이 걸리는 다른 배우들에 비하면 상당히 빠른 속도였다.

남들이 보기에는 '꽃길'을 걷는 것처럼 보였지만, 김민재 스스로는 불안감을 느끼고 있었다. 공백 없이 계속 일을 이어가고 있으면서도, '내가 잘하고 있는 건가' 하는 의구심에 자신감이 부족했다. 이런 김민재에게 '지금, 잘하고 있다'고 확신을 안겨준 게 최근 종영한 SBS 드라마 (이하 '브람스')였다.

김민재는 이 작품에서 사랑과 우정 사이에서 갈등하고 꿈과 미래에 대해 고민하는 피아니스트 박준영 역을 소화하며 실제 자신과 비슷한 20대 청춘의 아픔과 희망을 연기했다. 김민재의 연기는 '브람스' 시청자들의 공감과 지지를 이끌었고, 이런 시청자 사랑을 체감하며 김민재 스스로도 위로와 용기를 얻었다. 그리고 진심으로 하는 연기는 통한다는 걸 느꼈다.

흔들리던 김민재에게 '앞으로도 이렇게만 하면 된다'는 확신이 생겼다. 그리고 연기를 더 사랑하게 됐다. 이것만으로 '브람스'는 배우 김민재의 인생에 충분히 의미 있는 작품으로 남았다. 라 묻는다면, 김민재의 대답은 당연히, 'YES'다.

김민재

▲ 김민재가 피아니스트 박준영이 되기까지

드라마를 무사히 잘 끝낸 소감을 물으니 김민재는 "제게 정말 소중한 작품이고, 하는 동안 많이 행복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너무 힘들었던 준영이가 행복해져서 다행이다"라고 덧붙였다. 김민재는 진심으로 온갖 역경을 겪은 박준영 캐릭터가 마지막에 웃을 수 있게 된 것에 기뻐했다.

"준영이가 느꼈던 감정들을 저도 느낀 적이 있어요. 그래서 그런지 이번 작품의 후반부쯤에는, 어느 순간 제가 준영이에게 위로를 받았어요. 준영이가 힘든 감정을 계속 쏟다가 결국에는 행복해지는데, 제가 가지고 있던 힘든 감정들을 소모하는 느낌이었죠. 제가 평소에 그런 감정을 잘 표현하지 않는데, 준영이를 통해 내뱉을 수 있어서, 또 행복한 감정을 얻을 수 있어서 저 스스로에게도 위로가 됐던 거 같아요."

김민재가 박준영 캐릭터에 끌렸던 건, 조용함 속에 간직한 내면의 갈등 때문이었다. 극 중 박준영은 세계적인 콩쿠르에서 입상한 월드클래스의 인기 피아니스트이지만, 즐겁지 않은 피아노 연주와 경제적인 어려움에 좌절하고, 자꾸 꼬여만 가는 사랑과 우정의 갈등 앞에 절망했다. 순수한 사랑의 감정에 기쁘고 행복한 모습도 보였다. 김민재는 이런 다채로운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캐릭터라는 점에서 박준영에 빠져들었다.

"처음 대본을 봤을 때부터 준영이는 색달랐어요. 잔잔한데, 그 안에서 요동치는 감정들이 있더라고요. 또 준영이는 월드클래스 피아니스트이지만, 이면에는 수줍음도 있고, 가정사도 있고. 말수가 적은 캐릭터지만 이런 것들을 표현해야 한다는 게 신선했고 재미있어 보였어요. 그래서 너무 하고 싶었던 캐릭터예요."

김민재

앞서 다른 드라마에서 주연으로 활약하긴 했지만, 김민재가 '브람스'처럼 메인 남자 주인공으로 전반적인 극을 이끈 건 이번이 처음이다. 다른 때보다 부담감이 컸을 거 같지만, 김민재는 "그런 생각을 갖지는 않았다. 다른 작품 때와 똑같이 임했다"라고 말했다. 김민재가 부담을 느꼈던 건 다른 부분이었다.

"피아니스트라는 직업이 부담이었죠. 너무 매력적이고 하고 싶었지만, 그냥 피아노를 치는 게 아니라 준영이는 콩쿠르에서 입상한 월드클래스 피아니스트였잖아요.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막막했어요. 피아노를 연주하는 신은 항상 어려웠고, 그 부담은 촬영 끝날 때까지 계속 안고 있었어요."

원래 피아노를 좀 칠 줄 알았던 김민재는 박준영 캐릭터를 소화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드라마 촬영이 시작되기 한 달 반 전부터 시간이 날 때마다 레슨을 받으며 연습에 연습을 이어갔다. 실제 피아니스트들의 유튜브 영상 콘텐츠도 수시로 찾아보며 참고했다. 그런 노력의 결과로 피아니스트 박준영을 어색함 없이 연기할 수 있었다.

"제가 피아노를 잘 치는 건 아니에요. 초견(악보를 보고 바로 연주하는 능력)을 못 하고 선생님이 치는 걸 보고 통으로 외워서 치곤 했는데, 전 그게 편하더라고요. 곡에 대한 스토리와 해석을 선생님한테 듣고, 어느 부분에서 어떻게 쳐야 감정을 잘 전달할 수 있는지, 그런 걸 선생님한테 많이 배웠어요. 랑랑, 손열음, 조성진 씨의 영상도 많이 봤는데, 손열음 씨 공연은 실제 공연장에 가서 보기도 했어요. 공연장에서의 긴장감과 움직임, 등장과 퇴장하는 방법 등 제가 직접 본 부분들이 연기할 때 정말 큰 도움이 되더라고요. 이런 것들이 종합적으로 작용해서 드라마에 잘 나오지 않았나 싶어요. 또 촬영과 편집을 너무 잘해주시기도 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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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와 닮았던 박준영, 좋은 사람 박은빈

극 중 박준영은 남을 배려하는 착한 성격 때문에 하고 싶은 말을 잘 내뱉지 못하고 가슴에 꾹꾹 담아내는 인물이었다. 이런 박준영의 온순한 모습이 답답하게 여겨질 때도 있었지만, 가식 없는 순수함, 또 열 마디 말보다 한 번의 피아노 연주로 감정을 전달하는 감성적인 매력이 여심을 자극했다. 그리고 꼭 한 번 질러야 할 때 지르는 모습에서는 의외의 박력이 설렘을 자아내기도 했다.

평소 말수가 적은 스타일에 남을 배려하는 걸 편하게 느끼는 성격까지, 실제 김민재는 박준영과 많은 부분에서 닮았다.

"저라는 사람이 평소에 말이 많지 않아요. 그래서 말수가 적은 준영이가 함축적으로 표현하는 게, 오히려 연기하는 저한텐 더 좋았던 거 같아요. 준영이는 음악으로도 감정을 표현하니까. 좀 답답해 보였을지도 모르지만, 전 괜찮게 느꼈어요. 남을 더 배려하고, 자기감정을 숨기는 걸 더 편하게 느끼는 부분도 준영이와 비슷한 거 같아요. 감정을 드러내서 상황이 나아질 수 있을지는 몰라도, 어쨌든 듣는 사람은 힘들어하겠죠. 전 그게 싫어 혼자 속으로 삭일 때가 많아요. 연애 스타일은 잘 모르겠네요. 저도 좋아하면 좋아한다고, 사랑하면 사랑한다고 솔직하게 말하는 편이니. 이것도 준영이랑 좀 비슷한가요?(웃음)"

'브람스' 속 박준영과 채송아(박은빈 분)의 느리지만 순수한 사랑은 시청자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각자가 하던 아픈 짝사랑을 접고 서로에게 호감을 느낀 후 조금씩 가까워지며 '썸'을 타고, 설레는 사랑을 시작하는 모습이 지켜보는 이들의 마음마저 몽글몽글하게 만들었다. 이들이 더없이 '예쁘게' 보였던 건, 김민재와 박은빈의 연기력과 케미가 잘 어울렸기 때문이다.

"은빈 누나와는 호흡이 정말 잘 맞았어요. 준영이가 송아를 '느낌이 잘 맞는 사람'이라 느꼈던 것처럼, 누나와는 사전에 이야기를 맞추지 않아도 '아, 이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구나'가 보일 만큼 잘 맞았어요. 그래서 소통도 원활했고요. 연기적인 부분에서는 의견을 많이 나누며 서로를 잘 이해했어요. 모든 면에서 좋았죠. 누나는 정말 좋은 사람이에요. 체력적으로 엄청 힘들었을 텐데, 그런 티도 안 내고. 누나를 보며 '멋있다', '든든하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좋은 선배이자 동료로, 제가 의지를 많이 했죠."

김민재

'브람스'가 의미 있는 또 하나의 이유는, 클래식 저변 확대에 기여했다는 것이다. '어렵다', '지루하다'는 클래식 장르에 대한 편견을 깨고, 대중이 클래식에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가 친숙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김민재도 이번 작품을 통해 클래식에 대한 남다른 애정이 생겼다.

"클래식은 예전에 가끔 듣긴 했지만 잘 모르는 장르였어요. 이번 작품을 통해 클래식을 듣고, 스토리를 알아가며 '내가 왜 이걸 이제야 알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가사가 없는 멜로디에도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는 걸, 진짜 재미있는 장르라는 걸 깨달았어요. 특히 드뷔시의 '달빛'을 좋아해서 많이 들었어요. 어떻게 그런 멜로디를 만들었는지, 어떻게 달빛을 소리로 표현했는지, 정말 잘 만든 곡 같아요. 언젠가 저도 피아노로 '달빛'을 쳐보고 싶어요. 드라마는 끝났지만 피아노는 놓지 않고 계속 치려고 해요. 피아노 치는 게 너무 재미있어요."

▲ 확신이 생겼다, 연기가 더 좋아졌다

극 중 박준영은 피아노에 천부적인 재능으로 실력을 인정받지만, 자신이 피아노를 진심으로 하고 싶어 하는 것인지 내적 혼란을 겪는다. 박준영에게 피아노 같은 존재가, 김민재에게는 연기다. 하고 싶은 일과 잘하는 일, 김민재도 두 가지 선택지에서 고민한 적이 있을까.

"저라면 무조건 '하고 싶은 일'을 해요. 다행히 전 그런 고민을 한 적이 없어요. 제가 하고 싶어 하는 일이 연기니까요. 제가 연기를 잘한다기보단, 어릴 때부터 이 길을 걸어와서 다른 잘하는 게 없어요. '내가 연기를 포기하면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해 본 적이 있는데, 없더라고요. 하고 싶은 다른 일 자체를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예전에 일반 회사를 다니는 친구한테 '일이 재미없을 때 어떻게 해?'라고 물으니, '일을 왜 재미로 해?'라고 대답하더라고요. 배우라는 직업의 특수성이 있긴 하지만, 전 이 일이 재미있고 행복감까지 느껴요. 그래서 계속 이 일을 하고 싶어요."

김민재가 연기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된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이 길이 맞는지, 내가 맞게 걸어가고 있는지, 여느 20대 청춘이 갖는 불안과 고민을 똑같이 품고 있었다. 그러다 이번 '브람스'를 통해 처음으로 스스로에게 믿음이 생겼다.

김민재

"이 일을 하며 확신을 해 본 적이 거의 없어요. 항상 불안했죠. 일은 계속 하는데, 불안한 느낌은 지울 수가 없었어요. 이번 작품은 제게 정말 많은 걸 남겼어요. 사랑받았다는 체감이 크고, 그 사랑으로 인해 용기가 생겼어요. '앞으로도 지금껏 해왔던 것처럼 하면 되겠구나' 하는 자신감, '진심으로 하면 전해지는구나' 하는 안도감 같은 걸 느낀 순간들이 많았죠. '브람스'를 통해 제가 확신을 갖고 이 일을 더 사랑하게 됐어요.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준 소중한 작품이에요."

평소 '집돌이' 성격이라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다는 김민재. '브람스'를 성공적으로 끝낸 그의 현재 고민은 '어떻게 잘 쉴까'다.

"이번 년도에는 내내 '브람스' 생각밖에 안 했어요. 지금 저의 고민은 '어떻게 잘 쉴까', '어떻게 시간을 잘 보낼까' 예요. 이 시간을 잘 못 보내면 되게 공허해요. 다음 작품을 만날 때까지 그 공백의 시간을 어떻게 잘 채울까를 고민해 봐야죠. 여행도 가고 싶고, 얼마 전에 컴퓨터를 새로 샀는데 그걸로 게임도 하고 싶고, 살이 3kg 정도 빠졌는데 운동을 하며 살을 좀 찌우려는 생각도 있어요. '브람스'까지 세 작품을 연달아했던 터라, 이번 연말에는 어떻게 잘 쉬어볼까 고민하고 있어요.

계획은 '휴식'이지만, 얼마든지 바뀔 여지가 있다. 김민재의 마음에 쏙 드는 작품에 출연 제의가 들어온다면, 금방이라도 다시 촬영장으로 돌아갈 수 있다. 아직 안 해 본 연기가 더 많기에, 쉬는 것보단 새로운 연기에 도전하는 게 더 좋은 그다.

"하고 싶은 작품이 생기면 바로라도 들어가야죠. 준영이와 완전 상반된 이미지의 캐릭터도 연기해보고 싶고, 장르물이나 액션도 해보고 싶어요. 안 해본 게 너무 많아서, 어떤 새로운 작품들이 있을지 기대돼요. 많이 많이 연락들 주시면 좋겠어요.(웃음)"

[사진제공=냠냠엔터테인먼트]

강선애 기자 sakang@sbs.co.kr